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라는 것이 그렇다. 막상 나서고 보면 고생길인 경우가 더 많고,
그렇다고 고생길 두려워 가지 않으면 무언가 허전해서
꼭 다녀와야 잔치집가서 국수 제대로 먹은 것 같은.
집으로 돌아와 생각해 보면 그래도 다녀 오길 잘했다는
고생스러웠더라도 금새 추억이 되는..
매년 휴가는 아이들과 동해안으로만 다녀 온 편이었다.
올해는 아이가 고3이라 등교를 하는데다 "제발 같이 가자는 말은 말아주세요" 라며
일찌감치 사양을 하는 터에
휴가 첫날 대구 나들이를 시작으로 금오산 산행, 극장 나들이 쇼핑, 계곡 나들이까지
집을 근거지로 하여 당일 코스로만 돌아다녔다
남해 여행은 주중을 이용해서 둘이서만 1박 2일 짧게 다녀 올 계획을 세웠다.
공부말고는 아무것도 생각 못하고 있는 아들을 위한 배려라고나 할까.
사실 해주는 건 없어 생색낼 것도 없지만, 아무튼 그런 마음 때문이다.
남해는 내겐 초행길이었다.
남편은 두 번이나 가 본 곳이라 나를 위한 여행길이기도 했다.
남해 보리암엘 다녀온 지인이 보리암 풍광에 어찌나 감탄하며 추천하는지
그 지인 때문에 그 곳에 꼭 가 보고 싶었다.
구미에서 남해로 가는 길은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남해고속도로를 타는데
소요시간은 3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남해 바다 풍경은 오밀조밀 차분하고 아름답고 정숙한 바다 모습이었다.
동해 바다 모습에만 익숙해 있던 터라 고요한 바다라는 생각이 들만큼 안정적으로 보였다.
동해가 남성적이라면 남해는 여성적이라고 해야 할까.
저 바다 해 타는 저 바다 노을바다 숨죽인 바다
납색의 구름은 얼굴 가렸네 노을이여 노을이여 물새도 날개 접었네
저 바다 숨쉬는 저 바다 검은 바다 유혹의 바다
은색의 구름은 눈부시어라 생명이여 생명이여 물결에 달빛 쏟아지네
애기가 달님 안고 파도를 타네 애기가 별님 안고 물결을 타네
대지여 춤춰라 바다여 웃어라 아 ~ 시간이여 아 ~ 생명이여 생명이여
보리암에 가기 위해 남해섬에 막 접어들어 해안관광도로를 도는 중에
차에서 조용필의 <생명>이라는 노래가 흘러 나왔다,바다의 환상곡 같은 그 웅장한 멜로디와 가사가 바다에 한창 감탄하고 있는 상황에서 들으니
가슴을 후린다고 할까. 때린다고 할까. 조용한 남해바다가 숨죽이고 있을뿐 금새 돌변해 가슴을 때리고도 남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웅장한 멜로디가 전해주었다.
남해 바다는 참하고 정숙하고, 차분하고 얌전한 것 같지만, 어쩌면 파도의 숨죽임을 달래고 어르고
있을 어미의 품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필 콘서트에는 항상 대형 스크린(실로 어마어마한)가득 역동적인 물결이 펼쳐진다.
파도와 물방울들의 향연이 시종일관 관객을 압도하는데 아마도 그 바다, 파도, 물결 이라는 것이
'생명'이라는 메세지를 전달하고자 했음 아닌지.
바다를 보면서 <생명>이라는 노래를 감상하면서 든 생각이다.
남해대교를 건너자 마자 좌측 아래 도로로 내려가면 횟집들이 즐비하게 모여있다.
점심을 먹은 식당 2층에서 내다본 풍경이다.
저 거북선은 실제 거북선모형과 같은 크기로 재현 해 놓아 관광객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려 해상 국립공원의 풍광은 역시 기대했던 대로 좋았다.
섬이라는 것이 이렇게 클 줄은 생각 못했는데,
거제도가 고향인 이웃사촌이 떠나기 전날 가르쳐준 섬에 대한 상식,
아직도 몰랐냐며 외우라고 선창을 했다.
"일제 이거 삼남"이라고.. 이게 무슨 소리인고 했더니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섬이 제주도 이고 그다음이 자기네 고향인 거제도, 세번째가 남해라는 것이다. 섬에 살거나 섬 출신들은 이것을 열번째(십)까지는 기본으로 외우고 있다고.. ㅎㅎ
보리암가는 길에는 1주차장과 보리암 바로 아래쪽 2주차장이 있다.
여기 1주차장에서 일단 주차비를 내고 보리암에 오르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다.
29인승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과 승용차로 들어가는 방법인데,
버스도 승용차도 정해진 출발 시간이 없다.
버스는 29명이 차야 출발하고 승용차는 2주차장 주차공간이 한정되어 있어 위에서 출발했다고
무전을 주면 밑에서 입장시키는 방식이다. 현장상황을 보고 빠른 쪽을 이용하면 된다.
우리가 도착 했을 때는 차가 10대 정도 밀려 있었는데 버스보다 차례가 빨리왔다.
2주차장 매표소 맞은 편에는 <시인마을>이라는 이런 팻말이 있다.
무슨 뜻인가 해서 물어 보았더니 국립공원 측에서 붙인 이 공간의 이름이라고 한다.
<시인 마을>에는 매년 국립공원에서 하는 문예공모전에 당선된 시와 산문들이
문집으로 발간, 비치되어 있었다. 일반부와 학생부로 나뉘어져 글이 실려 있었고
몇 회가 거듭 되었는지 문집 권수가 제법 되었다.
몇 편을 읽어 보았는데 글을 쓴 아마추어들의 정감어린 정서가 풋풋하게 와 닿았다.
특히 보리암이나 남해에 관한 시와 산문이 주류여서,
그 곳이어서 그 곳에서만 느껴지는 분위기 랄까. 좋았다!
시간이 조금 여유있다면 시 한편을 읽어보고 가기에도 좋은 공간이었다.
매표소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오르면 작은 전망대 같은 산마루가 나온다.
이곳이 전망대처럼 조망하기에 좋은 곳인데 우리가 간 날은 자욱한 운무로 시야가 좁았다.
그 산마루를 뒤로하고 하산길에 접어든 듯이 계단길을 조금 내려가다보면(3-5분) 보리암 나온다.
보리암에 서면, 바다와 산, 상주 은모래 해수욕장등 남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고 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날은 짙은 안개뿐, 안내하는 아가씨에게 물어보니
맑은 날보다 이런 날이 더 많아 운이 좋아야 남해 전경 우리나라에서
세번째로 좋다는 풍광을 볼 수 있다는 거다.
하기사 보리암에 오르기 전에는 시계가 좋았는데 유독 보리암에 다다르자 안개가 자욱했다.
하산하면서 보니 역시 다른곳 다전망이 좋았다.
보리암 전망만 못 본 셈이다.
그래도 운무 가득한 보리암의 정경 또한 자연의 신비니 그것으로도 좋았다.
영화속 같은 곳에서나 볼수 있는, 신선들이 사는 세상같은 그런 장면이 생각날 정도로..
원래 불교용어로 <보리>라는 말은 <깨달음>이란 뜻인데,
신라 원효대사가 이 절을 창건하면서 보리라는 명칭 말고는 다른 명칭을 생각할 수가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깨달음의 경지를 순간이라도 느껴보진 않았지만,
아마도 경치로 깨달음을 운운한다면 기암절벽 영봉에 자리잡은
이 정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또한 절로 들었다.
원효대사는 해골바가지의 썩은 물을 감로수로 달게 마신 자신을 보고
모든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생각하며 공부하러 가던 발걸음 되돌려 왔다는 일화가 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사는 일은 마음먹기에 달린 건 틀림없는 진실인 것 같다.
각설하고..
아직껏 보리암엘 가 보지 않으신 분이 있다면 맘껏 감상하세요.
지금부터 보리암 절경입니다.
제 글이 그 풍경을 다 말해드릴수 없음에 엄청 안타까움을 느끼며 ..ㅎㅎ
허공에다 어찌 이리 아름다운 건축물을 새길수 있는 것인지..
어느 곳으로 렌즈를 들이대도 다 작품이다!
한참 예불을 드리고 있는 시간이었는데 보리암에 오르면서 부터
보리암 부처님께 꼭 삼배라도 드리고 싶었는데. 남편의 간곡한 만류! 로 참았다.
계단을 오르며 돌아 나오는데 뒤꼭지가 당겼다.
그리운 님을 두고 가는 것도 아닌데.
언제 또 오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뒤돌아보며 한 컷 찍은 사진이다.
아쉬움이 묻어 있는 사진인 셈이다.
산마루(전망대)쪽 기념품 가게에 다양한 풍경들이 걸려 있었다.
오가는 손님은 많았는데 외면받은 듯,
한쪽 구석에 먼지도 제법 않은 요 풍경들이 나는 유독 정이 갔다.
한 개 구입 할려고 어느것이 좋을까 종류가 다양해서 고르느라 얼쩡대다가
발 빠른 남편 때문에 놓치고 온 것이 집에와서 보니 더 아쉽다. ㅎㅎ
보리암에서 1주차장으로 내려 오는 길이다.
편백나무(우측가로수처럼 서있는 나무, 측백나무과)가 남해섬에는 유독 많았다.
편백나무 자연 휴양림도 있었다.
섬의 환경이 편백이 자라기에 좋은 곳인지.. 이번에 또 하나 알게 된 나무에 관한 상식,,
편백나무 형상은 내가 아무 생각없이 동화그림을 그릴 때 그린 형태와 같았다.
사실 나는 그리면서도 이런 나무는 외국의 이국적인 풍경에서나 봤지 '우리나라엔 잘 없는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렸다. 나무 표현하기에 동화적이며 무난한 형태라는 생각에. 말하자면
그 그림(내가 그린 나무그림이)이 편백나무 모양과 똑 같다는 걸 이번에 안 셈이다. 반가운 일이다.
위로갈수록 뽀족해지는 나무, 그러니까 원뿔 모양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편백나무 모양 인 줄도 모르고 나무하면 줄창 그렇게 그려왔다는 것도 생각하면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의 차이를 이런 일에서
발견하는 것은 그나마 덜 챙피한 부분이라 다행이고 반가운 일이긴 하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 외에도 잘 모르는 것을 논한다는 것이 얼마나 조심스러운 건지는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지금 이글을 쓰면서도 <보리암>을 창건한 건 원효대사가 분명하지만
암자명까지 지은 건지 아니면 후세에서 지은건지는 잘 모르고 쓴다.
알아봐야 하겠지만 내 느낌에 원효대사가 지은것이 분명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쓴다. ㅎㅎ
속세를 벗어난 이상향의 세계 같은 보리암!
내가 본 보리암의 모습과 느낌은 그랬다!
휴가지도 초행길이면 다녀온 이들이 추천하는 곳을 찾아가보는 방법도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 이번 휴가는 어느 해 보다도 볼거리가 많아서 좋았다.
남해 보리암을 시작으로 박경리 선생님의 고향 통영에서 하루를 거하고
거제도 외도까지 다녀왔답니다.
시간내서 나머지 자료들도 속히 올려 볼 계획입니다.
여름휴가 아직 출발하지 않으셨거나 가실 계획 있으신 분들 참고 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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