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용돈 (오만원권과 남편)

구름뜰 2009. 7. 24. 09:45

 

 

어젯밤 늦게 귀가한 남편은 들어오자 마자 지갑을 열었다. 

그리고선 오만원권 1장을 내밀었다.

처음 오만원권 신권이 나온날도 

"신사임당 못봣지?" 하며  지갑에서 신사임당을 꺼내 내게 선물로 주었었다.

그리고 며칠 후  또 신사임당이 있다며 2장을 더 받은 적이 있다.

신사임당이 생기고 나서 부터 남편은 신권이 생기면 지갑 뒷켠에다 넣어두었다가

내게 건네는 보람을! 즐기는 것 같다. 

자주는 아니지만

매우 이례적이고 반가운일이 아닐 수 없다 ㅎㅎㅎ

 

남편에겐 아마도 용돈 받고 좋아라하는

아들이나 마누라 보는 재미가 쓰는 재미보다 더 큰 것 같다.

그것을 알기에 나는 용돈을 받을 때마다 고맙다고 꼭 안아준다.

포옹만으로도 매우 족해하는 남편을 보면 나도 기분이 좋다.   

어쩌면 용돈을 배춧잎으로 줄 때보다 

신사임당으로  줄 때 내가 다섯배 정도로 더 좋아하는 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용돈을 받는 일이란 어른이나 아이나 기분 좋은 일이다. 

 

그리고선 오늘 아침 출근하려다가 뭐 빠진것 있는것처럼 갑자기 돌아선다.

뭐 잊은게 있나 했는데  또 지갑을 연다. 아침에는 3장이다.

돈을 보는 순간 나는 쿡 웃음이 나왔다..

어젯밤에 받았다는 걸 얘기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찰나적인 고민을 했지만 소리내어 웃고 말았다.

용돈준다고 좋아서 웃는 줄로만 알고 출근한  남편.

아무래도 어젯밤 준 것은 기억 못하는 것 같다!

숫자로 보면 어젯밤 1장과 3장은 엄연히 차이가 있으니까 어젯밤 준 걸 기억못한다해도

줄려면 1장 줄 터인데 3장을 주는 건 아무래도 남편의 성의! 인 것 같기는 한데..

이놈의 속물근성 아침부터 기분이 좋다.

퇴근하고 오면 물어볼일이다.

어젯밤 일을 기억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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