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행복

파김치

구름뜰 2009. 11. 6. 22:11

'파김치가 되다' 라는 말은 기운이 빠져서 녹초가 되었다는 뜻인데

금방담근 파 김치는 이렇게 풋풋하지만,

익어갈수록 모양새가 말이 아니게 처지는 것이 그야말로 '파김치' 명성답게 변해간다.

그래도 담글때 조금만 신경쓰면 훨씬 점잖게 즐길 수 있겠다.

 

 

파에서 단맛이 느껴진다. 

가을 볕이 좋아선지 모든 채소류들이 다 맛있는 때다. 

한시간도 안 걸리는 이런 김치류들을 담그고 나면 뿌듯하기도 하고

잘 익어서 맛이 제법들기 시작하면 다른 반찬으로 젓가락이 가지 않는,

입맛이 김치맛으로 폭 빠지게 만드는 김치류 반찬들은

우리네 밥상에 효자들이다.

 

 

 

파를 깨끗이 다듬어서 멸치 액젓으로 뿌리쪽 하얀부분에만 젓갈을 살싹 뿌려둔다.

이 액젓은 나중에 숨이 알맞게 죽고 나면 따라내어서 찹쌀풀에 섞어서 쓸것이다.

한 20분 정도 두면 딱 알맞게 숨이 죽는데 중간에 한 두번정도 뒤집어 주면 된다.

그 사이에 찹쌀풀쑤고 양념 준비하면 된다.

 

 

 

파가 워낙 향신성이 강한 음식이라 생강은 넣지 않아도 되고 마늘도 조금만 넣어도 맛있다.

참쌀풀에 아까 대파에 액젓뿌려둔 국물을 따루어 찹살풀에 섞는다.

그리고 고춧가루, 매실즙, 꿀, 마늘다진것 , 깨소금 등을 넣어 치대지 않아도 척척,

발림성이 좋도록 농도를 약간 묽게 한다. 잔파에 남은 수분이 거의 없으므로 묽게 하는게 좋다.

 

 

 

 

먹기 좋은 크기도 한 7-8개씩 한묶으로 묶어서 통에 보관하면 한 두 묶음씩 꺼내어

가위질만 한 번 하면 깔끔하게 즐길 수 있다.

지저분할 수도 있는 반찬을 정갈한 느낌으로 먹을 수 있겠다. 

 

 

 

금방 담근 파 김치 두묶음과 밥 한그릇을 뚝딱 비웠다.

얼얼할 정도로 매운맛도 있고 잔파의 단맛과 향이 함께 느껴진다.

 

수능을 앞둔 막내에게 파김치는 어울리는 찬이 아닐것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

파김치가 되어가는 아이에게는 보여주지도 말아야 할 반찬인지도 모르겠다.ㅎㅎ

 

 

 

'맛있는 행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붕어찜  (0) 2009.11.08
쇠고기 장조림  (0) 2009.11.07
잔멸치 볶음  (0) 2009.11.05
배추김치  (0) 2009.10.31
생태탕!  (0) 2009.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