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행복

무생채 무침!

구름뜰 2009. 11. 18. 10:38

가을무가 절정이다.

유년기를 시골에서 보낸 나는 가을무만 보면 고향들녘의 이 맘때쯤 무밭이 생각난다.

초등학교 고학년 쯤에는 학교 다녀오면 신발도 벗지 않고 가방은 마루 어디쯤에나,

방문이 열려 있다면 안방으로 휘~익 던져놓고 바로 들로 산으로 놀러다녔다.

집에서는 절대로 책을 꺼내 공부를 하지 않던 것이 철칙인양 잘 지켰다.

그 가방은 다음날 아침 시간표 정리할 때라야 손이갔다.

 

추수끝난 논바닥은 바짝 마르지 않아 한 겨울이나 되어야 놀 수 있었고

그나마 집안일에 도움도 되고 놀이도 되는 일은 산에 나무를 하러 가는 일이었다.

나무라야 불살개 정도로 쓰이는 솔갈비를 까꾸리(고향에서는 그렇게 불렀다. 솔갈비를 끌어 모으는 도구다)로 끌어모으는 거였는데 그것을 해 올때마다 부모님이 워낙 좋아하셨기에

굳이 하러 가라고 하지 않아도 새끼줄 한 뭉치와 까꾸리를 들고 여자애들과 어울려 자주 갔다. 

남자애들은 고목이나 삭정이 같은 진짜 나무를 했었고

여자애들만 솔갈비를 모았던 것 같다.

겨울을 앞두고 난방재료라야 땔감이 전부였던  터라 겨우살이 준비는 어른이나 아이나  

나무를 해 나르는 일들로 보내던 시절이었다.

 

나무하러 산으로 가는길,

참새 방앗간이 저절로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산으로 가는 길 갈피마다

가을볕을 받아 연두빛으로 몸매자랑을 하고 있는 무들이었다.

그건 총각눈에 띄는 처자만큼이나 본능적으로 눈길이 가는 먹거리 였다.   

누구네 밭인지도 알았고,  앞으로 몇개의 무 밭이 더 나올지도 알기에,

한곳 만 공략하지 않고 여기 저기 골고루 공략 할 줄도 알았던 그시절.

시근도 요량도 눈치도 빨랐던 어린 시절이었다. 

 

무 밑동은 관심 없었고 무 밭에서 연두빛으로 위로 쑥 길게 웃자란듯한 무는

만한 도덕군자였더라도 나무하러가는 길이면, 뿌리칠수 없는 연두빛 유혹이었을 것이다!

어린 우리들은 어울려서 무서리를 했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별로 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반가운 먹기리였다. 나도 한 두번 아니 더 여러번 서리를 한 기억이 있다.

 

무청을 떼어내고 치아로 윗둥을 몇번 베어내고 나면 유독 두꺼웠던 연두빛 가을 무 속살.

껍질은 손톱으로 돌려깍기 하듯 벗겨내고 흙이 묻은 밑동을 툭툭 털고 먹던 그 무의 단맛!.

먹다보면 허기도 금방 면했다. 그 단맛을 지금의 무엇에 비길까...

 

그 연두빛 경계를 다 먹고 나면, 단맛은 사라지고 아린듯 약간 매운맛이 돌고 그러면 미련없이 던져 버렸던...

어떤 친구들은 투포환 선수처럼 멀리멀리 그렇게 완벽하게 서리의 흔적도 남기지 않던 센스,

그렇다고 밭 주인이 모를까마는 아마도 밭 주인은 서리양까지 생각해서 가을무를 넉넉히 심지 않았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생각도 든다.

"무를 먹고 트림을 하지 않으면 인삼보다 몸에 좋다"던 그 무의 뒤끝은 언제나 트림으로 마무리ㅎㅎ.

 

가을들녘만큼 빛바랜듯 하지만 언제나 그리운 고향의 추억들.

기억속에 남아 있다는 것은 그것을 그 만큼 그리워하고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일 것이다.

아무거나 다 기억하는 건 아니니까!

  

그리운 것이 많은 나는 좋은 기억을 많이 갖고 있는 셈이니 이것또한 복인지도 모른다.

 

 

이야기 보따리가 엉뚱한 곳으로 풀어졌다. ㅎㅎ.

`무생채 레시피 올립니다.`

 

 

무채 이쁘게 썰어야 하는데 저는 오늘 이쁘게 썰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잔파가 있다면 약간 넣어도 좋겠구요.

없으면 당연 임자 맘대로! 입니다.

 

 

양념장은 액젓으로 간하면 가장 깔끔하다. 까나리, 멸치 액젓 다 좋음. 

그외에는 매실즙, 물엿약간, 다진 마늘, 깨소금, 식초 약간, 

 

 

양념준비 해 두었다가 식탁에 내기 직전,

 바로 무쳐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음.

이것 역시 신선도가 생명이라고 해야 겠다.

 

 

와우! 군침 넘어가시는 분 계신가요?

그렇다면 오늘 저녁에 당장 만들어 보시길 강력 추천합니다.

 

*알아두면 좋은점 1,소금이나 진간장 간장간도 좋지만 액젓 간이 가장 깔끔하답니다.

2, 생채만 먹을때는 참기름을 넣지 않고, 먹는 것이 좋고,

 밥에 비며 먹을거면  참기름을 한방울 첨가 고추장과 함께 비벼먹으면 훨씬 더 맛있다.

3, 배추가 있다면 같은 모양으로 채 썰어서 함께 넣어주면 훨씬 더 맛나답니다.

 

년중 가장 맛있는 무철이다. 요즘은 먹는 양이 적어서 인지 무트림도 안나는 것 같다

아니면 인삼처럼 몸에 좋게 소화기 잘되는 건지도 모른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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