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는 간단히 줄거리를 요약 할 수 없는 작품이며,
줄거리를 안다고 해서 이 작품을 읽었다고는 할 수 없다.
여기에 없는 세계의 이야기를,
진실의 기억으로 이렇게까지 치밀하고 리얼하게 비춰낸 작품은 없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이렇게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야기를 원하는 것이리라.
이와미야 게이코 (문학 평론가) 1Q84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당신은 현실세계의 '지금/여기'를 잊고, 기다리고 기다리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새로운 이야기 세계로 빠져들 것이다!
오노 마사쓰구(소설가) 요미우리 신문
서평들도 작가의 글처럼 결론 내리기가 대체로 애매했음을 엿볼 수 있다.
2권을 읽은 소감은 그림으로 치면 추상화를 본것 같은 느낌이다.
상징적인 것이 많아 깔금하게 정리되는 글들보다는 여운이 남는다고나 할까.
1권에서 의문만 남긴 메세지들을 작가가 어떻게 하나씩 풀어내며 종결지을지
은근 기대를 가지고 읽었지만 역시나 갈피 갈피
답 없는 이야기들, 독자몫으로 사색을 요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아오마메와 덴고의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
가지 못한길에 대한 안타까움, 잊어버리고 살기도 하고,
자기 안에 잠재되어 있는지도 모르고 살기도 하는, 알지만 체념하며 살기도 하는
그런 우리들 삶의 단면이기도 한 것에 대한 공감은 충분히 갔다.
그리고 지나온 것들 그것이 후회일수도 있고 연민일수도 있겠지만
그속에서 나는 얼마나 진실했었는지 되돌릴 수는 없지만,
아니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 갈 수 있다면 여전히 그때와 같을지.. 등등
물론 달라질 현실은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그 순간이 진실이었다면
늦게라도 진실인줄 알았다면 그것만이라도 제대로 알고 살아가야한다는
현실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 같기도 하다.
풀지못한 수학문제처럼, 여려워 못푼게 아니라 풀려는 마음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이상없는 사람들이야기 같기도 하고,
이상을 현실에서 추스릴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 같기도 하고,
결론은 꿈이든 현실이든 자신에게 답이 있다는 얘기 같기도 하다.
아픈사랑, 기꺼운 사랑, 희생적인 사랑, 수도 없이 많은 사랑,
이책에서도 작가는 여전히 인간의 본질은 사랑임을 암시해준다.
살아가는 일도 사랑때문이고, 그 사랑때문에 살면서도
그 사랑을 살리기 위해 죽음을 택하는 그것 또한 사랑의 한 형태이기도 한 사랑!
이루어 질수 없어서 상대의 가슴속에 나를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내 가슴에 영원한 사랑으로 남게 하는 사랑.
아오마메는 덴고를 살리기 위해 죽음을 택하는 것을 덴고가 알든 모르든
그를 살릴 수 있다는 말에 그와 함께 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있지만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신앙과도 같은 사랑, 최선의 선택이기에 자기 사랑을 완성하는 것이다.
그런 마음이 어떤 건지 공감은 간다.
그리고 그렇게 완결짖는 그녀의 사랑이 소설이라서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사랑은 그 대상보다도 그 대상을 사랑하는 내 감정에 더 충실한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아오마메의 사랑을 보면서 들었다.
그래서 사랑은 홀로도 아름다울 수 있는게 아닐까.
영화, 연극, 뮤지컬, 음악, 시, 드라마등
이세상 우리가 즐기고 나누는 것들의 본질은 사랑이라고 외치고 있다.
이런 숱한 스토리들은 이루지 못한 아픔으로 더욱 간절한 스토리를 만들고
사람의 영혼을 성숙하게 만든다.
여운이 남는 추상화처럼.
자유로운 영혼과 자유롭지 못한 육체는 이상과 현실을 나타내는 것 같다.
현실에만 매달려도 재미없고 이상만 꿈꾸어도 허방다리 짚고 사는 삶밖에 안될 터이니
균형감감을 가지고 살아가라는 깨어 있으라는 얘기같기도 하다.
역시나 답은 '임자맘대로'인것 같고,
주저리 주저리 내 생각들도 결론없이 갈피 갈피 생각나는 대로..
내 맘대로 이렇게 자판위에서 춤을 추고 있다.
덴고가 본 바로는 두 사람 모두 새로운 세계에 뭔가 잘 어울리지 못하는 눈치였다.
태어날 때부터 좁고 긴밀한 커뮤니티 속에서 자란 탓에 보다 넓은 세계의 룰을
받아들이는 게 몹시 어려운 일이 된 것이다. 그들은 자주 판단력에 자신감을 잃고 곤혹스러워했다.
신앙을 버리고 해방감을 맛보변서도, 자신들이 잘못된 결단을 내린 게 아닌가 하는
회의를 여전히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덴고는 그들을 동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자아가 분명히 확립되기 전에, 아직 어린아이일 때 그 세계를 떠났더라면
일반사회에 동화될 수 있는 기회는 충분하다. 하지만 그 기회를 놓쳐버리면
그 다음은 '증인회' 커뮤니티 속에서 그 가치관에 따라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혹은 적지 않은 희생을 치르며 자기 힘으로 생활습관이며 의식을 바꿔나가는 수밖에 없다.
덴고는 그 두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소녀를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가 똑같은 고통을 맛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아오마메도 증인회 신도였던 부모님과의 유년기로 인해
자의식이 생기기 전부터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그런 환경에서 자랐다.
그런 부모곁을 일찌기 떠나오긴 했지만, 아직도 생활 곳곳에 증인회의 흔적이
남아있는 자신의 모습을 가끔은 수긍하기도 하면서 산다.
아니 긴박한 상황에서는 입에 익은 기도문이 제일먼저 그녀자신을 인식하는 말이 되어
저절로 나오고, 그때마다 그래 맞는것 같아 라고 생각하기도 하면서 몸서리치기도 한다.
어쨌거나 유년기의 기억은 성인이 된 아오마메가 아무리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해도
완전 떨쳐버리지 못하는 그 무엇으로 남아있다.
가치관의 혼란을 겪은 이 젊은이들 처럼,
덴고가 아오마메도 그런 부분의 고통을 겪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아오마메는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럴수록이 자신의 정신적인 영역에 자리잡은 덴고를 향한 사랑은 확고해 졌을것이고
그것이 가상이든 어떻든 그것은 지난한 현실을 살아가는데 버팀목은 되었을 것이다.
그가 소녀에게 바라는 것은 가능하다면 다시 한번 손을 잡아줬으면 하는 정도였다.
둘이서만, 다른 사람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내 손을 꼭 잡아주었으면, 그리고 어떤 것이든 좋다.
그녀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해줬으면. 그녀가 그녀라는, 열살의 한 소녀라는 비밀을,
조그만 목소리로 털어놓아줬으면, 그는 그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리라.
그리고 거기에서 아마도 무언가가 시작될 터였다.
그 무언가가 어떤 것인지.덴고는 아직 짐작할 수도 없었지만.
그뒤 오랫동안 덴고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행동의 결여를 후회했다.
그 소녀에게 했어야 할 말들을 이제는 얼마든지 마음속에 더올릴 수 있었다.
그녀에게 말하고 싶은것. 말해야 할 것들이 덴고 안에는 분명하게 있었던 것이다.
또한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녀를 어딘가로 불러내 이야기를 한다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적당한 기회를 만들고 그저 약간의 용기를 내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덴고는 그러지 못햇다. 그리고 기회는 영원히 사라져버렸다.
혹시라도 어딘가에서 얼굴을 마주칠 수 있다면, 그리고 다행히도 서로를 알아볼 수 있다면.
나는 그녀를 향해 모든 것을 솔직히. 아무것도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털어놓으리라.
근처 찻집에라도 들어가(물론 상대에게 시간이 있고 그의 청에 응해준다면)마주보고 앉아 무언가를 마시면서. 그는 아오마메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주 많았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네가 내 손을 잡아준 일은 지금도 잘 기억하고 있다.
그 뒤에 너와 친구가 되고 싶었다. 너를 좀더 알고 싶었다. 하지만 그만 그걸 하지 못했다.
거기에는 여러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내가 겁쟁이였다는 것이다.
그것을 나는 오래도록 후회해왔다. 지금도 여전히 후회한다. 그리고 너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덴고는 어쨌든 그녀를 만나고 싶었다.
그뒤로 그녀가 어떤 인생을 걸어왔는지. 그리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
그것만이라도 알고 싶었다.
두 사람이 아무리 많이 변했다 해도. 그들이 아주 오랜 옛날,
방과후의 초등하교 교실에서 중요한 뭔가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은 변함없으므로..
과거를 바꿔 써봤자 분명 그리 큰 의미가 있을 리 없다. 고 덴고는 실감한다.
연상의 걸프랜드가 지적한 대로다. 그녀가 옳다. 과거를 아무리 열심히.
면밀하게 다시 바꿔쓴다 해도 현재 나자신이 처한 상황의 큰 줄거리가 변하는 일은 없다.
시간이라는건 인위적인 변경은 모조리 취소시켜버릴 만큼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그것은 이미 가해진 수정에 다시금 새로운 수정을 덧칠하여 흐름을 원래대로 고쳐갈 게 틀림없다.
다소의 세세한 사실이 변경되는 일은 있다해도,
결국 덴고라는 인간은 어디까지나 덴고일 수밖에 없다.
덴고가 해야 할 일은 아마도 현재라는 교차로에 서서 과거를 성실히 응시하고.
그 과거를 바꿔 쓸 수 있는 미래를 차곡차곡 써나가는 것이리라. 그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
4장 덴고 그런 건 바라지 않은게 좋을지도 모른다.
열살적 어느날 방과후 교실에서 아오마메가 덴고의 손을 잡아준 일!
그 일 말고는 덴고가 기억하는 아오마메는 없었다.
하지만 그 기억이 선명한 풍경으로 남아 그 순간을 떠올릴때마다
호흡이 멈춘듯하고 심장박동이 가슴을 치는것 같은 풍경으로
성인이 된 덴고의 기억속에도 선명히 남아있다.
잊히지도 않았고 잊을 수도 없는 풍경으로 남은 그 순간,, ,
살아가는 근거가 되는 것 같기도 한 그 풍경!
그 풍경은 아오마메가 자신에게 잠재되어 있는 것이 었음을
20년이 지나서야 덴고는 인식한다. 그것이 사랑이라는것
그동안의 세월동안 잠재되어 있긴 했지만 자신이 의식하지 못했다는 것을 뒤늦게서야 알게된다.
그것이 1984년이 아닌 1Q84년이라서 가능한 인식인지는 모르지만
어쨌거나 그건 사랑이었네라고 확신하는 덴고,,
아오마메보다 늦지만 그래도 그도 그녀처럼 사랑을 확신하는 부분은 반갑고 아름답다.
손을 잡은 풍경! 그 열살적 풍경속에서 덴고는 아오마메의 진실된 눈빛까지 기억해낸다.
그리고 그 순간 아오마메와 함께 하늘에 뜬 두개의 달을 같이 보았다는 것도 기억해낸다
두개의 달이 주는 암시는 진실을 말하는 건지.. 무언지는 모르겠다.
다 읽었지만 답은 없다.
내안에 있는 진실하지 못한 모습과 진실된 모습의 상반된 것들을
두개의 달에 비유하면 맞는건지, 한개든 두개든 내 본질은 변하지 않은다는 얘기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두개일때는 알게되는 부분들을 한 개 일때는 의식도 못하는 부분들이 책에 나오는 걸 보면,
어쩌면 의식과 무의식(잠재의식)의 세계를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다.
또 다르게 해석하면 올려다 보지 않았을 뿐,
두개의 달이 늘 하늘에 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럴때 두개의 달은 내 존재를 재 확인하는 장치로 인식하고 의식하는 나를 표현하는
매개역할만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또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이유도 모르면서 이유도 없이 떠오르던 그 기억이
그 속에서 하루키가 찾아낸 모티브는 사랑과 진실을 이야기 하는 것 같다.
숱한 풍경! 누구나 그런 풍경들을 가슴속 앨범에다 간직하고 있지 않을까.
기억은 머릭속에 남은 것이고 추억은 가슴속에 남은 것들이라고 하지만
기억이든 추억이든 그런 풍경들 덕분에 우리는 덜 맹숭맹숭한 삶을 사는지도 모른다.
그 기억속의 내가 잠재된 것이 현실의 나이므로.
자신의 아이덴티티가 상실되는 데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그것은 오히려 어떤 의미에서는 아오마메가 환영하는 바였다.
이름에도 얼굴에도 미련이 없고, 소멸되는 게 아쉬을 만한 과거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은다.
인생의 리셋, 어쩌면 그것은 내가 오래전부터 바라던 일인지도 모른다.
자기 것 중에서 가능하면 잃고 싶지 않다고 그녀가 생각한 건,
정말 이상한 일이지만, 빈약한 젖가슴 정도였다.
- 이 젖가슴 외에 나의 무엇이 남겨지는 걸까.
물론 덴고의 기억이 남는다. 그의 손의 감촉이 남는다.
마음의 거센 떨림이 남는다. 그에게 안기고 싶다는 갈망이 남는다.
가령 다른 사람이 된다 해도, 덴고에 대한 그리움이 내게서 뜯겨나가는 일은 없다.
그것이 나와 아유미의 가장 큰 차이다. 아오마메는 생각했다.
나라는 존재의 핵심에 있는 것은 무가 아니다. 황폐하고 메마른 사막도 아니다.
나라는 존재의 중심에 있는 것은 사랑이다. 나는 변함없이 덴고라는 열 살 소년을 그리워한다.
그의 강함과 총명함과 다정함을 그리워한다. 그는 이곳에서 존재하지 않은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은 육체는 멸하지 않고, 서로 나누지 않은 약속은 깨지는 일이 없다.
아오마메 안의 서른 살 덴고는 현실의 덴고가 아니다. 그는 이른바 하나의 가설에 지나지 않은다.
모든 것은 아마도 그녀의 상념이 만들어낸 것이다.
5장 아오마메 생쥐가 채식주의 고양이를 만나다
'리더'는 이단 선구의 우두머리인 셈이다.
'리더'를 죽이고 아오마메는 완전히 리셋되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리셋, 현실에서는 당연 불가능한 이야기다.
물론 외형을 아무리 바꾸더라도 본질은 변하지 않은다.
단지 여기서 외형을 바꾼다는 건 덴고를 만나게 되더라도 그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 것이므로
아오마메에게 리셋은 곧 자신을 포기하는 거나 마찬가지 이기도 하다.
그리고 열살적 기억처럼 가슴이 자라지 않은 부분이 유일한 콤플렉스였지만
리셋을 앞두고 그녀가 가장 애착을 가지게 되는 그 가슴에 대한 이야기도
열살적 그렇게 성장하지 못한 가슴인채로 덴고와 마주한 그 풍경에서
자신의 모습중에 가장 변하지 않은 부분이 가슴임을 암시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참 아이러니다.
콤플렉스는 어쩌면 가장 소중하다고 여기는 부분으로 의식하며 살고있다는 얘기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덴고를 그리워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상념일지도 모른다는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반대로 '존재하지 않고 멸하지 않은 서로 나누지 않은 약속은 깨지는 일이 없다'고
자위하는 부분에서는 안타까움과 아픔이 묻어난다.
"나는 누군가를 싫어하고 미워하고 원망하면서 살아가는데 지쳤어요.
아무도 사랑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데도 지쳤습니다.
내게는 친구가 없어요. 단 한 사람도.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조차 사랑하지 못해요.
왜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가. 그건 타인을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그런 행위를 통해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아는 거예요. 내가 하는 말 알아들어요.?
누군가를 사랑하지도 못하면서 자신을 올바르게 사랑할 수는 없어요.
아니, 그게 아버지 탓이라는 게아니예요.
생각해보면 아버지도 역시 그런 피해자 중 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죠.
아버지도 아마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잘 몰랐을 거예요. 안 그래요?"
8장 덴고 슬슬 고양이들이 올 시각이다.
아버지에게 하는 말이지만 말문을 닫아버린 아버지인지라 덴고의 독백이나 마찬가지다.
사랑하지 못하는 삶. 자기애가 결여된 사랑은 껍데기 뿐인 사랑일수 밖에 없다는
부분을 읽어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덴고가 그동안 해온 사랑이 대부분 그랬고, 당연 아버지에게서 받은 사랑도 그랬었다고
원망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 사랑에 대한 자기이해와
아버지에 대한 연민까지 가지게 되는 그런 부분이다.
부모자식간이든 형제간이든 어느 한쪽에서라도
상대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가족간의 친밀감은 언제나 가능함을 엿볼 수 있다
덴고에게는 너무 늦은 독백이다. 소통마저도 불가능한 아버지를 앞에두었으니..
구김살 없고 아픔이나 상처가 없는 가족이 어디 있을까,
소통이 가능할 때 그것이 미움이든 원망이든 사랑이든
이해를 필요로 하는 일이라면 소통할 수 있을때 나눌 일이다.
언젠가 읽은 글이 생각난다. 사람들은 누구나 똑 같은 양의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고
그것이 초년기나 장년기 등 시기적으로 분배되어 다가올뿐 누구나 똑 같다고.
정말 그렇다면 공평한 것 같기도 한데 안 그런것 같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기도 하지만
세상일도 사람들과의 관계처럼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나름인지도 모른다.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실증 가능한 진실 따위는 원하지 않아.
진실이란 대개의 경우, 자네가 말했듯이 강한 아픔이 따르는 것이야.
그리고 대부분의 인간은 아픔이 따르는 진실 따윈 원치 않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건 자신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의미있게 느끼게 해주는
아름답고 기분 좋은 이야기야. 그러니 종교가 성립되는 거지."
아픔이 따르는 진실, 실증가능한 진실보다는
자신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의미있게 해주는 아름답고 기분좋은 이야기..
그래서 사람들이 종교를 찾고 종교가 성립된다는 이 문장이 던지는 메세지는 크다.
현실에서 꿈꾸는 이상세계, 맘껏 드러내 놓고 신에 대한 사랑을 찬양할 수 있는 종교라는 것,
신에대한 사랑은 인간에 대한 사랑보다는 더 이상적이어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매달리는 것일까.
아플 염려도 없고 맘껏 드러내 놓고 사랑해도 갈구해도
아니 갈구할수록 그 사랑이 나를 더욱 의미있게 해주고 기분좋게 해주는 일이라서,,
그렇지만 실증적인 인간이 먼저 사랑해야 하는건 신이 아니라 인간이어야 하지 않을까.
자신에 대한 사랑이 먼저이듯 신보다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 먼저이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나는 그랬으면 좋겠다. 그래야 인간답다는 생각이다.ㅎㅎ
"A라는 설이 그 남자 그 여자의 존재를 좀더 의미 있는 것으로 보이게 해 준다면
A는 그들에게 진실인거고, B라는 설이 그 남자 그 여자의 존재를 힘없고 왜소한 것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면 그건 가짜가 돼. 아주 확실하지.
만일 B라는 설이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자가 있다면,
사람들은 아마도 그 인물을 정연하다든가 실증 가능하다든가, 그런 건 그들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힘없고, 왜소한 존재라는 이미지를 부정하고 배제함으로써
가까스로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지."
"하지만 인간의 육체는, 모든 육체는, 미미한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원래 힘없고 왜소한 것이에요.
그건 분명한 사실 아닌가요?" 아오마메는 말했다.
"맞는 말이야" "모든 육체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힘없고 왜소한 것이고, 어떻든 머지 않아 붕괴하고
소실되어버리는 것이지. 그건 틀림없는 진실이야. 하지만 그럼 인간의 정신은?"
"정신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어째서지?"
"딱히 생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에요."
"어째서 정신에 대해 딱히 생각할 필요가 없을까? 스스로의 정신에 대해 생각하는 건,
그것이 실효성이 있건 없건 인간의 삶속에서 불가결한 일 아니가?"
"제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아오마메는 딱 잘라 말했다. 어휴 진짜.
내가 지금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아오마메는 생각했다.
이제부터 내 손으로 살해하려는 사람을 상대로 나는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다.
조용한 수면에 바람이 파문을 그리듯이 남자의 얼굴에 희미한 웃음 같은 것이 퍼졌다.
거기에는 자연스러운. 그리고 호의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담겨 있었다.
"사랑이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건가?" 남자는 물었다.
"그렇습니다."
"자네가 말하는 그 사랑이란 누군가 특정한 개인을 대상으로 한 것인가?"
"그래요." "구체적인 한 남자를 향한 것이에요."
"힘없고 왜소한 육체와, 이울어짐 없는 절대적인 사랑이라......' 그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잠시 틈을 두었다. "아무래도 자네는 종교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 같군."
"필요로 하지 않을지도 모르죠."
"왜냐하면 자네의 그런 모습 자체가 말하자면 종교 그 자체이기 때문이야."
"이 세상에는 절대적인 선도 없고 절대적인 악도 없어."
"선악이란 정지하고 고정된 것이 아니라 항상 장소와 입장을 바꿔가는 것이지.
하나의 선이 다음순간에 악으로 전화할지도 모르는 거야.
그 반대의 경우도있지. 도스토엡스키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묘사한 것도
그러한 세계의 양상이야. 중요한 것은 이리저리 움직이는 선과 악에 대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지.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면 현실적인 모럴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돼. 그래 균형 그 자체가 선인게야.
내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죽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 하는 말이네."
"만일 여기서 내 목숨을 앗아가 준다면 그 대신 가나와 덴고의 목숨을 구해주도록 하지.
내게는 아직 그런 능력은 남아 있네."
"덴고." 아오마메는 말했다.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당신이 그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
"나는 자네에 대해 모든 것을 알아. 그렇게 말했잖은가.
물론 정확하게는 거의 모든 것이라는 뜻이네만."
"하지만 당신이 거기까지 파악했을 리는 없어, 덴고라는 이름은 내 마음속에서
한 걸음도 박으로 나오지 않았으니까."
"마음에서 한 걸음도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일 따위.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아. 그리고
가나와 덴고는 현재 우연히라고 해야 할까 우리에게는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 존재가 되어 있지."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그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야. 자네들 두 사람의 운명이
아무 이유없이 여기서 해후한게 아니야. 자네들은 들어올 만했기 때문에 이 세계에 발을 들였어.
그리고 들어온 이상 좋든 싫든 자네들은 여기서 각각의 역할을 부여받게 돼."
"이 세계에 발을 들였다?"
"그렇지. 여기 1Q84년에."
"1Q84년" 아오마메는 말했다. 얼굴이 다시 한번 크게 일그러졌다. 그건 내가 만든 말이잖아.
"그렇지 자네가 만든 말이야." 남자는 아오마메의 마음속을 읽은 듯이 말했다.
"나는 단지 자네의 말을 사용했을 뿐이야."
1Q84년, 아오마메는 입 속에서 그 말을 되뇌어보았다.
"마음에서 한 걸음도 나오지 않은 일 따위,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아."
리더는 조용한 목소리로 다시 한번 말했다.
제 11장 아오마메 - 균형 그자체가 선이다.
"마음에서 한 걸음도 나오지 않은 일 따위, 그런 일따위는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아."
아오마메가 혼자서 생각하고 이름붙인 것들을 리더가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단지 리더 정도의 능력이면 그런 것쯤 감지할 수 있다는 정도만 나온다.
마음의 문제. 마음안에서만 가능한 일들이 이 세상엔 얼마나 많을까.
나약한 인간이라함은 육체를 말함이지만 곧 정신을 말함일 수도 있지 않을까.
자신을 죽여야 덴고를 살 릴 수 있다며 아오마메에게 죽여달라고 설득하는
리더가 얘기하는 최선은 균형이다.
절대선도 없고 절대악도 없는 이세상,
무상한것들 속에서 매순간 기울지 않는 중심이 필요함을 이야기 한다.
살아가는 일도 중심잡기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균형감각을 잃어버리면 넘어질 수 밖에 없으므로..
균형을 생각해서 자신의 죽음을 선택하는 리더와
덴고를 생각해서 자신의 죽음을 선택하는 아오마메,
리더는 균형을 위해서이고 아오마메는 그를 위해서
둘에겐 역시 최선의 선택일 수밖에 없는건지.
"1984년도 1Q84년도 근본적으로 같은 구성요소를 갖고 있어.
자네가 그 세계를 믿지 않은다면, 또한 그곳에 사랑이 없다면, 모든 건 가짜에 지나지 않아.
어느 세계에 있건, 어떠한 세계에 있건, 가설과 사실을 가르는 선은 대개의 경우 눈에는 보이지 않아. 그 선은 마음의 눈으로 보는 수밖에 없어."
"누가 레일 포인트를 바꾼 거죠?"
"누가 포인트를 바꿨는가? 그것도 어려운 질문이군.
원인과 결과라는 논법은 여기서는 별로 힘을 갖지 않아."
"아무튼 어떤 의지에 따라 나는 이 1Q84년의 세계로 옮겨 졌군요?"
"나 자신의 의지가 아닌 것에 의해." "그렇지. 자네가 탄 열차의 레일 코인트가 전환되면서 이 세계로 옮겨왔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과 악의 비율이 균형을 잡고 유지되는 것이야.
리틀피플은 혹은 그곳에 있는 어떤 의지는 분명 강력한 힘을 갖고 있어,
하지만 그들이 힘을 쓰면 쓸수록, 그 힘에 대항하는 힘도 저절로 강해져.
그렇게 해서 세계는 미묘한 균형을 유지해나가지. 어떤 세계에서도 그 원리는 변하지 않아.
우리가 지금 이렇게 들어와있는 1Q84년이라는 세계에 대해서도 완전히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어.
리틀 피플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을 때. 반 리틀피플적인 힘도 저절로 생겨나게 되었어.
그리고 그 대항 모멘트가 자네를 이 1Q84년에 끌어들였을 게야."
--빛이 있는 곳에는 그림자가 없어서는 안되고. 그림자가 있는 곳에는 빛이 없어서는 안되지.
빛이 없는 그림자는 없고. 또한 그림자가 없는 빛은 없어."
"우리는 좀 더 일찍 용기를 내어 서로를 찾아야 했어요.
그랬다면 우리는 본래의 세계에서 하나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가설로서는 그렇지." "하지만 1984년의 세계에서는 자네는 찾아나서겠다는 그런 생각을
해보지도 않았을게야. 그처럼 원인과 결과가 뒤틀린 형태로 이어져 있어.
그 뒤틀림은 아무리 세계가 거듭된다 해도 풀리지 않아."
아오마메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녀는 지금까지 자신이 잃어버린 것을 위해 울었다.
이제부터 자신이 잃으려 하는 것을 위해 울었다.
그러고는 이윽고 -얼마나 울고 있었던 걸까- 이 제 더이상 울 수 없는 포인트가 찾아왔다.
감정이 눈에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힌 것처럼 눈물이 거기에서 말라버렸다.
"좋아요." "확실한 근거는 없어요. 아무것도 증명되지도 않았어요. 세세한 건 잘 이해도 못 하겠어요. 하지만 그래도 나는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군요. 당신이 바라는 대로 당신을 이 세계에서 소멸시키죠. 고통 없는 한순간의 죽음을 주겠어요. 덴고가 살아남게 하기 위해."
"사랑이 없다면 모든 것은 그저 싸구려 연극일 뿐이다."
"내가 당신을 죽이면 정말로 덴고는 살아남는 거죠?"
"하지만 진짜 내 마음은, 살아서 덴고와 하나가 되고 싶어."
13장 아오마메 - 만일 너의 사랑이 없다면
원인과 결과가 뒤틀린 형태, 아무리 거듭 된다 해도 뒤틀림은 풀리지 않는다면,
이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지나온 시간을 말하는 것 같다.
되돌아 볼수만 있을뿐, 돌릴수는 없는, 지나온 시간도 돌아볼줄 아는이는 볼 수 있고
보려 하지 않으면 굳이 볼 필요도 없는 세상인 것이다.
'사랑이 없다면 모든 것은 그저 싸구려 연극 일 뿐'이라고
'내 진짜 마음은 살아서 덴고와 하나가 되고 싶다'는 아오마메의 진심
아오마메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녀는 지금까지 자신이 잃어버린 것을 위해 울었다.
이제부터 자신이 잃으려 하는 것을 위해 울었다
잃어버린 것을 위해 울었고 잃어버릴것을 위해 우는 아오마메..
현실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고 그 현실은 곧 과거가 된다.
되돌릴 수 없는 과거,
바꿀수도 돌아갈수도 돌이킬수도 없는 그냥 변함없는 상황으로 남는 과거..
내 진짜 마음은 살아서 덴고와 하나가 되고 싶다,, 이건 이상이다.
현실은 언제나 이상과 다르다. 그렇지만 우리들에겐 내일이 있어
그것이 이상과 가장 닮은 꼴이라 살아가는 지도 모른다.
내일이 있다는건 희망이고 이상이고 꿈이니까.
꿈을가지고 오늘을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는 내일이 있기 때문이니까.
그 문장을 쓴 것은 덴고였다.
고마쓰의 충고를 따라 새로운 달을 최대한 상세하고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그가 가장 힘들여 쓴 부분이다. 그리고 새로운 달의 형상은 거의 덴고 자신이 생각해낸
바로 그 모습이었다.
-덴고는 하늘을 올려다본 채로 다시 한번 짧게 고개를 저었다.
새로 생긴 그 달은 덴고가 순간적으로 떠올려 묘사햇던 그대로의 크기와 모양을 갖고 있었다.
비유의 문맥까지 거의 그대로 체화되어 있었다.
그런 일은 있을 리 없다고 덴고는 생각했다.
어떤 현실이 소설문자의 비유를 그대로 모방한단 말인가.
-그렇다년- 덴고는 자신에게 물었다.- 이곳은 소설의 세계라는 건가?
나는 무슨 겨를엔가 현실세계를 떠나 <공기 번데기>의 세계로 흘러들어온 걸까.
토끼 굴에 떨어진 앨리스처럼? 그게 아니면 현실세계가 <공기 번데기>라는 이야기에 맞춰
통째로 바뀌었다는 것일까. 원래 있었던 세계는 - 하나의 달밖에 없는 그 익숙한 세계는-
이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은 것일까.
20장 덴고 바다코끼리와 미치광이 모자 장수
덴고가 의식하게 된 두개의 달,
자신의 잠재의식(무의식)에서 공기번대기를 리라이팅하면서
자신이 쓴 이야기가 현실속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것을 보며 놀라는 상황이다.
리더가 "마음에서 한 걸음도 나오지 않은 일 따위,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아."
했던 복선이 공감가는 부분이다.
마음, 생각으로만 그치는 일따위는 이 세상에 없다는 메세지라 섬찟 무섭다는 생각도 든다.
살아가면서 마음만으로 그치는 일들이이 얼마나 많은가 생각만으로 그치는 것들..
하지만 여기서 그 마음들로 그치는 일따위는 없다고 단언하고 있으니
자유로운 영역이라고 생각한 정신영역도 결코 자유로워서는 안된다고 제제를 가하는 것 같다.
어차피 공기번데기, 리틀피플, 후까에리, 리더,등 다양하게 설정된 사건이나 인물들은
그냥 이 소설의 삽화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건지는 모르지만,본질은 덴고와 아오마메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인 것 같다.
하나가 되지 못하는 이상과 현실이야기.
덴고다. 이십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아오마메는 알 수 있었다.
덴고가 아닌 다른 누구도 아니다.
아오마메가 가장 놀란 것은 덴고의 모습이 열 살 때에서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열 살 소년이 그대로 서른 살이 된 것 같았다.
어린 티가 난다는 게 아니다. 물론 몸은 훨씬 큼직해졌고 목도 굵어졌고 얼굴 생김새도
어른스러워졌다. 표정에서도 깊이가 묻어났다. 무릎에 놓인 손은 큼직하고 힘차 보였다.
이십년 전에 초등학교 교실에서 그녀가 잡았던 손과는 한참 다르다.
하지만 그래도 그 체구가 빚어내는 분위기는 열 살 때의 덴고 그대로였다.
탄탄하고 두툼한 몸은 그녀에게 자연스러운 따스함과 깊은 안도감을 가져다 주었다.
그녀는 그 가슴에 얼굴을 묻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주 강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아오마메는 그런 바람이 가슴속에 이는게 기뻤다.
그리고 그는 어린이공원의 미끄럼틀 위에 앉아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고
그녀가 보는 것과 똑같은 것을 열심히 보고 있다. 두개의 달이다. 그래,
우리는 똑같은 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어떡하지?
그렇게 되면 나는 이제는 죽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그와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죽을 결심 따위는 아침 햇살을 받은 이슬처럼 깨끗이 증발해버릴지도 모른다.
혹은 그를 죽이고 싶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헤클러 &코흐로 우선 그를 쏘아 죽이고
그 다음에 자신의 뇌수를 날려버릴지도 모른다.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를 지. 전혀 예측할 수가 없다.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할지, 그녀는 판단이 되지 않았다.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온갖 생각이 드나들고 넘나들었다. 생각을 하나로 정리할 수가 없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옳지 않은가. 그녀가 알고 있는 건 단 한 가지밖에 없다.
지금 당장 여기서 그의 굵은 팔 안에 안기고 싶다는 것, 그다음 일은 그다음 일이다.
그 다음 일은 신이건 악마건 마음대로 정하시라지.
결과적으로 잘된 거야. 아오마메는 자신을 타일렀다.
아마도 그것이 가장 옳은 일이었으리라.
적어도 나는 덴고를 볼 수 있었다.
길 하나 건너에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그의 팔에 안긴다는 가능성에 몸을 떨 수 있었다.
겨우 몇 분 동안이었다 해도 나는 그 격한 기쁨과 기대를 온몸으로 맛볼 수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미끄럼틀의 난간을 움켜쥔 채 입술을 깨물었다.
21장 아오마메 어떡하지?
아오마메가 리더를 죽이고 노부인 정해준 숙소어딘가에 피신하여 지내면서
창밖의 두개의 달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순간적으로 지금 달을 보는 사람이 자기 한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아오마메, 그리고
길건너편 어린이 공원 미끄럼틀위에 앉아 그녀와 같은 방향을 응시하고 있는 남자를 발견한다.
직감적으로 그가 나와 똑같은 것을 보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 그도 1Q84년으로 표류해온 사람일까 생각하던 중, 그녀는 갑자기 깨닫는다.
그가 덴고라는 것을, 그녀는 쌍안경을 들고 서둘러 베란다로 달려가
미끄럼틀 위를 보게되고 아직도 그 남자가 그곳에 있음을 보게 된다.
떨리는 손을 초점을 맞추고 남자의 옆얼굴을 본다.
숨을 멈추고 정신을 집중하고 틀림없다고 확신하는 대목이다.
안타까운건 아오마메만 덴고를 알아본다.
덴고는 놀이터에서 두개의 달을 보면서 '아모마메는 어디에 있을까' 생각하는 부문이다.
그 사람이 바로 가까이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후카에리가 말했다.
여기서 걸어서 갈 수 있는곳이라는 얘기를 듣고
정처없이 걷다가 닿은 곳이 이 놀이터인것이다.
덴고는 '아오마메에게도 저 두개의 달이 보일까.'
그녀도 틀림없이 보고 있을것이라고 생각한다. 근거는 없지만 강한 확신을 느낀다.
'그러니까 더더욱 우리는 만나지 않으면 안돼'라는 확신을 가진다.
덴고를 만나기 위해 달려가지만 결국 어디론가 사라진 덴고,
돌아와서 결과적으로 잘된 일이라고 자신을 위무하는 부분까지. 안타깝다.
'겨우 몇 분 동안이었다 해도 그 격한 기쁨과 기대를 온몸으로 맛본 기쁨'으로
만족하는 모습은 애처럽기까지 하다.
나는 적어도 살아가는 동안 내가 생각하고 싶은 것을, 내가 생각하고 싶을 때,
내 마음가는 대로, 내가 원하는 만큼, 생각할 수 있다. 누구도 그걸 불평 할 수 없다.
-지금부터 12시가 전에 그곳에 현실의 덴고가 있엇다.......
내가 있던 곳에서 길 하나 건넌 곳에. 거기 혼자 조용히 앉아 오래도록 달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녀가 보는 것과 똑같은 두 개의 달을
그렇게 덴고와 해후할 수 있었던 것이 아오마메에게는 거의 기적으로 생각되었다.
그것은 어떤 종류의 계시이기도 했다. 뭔가가 덴고를 그녀 앞에 데려온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은 그녀의 몸의 구조를 크게 바꿔버린듯 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아오마메는 그런 삐걱거림을 온몸으로 쉴새없이 느꼈다.
그는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그리고 사라져갔다.
말을 나누지도, 서로의 몸을 만져주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는 내안의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떠나갔다.
말 그대로 스푼으로 코코아를 휘젓듯이 내 마음과 몸을 크게 휘젖고 갔다.
내장이며 자궁깊숙한 곳까지. 아오마메는 그곳에 오 분쯤 우두커니 서서 한 손을
미끄럼틀계단에 얹고 얼굴을 찡그리며 하이힐의 가느다란 굽으로 땅바닥을 가볍게 툭툭 걷어찼다.
마음과 몸이 휘저어진 상태를 확인하고 그 감촉을 맛보았다.
그러고는 마음을 정하고 공원을 떠나 큰길에서 택시를 잡았다.
23장 아오마메 타이거를 당신 차에
1Q84를 처음 목격한 그 3번 고속도로로 가서 아오마메는 자살한다.
처음으로 목격한 그 장소로 가는 아오마메,
자기가 생각하고 자기가 원한 삶을 살았노라고 미련없이 떠난다.
그것이 덴고와의 해후로 가능한 것인것 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런 것 같다.
아오마메 안의 많은 것들의 변화가 그 해후로 가능한 것이었고
덴고에 대한 확신이 자신의 사랑에 대한 완성이고 그래서 기꺼이 선택하는 것같다.
"내게 가장 절실한 문제는 지금까지 누군가를 진지하게 사랑하지 못했다는 거예요.
태어나서 지금껏 나는 누구를 무조건 좋아해본 일이 없어요.
이 사람이라면 나를 던져도 좋다고 느낀 적이 없어요. 단 한 번도."
덴고는 그렇게 말하면서 눈앞에 있는 이 추레한 노인은 그 인생 여정에서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 경험이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는 덴고의 어머니을 진심으로 사랑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자기 핏줄이 아닌 줄 알면서도 어린 덴고를 자신의 자식으로 키웠는지도 모른다.
만일 그렇다면 그는 정신적으로 덴고보다 훨씬 충실한 인생을 보낸 셈이다.
달이 한개 밖에 없건, 두개가 있건, 세개가 있건, 결국 덴고라는 인간은 단 한사람밖에 없다.
거기에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까. 어디에 있더라도 덴고는 덴고일 뿐이다.
고유의 문제를 안고 있고 고유의 자질을 가진 한 명의 똑 같은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 이야기의 포인트는 달에 있는게 아니다. 나 자신에 있는 것이다.
아오마메, 덴고는 말했다. 나는 반드시 너를 찾아낼 거야
공기번데기가 서서히 광채를 잃으면서 저녁 어스름 속에 스며들듯이 사라지고,
소녀 아오마메가 사라져버린 뒤에도, 그리고 그것이 현실에서 일어난 일인지
아닌지 제대로 판단을 내릴 수 없게 된 뒤에도,
덴고의 손가락에는 아직 작은 손의 감촉과 친밀한 온기가 남아 있었다.
아마도 그것이 사라지는 일은 영원히 없을 것이다.
덴고는 도쿄로 향하는 특급열차 안에서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까지의 이십 년 동안, 덴고는 그 소녀의 손이 남기고 간 감촉의 기억과 함께 살아왔다.
앞으로도 똑같이 이 새로운 온기와 함께 살아갈 수 있으리라.
24장 덴고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동안에
아버지의 병세 악화로 다시 찾은 병실, 검사를 받으러 간 아버지의 침상에서
공기번데기를 만나고 그 안에서 열살적 아오마메와 해후하는 덴고,
이미 현실의 아오마메는 죽은 뒤이고 공기번데기를 안의 아오마메는 과거의 모습으로
덴고에게 온 것이다. 공기번데기를 통해서, 다시 잡은 열살의 아오마메 손에서 그 때의 온기가 그대로 느껴지고 현실의 덴고는 그동안의 기억과 오늘의 온기를 잊지 않고 살아가리라는 것,
그리고 아오마메를 찾으리라 다짐하면서 돌아오는 장면이다.
두개의 달은 그녀가 있는 세상, 그러니까 이상세계일수도 있고
한개의 달은 그녀가 없는 현실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있든 없든, 현실이든 이상이든
중요한 건 자신이라는 메세지인것 같기도 하다.
답도 없는 이야기라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써 보았다.
독자가 느끼고 싶은대로 느끼고, 믿고 싶은대로 믿으라는 메세지인것 같기도 하고.
서평들처럼 이것이다 라고 말할수 있는 것은 별로 없는것 같다.
그래도 여운은 남는다. 추상화같은 풍경으로 남을 여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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