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가 재란 누나의 얼굴이 유리창에 너무 가까이 닿아 일그러졌다.
코와 입술이 찌그러들었다. 우스웠다. 내가 막 소리를 내어 웃었다.
이번에는 내가 얼굴을 유리창에 갖다대었다.
재란 누나가 창밖에서 찌그러진 내 얼굴을 보고 낄낄거렸다.
그런데 그때 참으로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재란 누나가 갑자기 유리창에 입술을 갖다대었다.
이번에는 장난기가 있는, 일부러 흉하게 일그러뜨린 입술이 아니었다.
살짝 눈을 감고 뭔가 내 입술을 기다리는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그런 누나를 한참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누나의 입술 위에 내 입술을 포개었다.
재란 누나는 창밖에 있었고, 나는 창 안에 있었다.
재란 누나와 내 입술 사이에는 유리창이 가로놓여 있엇다.
그러나 그런 사실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리는 한참 동안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키스를 했다.
정말 영화에서 본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키스를 하는 것 같았다.
가슴은 한없이 쿵쾅대었다. 비록 유리창을 사이에 둔 키스였지만
재란 누나의 부드러운 입술 감각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았다.
재란누나의 얼굴이 감홍시처럼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나도 얼굴이 저녁놀처럼 벌겋게 달아 올라 있었다.
그리고 그뿐이었다. 그것이 내가 여자하고 해본 첫 키스였다.
정호승- 나의 첫키스 부분
'나의 첫키스'는 24분의 시인중 첫번째로 나오는 작품이다.
상상하면서 읽기만 해도 가슴이 쿵쾅대는
몇번을 읽어도 여전히 설렘이 되살아나는
내가 재란누나도 되어보고 시인도 되어보고.. 상상만으로도 ..
성숙한 재란누나는 호승이 먹다가 딱딱해서 뱉은 오징어 다리를
자기는 좋아한다며 침이 묻어 있을텐데도 맛있게 먹는다.
그런 누나를 보면서
자기를 좋아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런 행위는 상대방에 대한 사랑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반대로 재란누나가 먹던 그 어떤 음식이라도
자신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자신을 보게된다.
상대방이 먹던 음식을 조금도 더럽다고 느끼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서로 보통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부분이 있다. ㅎㅎ
재란누나는 사촌 누나인데 지금은 이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시인에겐 더 아름답고 그리운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 같다!
첫사랑, 첫키스의 추억,
첫사랑이라고 다 첫키스를 하는 걸까?
너무 순수하고 숫기도 없는 사랑은 짝사랑처럼 마음만 끓이다가 끝나기 때문에
정작 아무것도 못해본 첫사랑이 더 많지 않을까!
그래서 그 첫사랑의 순수함을 영원히 동경하면서 사는지도 모른다.
남자든 여자든. 그 처음은... 가슴이 이렇게 뛸수도 있고 부끄런 감정이 어떤 것인지
심장이 이렇게 쿵쾅 거릴수 있다는 것도 처음느끼고
이성에 눈이 뜨이고 그 사람이 가슴안으로 확 들어온 느낌
내가 받아들인 것도 아닌데 어느새 들어와 주인이 되어 있는 이성을 느끼는.
그 처음은 평생을 두고 못잊을 일인건 분명하다.
세월이 가도
사랑은 추억속에서 영원히 사는 것.
어제 저녁 달갑지 않은 감기 기운이 찾아와 약을 챙겨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낡은 필름처럼 이어졌다 끊어지고 이어졌다 끊어지기를 반복하는
어지러운 꿈에 시달리다 깨어났습니다.
갈증이 자꾸 보채고 시켜 물을 마시려고 나가는 길에 벽시계를 올려다보니 새벽 한 시군요.
꿈길밖에 길이 없어 이제 당신은 그렇게 꿈으로나 찾아와 나를 울리곤 합니다.
당신을 떠올리면 당신 떠나온 지 10년이 넘은 세월인데도
아직 명치끝이 타는 듯 아프고 쓰라립니다.
10년 전 당신을 떠나는 일은 수만 평의 진흙밭에 들어선 구두처럼
내겐 너무 힘들고 벅찬 일이었습니다.
모든 회한은 돌이킬 수 없을 때에야 찾아오는가 봅니다.
영화처럼 소설처럼 아름답고 환하게 헤어지고 싶었는데
현실은 그런 내 소망과 의지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현실 안에서는 대부분 이별의 색깔이 칙칙하고 무겁고 어둡기 마련인가 봅니다.
그것이 목에 걸린 가시처럼 내내 마음에 남아,
나날의 지리멸렬한 일상속으로 불쑥 당신의 얼굴이 찾아올 때마다 꼭꼭 찔러대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모두가 잘 된 일입니다.
10년이면 끝이 벌어져 시뻘겋게 성이 나 날이 선 상처도
어지간히 진물이 흐르고 난 뒤 딱지가 지고 아무는 세월이지요.
상처가 남기는 하지만 그것은 절대 생의 굴욕이 아닙니다.
비록 내게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고 떠난 당신이어서 무척 당혹스러웠고
그래서원망하면서 갑자기 큰비로 불어난 도랑물 속 치어처럼
갈피없이 감정의 폭풍에 휩쓸려야 했었지만,
어쨌든 요란했던 큰비가 왔으니 가게 마련이었고
흙탕물 일던 도랑불도 가라앉아 예전의 고요와 평화가 찾아왔으니 말입니다.
내게로 왔던 것들은 언젠가 다 가게 마련입니다.
젊은 날은 내게로 오는 것들만 눈에 띄더니 나이가 드니
내게서 멀어지는 것들이 눈에 더 자주 밟힙니다.
나는 가끔 당신의 오늘을 떠올려보며 많이 궁금해합니다. 어떻게 변해 있을까?
지금 하는 일은 무엇이고 어디에 살고 있을까?
결혼 적령기를 넘겼으니 결혼을 하였을 것이고, 그렇다면 아이는 몇을 두었을까?
남편은 무얼 하는 사람일까? 또 전공을 살려 작곡은 계속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제도적 일상의 굴레에 갇혀 푸른 꿈을 접은 것은 아닐까?
등등 누구나 헤어진 자신의 연인에게 한 번쯤 품었음 직한 궁금증을 나도 가져보곤 합니다.
내가 당신을 떠올리는 것처럼 당신도 가끔은 나를 떠올리며 지난날을 그리워하고 있는지?
그것도 궁금하군요. 때 묻고 낡은 생각이라 나무라셔도 이것만은 어쩔 수 없어요
저라고 특별한 사람은 아니니까 말입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살든지 마음 편하고 건강하게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당신과 아프고 아름다웠던(당신과 부디 생각이 일치하기를)추억은 나중에 시가 되었습니다.
그 시편들은 이미 간행된 시집속에 수록되었습니다. 당신에게 책을 보내고 싶었지만,,,
죽기 전에 한 번이라도 소식이 오면 좋겠다는, 부질없는 소망도 가져 봅니다.
한 하늘을 지고 사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겠지요?
어디에 살든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모든 사물이 당신을 통해서만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었던 그 시절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안녕, 눈 초롱한 사랑이여!
이재무-두꺼운 책으로 남은 사랑 부분
'꿈길밖에 길이 없어 이제 당신은 그렇게 꿈으로나 찾아와 나를 울리곤 합니다.'
서른 여덟의 선생님과 스물 한 살의 제자간의 사랑이야기다.
시인은 유부남이었고 심리적인 거리를 두려 했지만
그 풋풋한 젊음은 어느새 생활의 권태에 빠진 시인에게 국화꽃 향기로 다가왔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사랑,
<젊은 그녀가, 당신의 첫사랑이 바로 나라고! 볼에 홍조를 띄우며
수줍은 듯 작고 여리게 말했을때, 아아, 그날의 그 황홀감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마음속으로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던, 이어 찾아온 까닭없이 죄스러웠던 그날의 감정을..>
사랑의 고백!
제대로 사랑한다고 고백할수 있는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스물한살의 당찬 제자는 바다같이 넓어 보였을 선생님을 맘껏 사랑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 선생님은 금방 쪄낸 떡살같다고 한 그 뾰얀 젊음이 이 세상 그무엇보다 빛났겠지만
차마 맘껏 사랑하지 못한 가슴앓이가 더 크지 않았을까.
그럴수록이 그 제자는 그런 선생님을 더 사랑하게 되는..
그렇게 이별말고는 답이 없는 사랑을 하면서 그들은 행복했을까!
'나는 당신이 내게 오래 머물기를 바라면서
동시에 빨리 당신이 나를 떠나기를 바라는 상반된 감정에 시달렸습니다.'
라고 한 선생님, 결국 그는 그녀를 떠나 보내지 못했을 것이고,
열정적이었던 그녀가 먼저 떠났을 것이라는 짐작이 절로 되는 부분이다.
10년이 지났고..
꿈길밖에 길이 없어 이제는 꿈으로나 찾아와서 나를 울리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이 사랑도
아프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을것이다. 추억이라도 남았으니까..
꿈속이어서 가능한, 꿈길 밖에 없는 그리운 대상!
꿈속에서라도 만나면 여전히 그 시절로 돌아가 만나게 되는 대상!
그런 대상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아픔을 안고사는 일이지만
대상이 있어 가능한 감정이므로 감사할 일이다.
그래서 아무리 회환에 젖고, 아프더라도 같은 하늘아래 살아 있다는 것
그가 무얼하며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더라도
그도 어딘가에서 숨을 쉬고 있을 것이고, 때되면 밥을 먹을 것이고,
사랑도 할 것이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으로 충분한,
순명을 축복으로 느끼며 살아야 하리라. 그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지켜봐주는 저 하늘이 있으니하고 위로받으며 살 수 있는 일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살아있다는 건 모든 가능성이며 희망이다.
하늘도 허락하지 않은 사랑은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사는 일 그것이 가장 아름답게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꿈에서만 가능한 만남
자신도 모르는 저 심연 어딘가에 잠재되어 있는 사람,
누구나 가슴안에 사랑을 묻고 살지는 않겠지만
찬란한 하늘을 빛나는 하늘을 바랄볼 수 있는 것으로도
다행이라며 여기는 삶도 있을 것이다.
가을비가 촉촉히 내리고 있습니다. 산도 젖고 강도 젖고 풀잎들도 젖고 마음도 젖습니다.
가을비 내리면 추워지고 봄비 내리면 따뜻해진다는 데,
이 비 그치면 들판의 곡식들은 더욱 더 깊이 고개 숙이며 익어가고,
강가에 풀잎들은 노랗게 말라가리, 아, 가을의 강가에 가 보았는지.
해맑은 햇살 속에 마른 풀잎들이 사각이는 겨울 강가에 서서 저무는 물을 보았는지.
외로움처럼 키 큰 포풀러 마른 잎이 다지고 마른 풀섶에 샛노란 산국이 지고,
단풍 지면 산산이 빈산이 되어 저 강에는 겨울이 오고
저 강물로 하얀 눈송이들도 겁도없이 하얗게 내리리라.
그러면 나는 강가에 서서 강물로 사라지는 눈송이 들을 보리,
내게 사랑은 늘 그렇게 왔다네.
계절처럼! 소리없이 왔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면서 잎 피고 바람 불고 눈내리고 비가 왔다네.
그 여자네 집은 우리 동네 윗동네에 있습니다
그 여자네 집 가는 길엔 벼가 익고 개구리가 울고 감나무가 있고
보리가 겨울 달빛 속에 자랐습니다.
그 여자네 집 가는 길에 하얀 감자꽃이 피고 들국화가 피고
구절초가 피고 산 벚꽃이 피고 강가에는, 강가에는 검은 바위들이 달밤에 번쩍거렸습니다.
풀벌레 울고 밤 산에서 소쩍새 울고 부엉새가 부엉부엉 울었습니다.
어두운 밤에도 굽이굽이 하얗게 살아나던 길, 달이 뜨면 뽀얖게 떠 보이는,
적막하고 다정한 길이 늘 펼쳐졌답니다.
해 저물고 바람 불면 바람 따라 길 따라 하얗게 춤을 추던 개망초꽃,
그리고 해맑은 풀잎들. 그 길은 슬프고 외롭고 쓸쓸하고 그리고 정다운 길입니다.
아버지들이 하얀 달빛을 받으며 나락을 져 나르던 길이며,
어머니들이 애기 업고 머리에 곡식을 져 나르던 길입니다.
내 누이들이 돈 벌러 가던 길이며, 동무들이 밤도망!을 치던 길입니다.
어머니들이 울면서 자식들을 떠나보내고 눈물로 자식들을 기다리던 길입니다.
꽃길입니다. 서러운 눈물 뿌리던 길입니다.
기쁨의 길입니다. 그 여자를 만나러 가는 내 사랑의 길이기도 합니다.
그 여자는 꽃같이 고운 열아홉이었습니다.
그 여자네 집을 가는 길엔 한 그루의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습니다.
그 느티나무 앞에는 작은 들판이 펼쳐져 있고 그 들 끝에는 언제나 강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 들 끝에 그 여자네 무 밭이 있습니다. 그 무 밭에는 늘 곡식들이 다 떠난 들판에
파란무들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 여자는 이따금 그 무 밭에서 무나 배추를 뽑아 머리에 이고 가기도 했습니다.
그 느티나무 부근에는 또 그 여자네 밭이 있고 그 밭에는 그 여자네 어머니가
늘 하얀 수건을 쓰고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밭가에는 토란잎이 넙적하게 자라기도 하고,
가지가 열리기도 하고, 오이가 열리기도 하고,
그 여자가 그 여자 어머니와 함께 통밭을 매기도 했습니다.
가을이 되면 감이 붉게 익고 그 여자가 감 망으로 감을 따가가
내가 지나가도 못 본 척하기도 했습니다.
그 여자 꽃같이 고운 열아홉 그 여자는 어머니랑 같이 그 나무 아래를 지나며
나를 못 본 척 눈을 내리깔고 그냥 지나갑니다.
그러나 어디만큼 가서는 얼른 뒤를 돌아다봅니다.
뒤태가 이뻤던 그 여자는 그때 꽃같이 고운 열아홉이었습니다.
그 여자가 나를 힐끗 뒤돌아본 날 밤이면 그 여자는 그 느티나무에서 나를 기다렸습니다.
나느 달빛을 받으며 그 길을 걸어 그 여자를 만나러 갔습니다.
먼 산에서 우는 소쩍새 소리를 들으며, 물소리를 차며 그 여자를 만나러 갔습니다.
검정 우산같이 달 그늘을 거느린 그 느티나무를 보면 나는 가슴이 뛰었습니다.
그 여자는 커다란 느티나무에 등을 대고 기대어 서서 달을 보며 나를 기다렸습니다.
스웨터를 여미며 나를 보고 웃는 그 여자는 달빛 아래 하얗게 핀 박꽃이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들은 밤이면 그 느티나무 등 뒤에서 만났습니다.
어쩌다가 밤 늦게 사람이 지나가면 우리둘이는
그 나무 등에 딱 붙어서 숨을 죽이고 있었습니다.
그럴 때 우리들은 너무 가슴이 뛰고 그리고 너무 좋았습니다.
어찌나 가슴이 쿵쿵 뛰는지 느티나무가 다 흔들리는지 느티나무가 다 흔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 여자의 숨소리, 따뜻해져오는 몸, 그리고 어색하게 더듬어 찾던 손과 마주치던 눈길들.
길 가던 사람이 지나가도 우린 한참을 그렇게 오래 느티나무 등 뒤에 서 있었답니다.
사랑은 상대에 대한 온전한 깨어있음이라는 생각이 이 글을 읽으면서 들었다.
사랑은, 그 대상외에는 그 어느 것에도 관심이 가지 않으며
모든 사물이 그와 관련된 것으로 클로즈업되는 일,
그런 열병같은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열은 내린다.
해열제를 먹지 않아도.. .
한편의 시 같은 그 여자와 그 여자의 모든 주변까지
이렇게 마음으로 사계절을 느끼며
오래 오래 눈에 마음에 가슴에 담아둔 사랑은
쉽게 익숙해지고 가까워진 사랑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
사랑하느라 오래 걸린 시간 만큼 그 사랑은 더 깊이가 있는게 아닐까.
쉽게 사랑한 사랑은 그 연한이 그 만큼 짧은게 아닐까.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랑, 운명같은 사랑을 만나는 건 한 순간인 사랑도 있을 것이지만.
이런 사랑은 참 이쁘다.
함께 가슴앓이한 골목길과 밤하늘의 달과, 달그늘을 거느린 느티나무
무밭의 무 배추까지.. 가슴이, 어찌나 가슴이 뛰는지
느티나무까지 흔들린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그런 떨림!
마주 잡은 손이 부끄럽고 땀이 베어나 촉촉히 포개진 두 손이 다시 그 땀만큼 부끄런
그래도 잡은 손을 놓지도 못하는 촉촉한 느낌의 그 손!
............
그런 아름다운 시절을 가슴에 묻어두어서 가끔 한번씩 꺼내 볼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추억도 없이 사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누군가 그랬다 추억이 없는 사람이 가장 불쌍한 사람이라고..
추억만큼 우리가 오래도록 간직하고 가져 갈 수 있는게 또 있을까.
사랑도 결국은 추억 아닐까!
어떤 날 밤은 그 여자가 우리 집으로 오기도 했습니다.
동무들과 같이 와서 내 방문에 밤톨만 한 돌멩이를 던졌습니다.
뒷문으로 얼른 들어온 그 여자는, 동무들과 같이 있으면 늘 내게 무심한 듯했습니다.
멀리멀리 돌아서야 내게 닿는 애매한 말을 했지만 나는 그 말이 내게 한 말임을 잘 알았습니다.
어쩔 대는 평소 우리 둘의 뜻과는 너무 엉뚱한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방은 따뜻했고 우리들은 이불 속에다 두 다리를 뻗고 앉아 놀았습니다.
나는 그 여자의 발을 찾다가 다른 여자의 발을 잘못 건드리기도 했지만
우리 둘의 발이 닿으면 우리만 아는 웃음을 웃으며 좋아했습니다.
우리들은 늘 만나 놀았습니다. 이웃마을에 사는 총각들과 처녀들이 만나 놀 때도 있었고
삼사동네 젊은 청춘들이 만나 밤을 새워 강가에서 놀았습니다.
달 뜬 밤 우리들의 젊음을 견디지 못해 우리들은 우리들의 장소에서 만나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추며 놀았습니다. 강가에서 만나 밤이슬이 내릴 때까지 놀았습니다.
그렇게 사람들 속에 섞여 있어도 우리 둘은 어떻게든 또 따로 만났습니다.
넓은 바위 위에서 나는 눕고 그 여자는 내 곁에 앉아 달을 보며 우리들은 행복했습니다.
먼 데서 사람들의 웃는 소리 떠드는 소리가 까마득하게 들려왔습니다.
그럴 때 일수록 우린 우리 둘이라는게 그렇게 실감나고 호젓하고 좋았습니다.
그 여자, 생각하면 숨소리가 들릴 것 같은 그 여자네 집은 우리 동네 윗동네에 있습니다.
김용택 - 그 여자 부분
동무들과 함께 만나고도 어떻게든 따로 둘이 만날수 있는 사랑은
영악하고 현명한 사랑인지도 모른다.
동무들과 만나고만 마는 순수한 가슴앓이들도 얼마나 많을까.
나만 느껴지는 그와 그만 느낄 나를 서로 나누는 마음은 얼마나 황홀할것이며
그 둘이 함께하는 시간은 또 얼마나 행복하며 좋을지
그것을 경험해 보지 못한 가슴앓이 사랑은 참 억울할 일이다!
생각만해도 숨소리가 들릴 것 같은 그 여자!
대웅전 정 처마 귀퉁이를 받치고 있는 나신상 때문이었습니다.
부끄럽게도 아니 몰상식하게도 엄숙한 대웅전 처마 네 귀퉁이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 나신상이라니.... 누가 이 절을 지었을까? 궁금했습니다.
그러다가 이 대웅전을 지은 도편수의 사연을 듣게 되었습니다.
당대의 명공이었던 도편수는 전등사 대웅전 건립을 책임지고 공사에 들어가던 중
우연히 마을의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됐답니다. 깊은 사랑에 빠진 이 도편수는 공사가 끝나면
그 여인과 살림을 차릴 생각으로 대웅전 공사 노임 모두를 그녀에게 맡겼습니다.
그러나 공사가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마음이 변해 도편수의 돈을 모두 갖고
다른 남자와 도망을 쳤습니다.
그것을 안 도편수는 실의에 빠져 더 이상 공사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마음속에 얼마나 많은 미움과 증오가 솟구쳤을까요.
식음을 전폐하고 배회하던 도편수는 어느 날 다시 연장을 잡고
끝내는 대웅보전의 네 귀퉁이에 그 여인의 나체상을 조각해 넣어
평생 무거운 지붕을 더받치게 했답니다.
뭇사람들에게 알몸을 드러내는 수치심을 겪도록 하면서 말입니다.
그 여인이 얼마나 미웠으면 벌거벗긴 채 무거운 지붕을 받치고 있어야 하는
억겁의 고통을 주었을까요. 전등사를 나오면서 그 도편수의 마음을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에 대한 증오의 마음도 일종의 사랑을 향한 또다른 그리움이라는 것입니다.
전등사를 나오는 길에 추적추적 비가 내렸습니다.
나는 아주 못되게도 내 마음의 사랑을 그 나신상에 올려놓았습니다.
이 땅에 모든 미운 사랑은 그녀만이 지고 있도록 말입니다.
왠지 마음이 후련해지면서도 슬퍼집니다. 그녀를 사랑했나 봅니다.
전등사에 가면 내 오래전 잃어버린 그립도록 미운 사랑이 있습니다.
권대웅- 오래전 잃어버린 그립도록 미운 사랑
도편수의 이야기가 재미 있어서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곳이 된 전등사!
어쩌면 도편수는 그 나신상의 완성으로
그 여인을 온전히 마음에서 내려 놓았을지도 모른다.
어제 만난 친구에게 도편수 이야기를 해 줬더니 친구는 무슨 그런,
대웅전 공사를 망치는 일을 할 수 있느냐며 의아해 했다.
실용적이며 매우 이성적인 친구와
이 나이에도 감정이입이 너무 빨라 감성적인 일에는 주책스럽게 잘 엎어지는
나와는 상반된 의견이었다.
나는 도편수가 사랑했던 여인에 대한 미움을 나신상으로 표헌해낸
그 사랑방법이 좋았으며 아름답게까지 느껴졌다.
설령 그 여인이 나였더라도. 두고두고 죄책감에 시달릴 무거운 형벌을 안고 살더라도
그 무거운 지붕을 이고 사는 것 같은 짐을 안고 살아갈지라도
그 진정한 사랑을 시차만 다를 뿐 언젠가는 그 여인도 알게 될 것이며
그리고 언젠가는 도편수를 그리워하고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마음의 짐인 죄책감은 도편수에 대한 그리움의 무게로 바뀔테고
뒤늦은 사랑이지만 도편수를 사랑하는 여인으로 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극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잊어버리고 싶은 사랑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것 아닐까
사랑인줄 알았는데 사랑이 아닌 사랑, 도편수에겐 분명 사랑이었는데
그 여인에겐 사랑이 따로 있었던,
이럴 때 도편수에겐 잊어야할 사랑이겠지만 진정 사랑했다면 잊지 못할게고,.
그리보면 사랑은 내 감정이며, 내 진심, 내 진실인지도 모른다.
내 맘같은 사랑을 만나는 일이 가장 이상적인 사랑이겠지만
그렇지 못한 만남과 사랑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을까
그래서 사람들은 누구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못하는 지도 모른다.
사랑에 대한 증오의 마음도 일종의 사랑을 향한
또다른 그리움이라는 표현이 공감간다.
나타샤, 노란 은행잎이 마치 눈처럼 내리는 늦가을 입니다.
은행잎들이 사라질 때쯤이면 그 자리에 또 눈이 내려 쌓이는 겨울이 오겠지요.
나는 나타샤, 라는 말을 들으면 당신의 이름 뒤쪽으로 왠지 눈이 내리고 있을 것 같고,
눈부신 허벅지의 자작나무숲이 펼쳐져 있을 것 같고.
당신이 홀연 나타날 것만 같아서 숨이 막힌답니다.
백석의 시에서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습니다.
나는 백석이라는 사내가 무척 부러웠습니다.
나도 백석처럼 가난했으나 내게는 아름다운 나타샤도 흰 당나귀도 없었으니까요.
그래도 백석이 되어보려고 혼자 쓸쓸히 앉아 눈 내리는 북방을 생각하며
밤새워 소주를 퍼마시기도 했지요.
그렇게 몇 날 며칠 술을 마셔대도 나타샤 당신은 오지 않더군요.
당신에 대해 내가 아는 건 당신이 아름답다는 것과
내가 사랑하는 한 시인이 당신을 사랑했다는 것뿐입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을 마음으로 그려볼 밖에 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아마 당신은 흰 눈을 닮았을 것 같습니다.
손으로 만지거나 가까이 가슴에 품으면 금세 녹아 없어지는,
눈물이 되어 녹아버리는 당신은 혹 그런 사람이 아닌가요?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 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데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백석과 짧고도 뜨거운 연애를 했던 자야 여사는 누런 미농지 봉투 속에 든 이시를 직접 받았다 했고, 1938년 당시 <삼천리> 잡지 기자엿던 소설가 최정희 선생은 백석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자
이 시를 보내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통영 처녀 박경련과의 러브스토리도 공개된 적이 있지요.
과연 이 중에서 나타샤가 누구 일까 하고 세간에는 말이 많았지요.
나타샤 하지만 당신이 누구인지 내게는 그게 그리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여인들에게 이시를 건네주며
사랑의 무기로 활용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나는 이 시에서
"가난한 내가 /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 오늘 밤 푹푹 눈이 나린다?"는 구절을 좋아합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눈이 내린다는 겁니다! 눈이 내리는 날 만나자 어쩌고저쩌고 하는
유행가풍의 사랑법을 일거에 격파하는 솜씨가 멋지지 않습니까?
게다가 연인에게 산골로 가서 살자고하면서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데 지는 것이 아니다 /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라고
당당하게 말할 줄 아는 사내는 백석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었을 겁니다.
누군들 이런 목소리에 빨려들지 않겠는지요. 나타샤 내말을 서운하게 듣지 마십시요.
어저면 백석에게는 나타샤가 아예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가해 봤습니다.
물론 많은 여자가 그의 주변에 있었만 그 어떤 남자에게도 나타샤는 없는 게 아닐까요?
없기 때문에 또 모든 남자들은 나탸샤를 그리워하는게 아닐까요?
안도현 - 그리운 나타샤에게 부분
나타샤를 꿈꾸는 남자와 자신이 그의 나타샤이기를 바라는 여자는
그렇게 서로 이상을 꿈꾸며 사는게 아닐까.
남자든 여자든 나타샤를 꿈꾸며 현실을 사는 게 아닐까.
이상적인 삶!
현실에서 나타샤를 만나 산다면 그것으로 이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하겠지만
현실의 나타샤는 없기도 하고 못만난 사랑이기도 할 테니까
현실은 현실로 그렇게 열심히 살 수 밖에 없는게 아닐까.
......
어쩌면 이상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란
내 곁의 그 사람이 나타샤란 걸 모르고 사는 사람과
알고 사는 사람의 차이인지도 모른다.
구욱구욱 물수리는 강가 숲 속에서 우는데.
대장부의 좋은 베필, 아리따운 고운 아가씨는 어디 있는고,
올망졸망 마름풀을 이리저리 헤치며 뜯노라니
아리따운 아가씨, 자나 깨나 그립네.
올망졸망 마름풀을 이리저리 헤치며 뜯노라니
아리따운 고운 아가씨와 금슬 좋게 벗하고 싶네
생각속에서 아가씨를 그리워하던 총각은
어느새 그 아가씨와 금슬 좋게 벗하고 싶어한다.
생각, 상상력의 위력을 여지 없이 드러낸 시다!
어느새 그 여인을 내 안으로 끌어들이고
그와 부부이기를.. 함께 살고 싶다는 이 놀라운 상상력..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 공상가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 정서적인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엔돌핀 같은 상상력!
<시경>의 <물수리>는 두고두고 읽어도 좋은, 최고의 시 입니다.
옛날 옛적 2500년도 더 된 옛날 평범한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의 마음에도 다가와 감동을 주는 게 신기합니다.
좋은 시는 이렇듯 영원한 생명을 지닌 시일 것입니다.
이 시를 읽노라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한 남자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 남자 속에 또 보이지않는 한 아가씨가 서 있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시집일 <시경>의 첫 시가 이렇게
부부의 인연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주 의미있어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물수리>는 '모든 시의 어머니'라고 해도 좋을 듯합니다.
구욱구욱, 그 모든 사연을 알고 있는 듯한 물수리의 울음소리가 오래도록 귓가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고형렬-지금 막 사랑에 눈뜬 소년을 위하여 부분
동서고금 사랑의 감정은 똑 같은 것 같다
그래서 시가 아름답고 노래가 아름다우며.. 하늘도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사랑이 있어서 사는 일이 의미 있어지고
그 설렘이 날마다 우리를 아름답게 다시 살 수 있도록 만들고
그 설렘을 느껴본지가 하세월 이었더라도 추억이라도 있으니 좋고
살아가는 일은 그래서 사랑하는 일의 연속이 아닐까.
"그래 맞아. 사랑은 햇살이 비추기 전 끼어 있던 구름 같은 거란다.
너도 알겠지만, 우리는 구름을 만질 수는 없단다.
그러나 비를 만질 수는 있지. 한낮의 무더위에 시달려 목마른 대지와 꽃들이
이 단비를 받아 마시고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도 잘 알잖니?
사랑도 꼭 그렇단다. 손에 잡히지 않지만 모든 것 위에 부어지는 그 달콤함만은 느낄 수 있지.
사랑이 없다면 행복하지도 뭘 하고 싶지도 않을 거야."
그녀는 이 아름다운 진리가 자신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고 한다.
사람과 사람의 영혼을 연결하는 보이지 않은 끈을 본 것이다.
이 후의 삶은 이러한 보이지 않는 끈을 보고서 우리에게 그것을 연결시켜주는 삶이었다.
보지 못하는 이가 본 것을 볼 수 있는 우리는 보지 못했다.
단 몇 초의 미래도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선택한 아름다운 삶은 우리에게 수없이 많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녀에게 죽음은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마지막 메세지로만 기억된다.
몸은 죽어도 영혼은 살아 있다는 말이있다.
그녀의 영혼이 그러하다. 그녀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이미 세상에서 제일 밝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영혼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랑의 의미를 안다는 것, 당신과 내가 연결되어 있고,
그 사이를 어떠한 장애도 가로막을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헬렌켈러의 삶을 통하여 절실히 느끼고야 만다.
지금 당장, 오늘 하루가 마지막인 것처럼,
가까이 혹은 멀리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하리라.
생의 마침표는 사랑으로 찍어야 하리라.
원재훈-생의 마침표는 사랑으로 찍자 부분
세상에 내리는 단비를 사랑에 표현한 이 글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만질 수 없는 구름이었지만 비가 되어
만질 수 있는 사랑이 되고 젖을 수 있는 사랑이 된 비
비가 사랑의 화신이었던가!
목마른 대지와 꽃들이 수많은 생명들이 이 단비를 받아 마시고 얼마나 좋아하는지
손에 잡히지 않지만 모든 것 위에 부어지는 그 달콤함
"사랑이 없다면 행복하지도 뭘 하고 싶지도 않을 거야"
비처럼 이 세상 모든 생명체들에겐 축복이고 생명인 사랑!
사랑은 녹기전에 먹어야 한다는 아이스크림 같은 것이라고 말한 이도 있지만
살아있는 동안 많이 사랑할 일이다. 후회없도록..
보이지 않은 끈 같은 사랑 그래도 당기면 느낄수 있는 사랑
비 같은 사랑..
생애 마침표는 사랑으로 찍을 수 있다면..
'설렘'을 먼저 읽고 설렘 1탄 격인 '떨림'을 주문한 것이라
소설가들이 쓴 '설렘'보다 시인들의 쓴 '떨림'이 기대가 더 되었었다.
24명의 시인은 어떻게 담아냈을지 엄청 궁금했다.
그저께 도착한 날 남의 사랑 엿보기 하듯 후딱 읽었다.
그런데 뭔가 농밀한것 같긴 한데 허전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시와 소설의 차이 같은 것일까.
설렘이 떨림보다 좋았다.
이것 또한 처음 접한 것이 설렘이어서 그런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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