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행복 | ||||||||||
자고로 일이란 돈 되는 일이어야 인정도 받고 할 맛이 나는 건 사실이다. 두 달간의 기고를 지인 몇에게 알렸을 때 “돈은 되니?”라는 반응이 제일 먼저 왔다. 돈으로 경험할 수 없는 일임에도 돈으로 접근하는 시류의 팍팍함이 못내 씁쓸했다. 미리 준비해두고 시작한 일이 아니어서 더 반갑기도 한 이 일을 나는 즐긴다.
내가 하는 일 중에는 시민명예기자 일도 있다. 구미시청과 경북도청 홈페이지에 기고하는 순수 봉사일인데, 내가 사는 도시에 관심과 사랑, 애착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사람 만나는 일이 좋은 나는 취재거리가 있으면 언제 어디에나 달려간다. 지난 구미전국연극제 기간에는 전국에서 관심 있는 네티즌들이 포털 검색을 통해서 블로그로 접속해 오는 것을 보면서 내가 쓴 기사가 안내 자료도 되고 기록물이 부족한 지자체에 소중한 자료로 남는다는 자부심도 갖게 되었다.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는 일은 늘 새롭다. 2년 전 처음에는 취재원과 관련된 기사나 자료를 검색해 보는 건 당연했지만, 질문서까지 작성했었다. 그러다 보니 만나기도 전에 내가 더 긴장할 때도 있었다. 나이가 많은 분이거나 생소한 분야인 경우엔 더욱 그랬다. 요즘은 사람과의 만남은 느낌이나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걸 알기에 취재원이 ‘어떤 사람일까?’하는 호기심과 설렘만 가지고 간다.
가끔은 예상치 못했던 일들도 있다. 얘기를 하다 보면 쌓인 것이 많아 분개하기도 하고 회환에 젖기도 한다. 그럴 때는 침묵으로 기다리기도 하고 내 감성으로 행간을 읽기도 한다. 가끔 “내가 이런 얘기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라는 쑥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물론 기사로 담지 않는 이야기들이 더 많은, 이런 인간적인 만남은 그 만남이 몇 시간이었든 잠깐이었든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내가 상대를 이해하려고 애쓸수록 느끼는 감정이다.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만의 색깔을 찾는 일은 기사의 기본이다. 가끔 취재를 갔어도 내 안에 울림이 없으면 쓰지 않는다. 독자에게도 소음이 될 것이란 걸 알기에.
취재를 전후하여 자료를 찾는 일은 내가 세상을 조금씩 알아간다는 느낌을 준다. 한 꼭지의 기사를 마감하고 나면 그 사람에 대한 따뜻함이 기사와 함께 내 머릿속에 저장된다. 내 잇속만 생각했거나 돈 안 되는 일이라고 시작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만날 수 없었을 사람들과의 인연! 이 일로 인해 내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이다. 그들과의 만남이 진솔할 수 있었던 것도 돈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임을 나는 안다. 사람 만나는 일이 즐거운 나는 요즘 행복하다. 돈 안 되는 행복은 돈으로 살 수도 없다. 이미애 수필가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
- 2009년 10월 01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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