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씨는 “남자와 수컷이 (공선옥 소설 주인공에게) 준 상처가 너무 깊다”고 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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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밤길』은 가진 것 없고,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은 우리 주변의 소외 계층들, 즉 서민들의 고통스럽고 힘겨운 삶을 작가 특유의 입담과 활달한 필체로 잘 보여준다.
결코 명랑할 수 없는 현실, 어디 하나 녹록치 않은 비루한 현실이지만 『명랑한 밤길』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삶을 포기하거나 상처에 함몰당하지 않고 오히려 상처를 통해 삶의 진정한 의미를 새기고 나아가 이웃의 아픔에도 따뜻하게 손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특별히 주목할 만하다. 작가는 사회의 어두운 면, 혹은 불편한 진실을 들춰내면서도 결코 꼬이지 않은 시선으로 이들을 따뜻하게 감싼다.
영희와 문희와 인자, 서럽고 외롭고 고통스러운 그녀들-작가의 분신처럼 보이는 그녀들이 감내해야 할, 살아있음에 대한 대가 치고는 너무 가혹한 고통 앞에서 자꾸만 눈이 시리다. 삶의 속살들은 어쩌면 이리도 잔인한 것일까. 어쩌자고 작가는 이토록 잔인한 삶의 순간들을 놓치지도 않고, 또박또박 두 눈 부릅뜨고 적어낸 것일까. 등장인물들을 할퀴고 간 사건과 사고, 그네들을 수척하게 만드는 가난과 실패, 그리고 때로 고통의 근원처럼 보이는 남자들과 수컷들의 이야기를 그저 슬픈 인생사라 하기에는 그들의 상처가 너무 깊다. 미처 내지르지 못한 비명과도 같은 그들의 ‘명랑’-달리 어쩌겠는가.
◆『명랑한 밤길』(2007, 창비)=2006년 ‘작가가 선정한 올해의 소설’에서 최우수작으로 뽑힌 표제작 ‘명랑한 밤길’을 비롯해 단편 12편이 담겼다.
◆김주영=소설가. 1939년 경북 청송 출생. 역사소설 『객주』 『화척』 등을 썼다. 최근 그림소설 『똥친 막대기』, 상상우화집 『달나라 도둑』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