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그림이야기 3

구름뜰 2009. 7. 23. 09:28

 

작년에 부채에 그림을 그려 지인에게 선물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는 까맣게 잊고 지냈다.

그리고 지난 달 모임에서 그 지인이 덥다며 부채를 꺼내며. 

작년 부채를 드렸을 때처럼 좋아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지인을 보면서

선물이란 저런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준사람은 잊었는데 받은 이는 내도록 좋아하며 즐기는 것,, 

주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

그래서 내가 더 고맙고 반가운 마음이 되는 것, 

 

 

그녀를 보면서

올해도 좋은 사람을 만나면 부채 선물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선물은 주고자 하는 마음이 동함과 동시에 잔잔한 행복감도 함께 생긴다.  

작년에 준비한 부채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고,

부채 때문에 화랑엘 두번이나 들렀지만 동이나서 헛걸음만 했다. 

어제는 화랑엘 가지 않고 전화로 물어보니 아저씨 왈  "10개정도 남아 있네요"  

어찌나 반갑던지 냉큼 달려가서야 이 부채를 구할 수 있었다.

 

 

그림그리는 행복은 이런 것이다.

 

오늘 만날  이 부채 주인을 생각하면서 나는 어제부터  행복했었다. 

부채를 사기 위해 화랑엘  들른 일,

그런데 집에 와 보니 하얀 물감이 다 떨어진 걸 깜박해서 밤 9시쯤에 다시 화랑으로 달려 갔던일

먹물도  만들어 팔기도 하지만 벼루에 먹을 갈아쓰는 것이 좋아서 먹을 가는 일.

그림을 그리면서 오롯이 그 대상이 좋아 할 것을 생각하면서 

소복소복 내리는 눈처럼 쌓여가는, 작은 기쁨들

그래서 선물을 주는 이의 마음은,

줄 대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 인지도 모른다. 

 

 

소품하나로도 나는 이렇게 행복해진다. 

 

피천득 선생님은 청자연적의 꼬부라진 연잎을 '수필'이라고 하셨다.

내게 <수필>은 그렇게 여유로운 영역은 아니었다.

수필쓰기를 제대로 못 한지가 벌서 몇 년 되었다.

지금은 거의 신변잡기에 가까운 글만 쓰내려 가고 있지만 지금도 좋다.

내가 일상에서 느끼고 만나게 되는 이런 작은 기쁨들이 

언젠가는 내 안에서 익어 열매로 거듭날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 아름다움을 발견해나가는

이런 일들이 내겐 소중한 일이다. 

행복에 욕심을 내지는 말아야지.

기대치만 높아지는 행복은 어쩌면 욕심일 수도 있다.

 

 

 

내가 그렸지만 잊고 있었던 부채를 만난 반가움이 내게 더 크게 와 닿은 것처럼.

이 부채의 그림 같은 수필을 언젠가는 내가 봐도 흐뭇한  글을 쓰게 될지도 모른다.

기쁨이나 행복은 나누고 싶은 사람과 나누면  분명 배가 된다.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런 이들을 가끔이라도 만날 수 있다는 건 분명 반가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