사람향기

무소유

구름뜰 2007. 12. 13. 10:07

 윗층에 사는 고3 여학생의 어머니가 분리수거 한다고 들고 나오는 책더미 속에서

문학 상, 하 교과서가 눈에 들어왔다. 살모시 두권을 빼서 집으로 들고 왔다.

얼마만인가 . 목차를 살펴보다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발견하고 히죽거리며 웃다가,

스무살적에 처음으로 읽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제풀에 신나서 남편에게 한마디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찌 이리 잘 적었는지, 좋은 글은 역시 시공을 초월한다고,

그 글이 교과서에 실린것도 신기하고 여전히 깔금하고 명료한 문장 또한

더할 것도 뺄것도 없이 깔끔하여 혼자서 감탄사를 연발했다.  참았어야 했는데.....

이런 내모습이 못마땅한 남편왈

  "읽지만 말고 실천 좀 하지"

남편의 이런 빈정거림이 무엇때문인지 정확히 짚을 수는 없지만 평소에 내가 좋다좋다 말로만 하고

행동은 거의 별개로 했던 내 생활태도나 방식에서 꼬집어낸 지적이란걸 짐작한다. 

이래 저래 짚어봐도 제 안의 들보는 못본다고 딱히 짚히는 것도 없고 하여 입을 꾹 다물려다가

한마디 했다.

 "실천 못해도 읽는게 중요한게 아니냐고요?"

남편이 실천을 강조한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나는 좋은 것을 읽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데

어쩌겠는가.  가끔씩 좋은 글을 대하면 좋은 사람을 만난것 이상으로 기쁜데,

그렇다고 기쁜것을 혼자만 알고 속으로 기뻐할 만큼 욕심도 없어서 함께 나누고자 함인데.....,

실천은 못해도 좋은 글 읽는 기쁨을 나는 포기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히죽거리며 좋아라 하는 것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살면서 이만큼 시원한 감로수를 어디서 만난다고

이렇게 행복해지는 일이 세상에 또 어디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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