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 뜨면 제일 먼저 베란다로 나가서 항아리를 들여다 본다.
그렇게 하루에도 몇 차례씩 눈길주는 항아리속 동거족들(구피 or 왁플레티 5마리와
달팽이 2마리 다슬기 3마리)은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
물위에 부레옥잠과 물배추 개구리밥은 번식력이 얼마나 좋은지
뚝뚝 잘라 분양을 해 주기도 하지만, 며칠만 두면 항아리가 좁아진다.
지금은 아예 따로이 분양통을 마련해 두었는데 그것 또한 자라는 속도가 만만찮다.
토요일 아침 구피(or 왁플레티 )먹이를 주다가 자세히 들여다 보니
부레옥잠의 줄기가 아무래도 예사롭지가 않다. 부레옥잠의 꽃을 본적이 없어 정확히 꽃대궁 인지는
모르겠고, 요 볼록한 대궁속에 '꽃이 들어 있지 않을까'하는 예감이 와서 살 짝 한 컷 찍어 두었다.
그리고 밤 12시 잠자리에 들기 전에 혹시나 하여 들여다 보았더니
부레옥잠이 꽁봉오리 5개가 살며시 입술을 내밀듯이 그새 개화를 시작하고 있다.
그냥 잠들었으면 놓칠뻔한 꽃봉오리 시절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다.
사람도 식물도 꽁 봉오리일때가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이런 순간은 금새 지나가는 것 같아서 더욱 귀한 모습이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
다시 들여다 보니 그새 이렇게 다섯송이 꽃 송이들이 제법 꽃의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아 이런것들을 들여다 보는 재미란,.. 마음은 '무아지경'이 된다고 하면
비웃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겐 그렇다.
대상에 대한 온전한 몰입이 가져다 주는 행복감은, 사람일때보다도 사물
특히 꽃이나 자연 같은 것에서 더 편안하고 안정된 행복감을 맛 보는 것 같다.
하기사 어린아이 들을 보면 그런 행복감을 느끼기도 한다.
다시 일요일 저녁 12시 쯤이다.
나올 때부터 작고 늦었던 가운데 꽃송이 한 송이만 배놓고 제대로 활짝 개화를 했다.
제비꽃을 닮은 것 같은 부레옥잠의 꽃색이 이뻐서 늦은 밤에 코를 벌름거리며 향기도 맡아 보고,
후레쉬를 터트려 찍어 보기도 하고 자연광으로도 찍어보기도 했다. 혼자서 신 났다.
향기는 거의 느껴지지 않을정도로 약했다.
그리고 월요일 오늘아침에도 일어나자 마자 꽃을 살피러 나갔다
며 칠 갈 줄 알았는데... 그새 다 져 버렸다. 화무십일홍이라 했는데 고작 하루 만 이틀정도의 개화로 이렇게 짧게 끝나나 하는 아쉬움이 확 밀려왔다. 요 앞의 마지막 한 송이는 제대로 핀 것을 구경도 못했는데 간 밤에 아니 새벽녘에 피었다가 진 모습인지..
부레옥잠의 꽃 사진은 끝이라고 생각하고 이 사진을 이른 아침에 찍어 두었다.
그리고, 조금전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다가 우연히 들여다 본 부레옥잠꽃!
못다핀 건지 피고 진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던 그 꽃이 제대로 활짝 개화를 했다.
제일 위쪽 꽃잎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꽃잎속에다 물감으로 색칠을 하고 그려 넣은 것 같은
연꽃 봉오리 같기도 한, 아니 등불 모양 같기도한 노란색이 너무 예쁘다.
저 진 보라의 연꽃의 대공같은 노랑을 떠받치고 있는 줄기색은 또한 꽃색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그리고 그 꽃잎 뒤로 부처님의 광배를 표현한 것 같은 실 핏줄쳐럼 펴져 나간 꽃잎의 결까지 예술이다.
그리 친다면 저 노란 꽃 그림은 부처상으로 느껴도 될 만큼 독특하다.
ㅎㅎ 나는 이 글을 쓰면서 혼자서 상상력의 나래를 펴고 있다.
그분이 오신건지(영감) 나중에 읽으면 참 유치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어쨌거나 꽃도 좋고, 일주인간의 휴가가 끝나서 블로그에 들어와 노는 재미를 그리워 했던 것 같은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바이오리듬 고조기인가.. ㅎㅎ
즐거운 일상의 시작 같은 느낌이랄까.
휴가도 좋지만 나는 내 소소한 일상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누가 들으면 조금 서운해 할지도 모르겠지만... ㅎㅎㅎ
부레옥잠의 꽃이 이렇게 섬세하고 아름다운 걸 모르고 지나칠 뻔 했다.
4송이 먼저 피었을때는 밤 12시 쯤이어서 그랬는지,
각각의 송이가 이렇게 아름다운지는 모르고 꽃을 전체로 구경하고 지나간 부분이었다.
하지만 '못다핀 한송이'가 아니라 '늦게핀 한송이' 덕분에 제대로 보게된 아름다운 발견..
부처상을 형상화 한 것 같은 아름다운 꽃 모양 때문에 아마도 잊지 못할 꽃 일 것 같다!
좋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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