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 버렸으리라.
다른사람들이 나에게 대해 말하는 것에는
신경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있게 여겼으리라.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해 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부모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고
또한 그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사랑에 더 열중하고
그 결말에 대해선 덜 걱정했으리라.
설령 그것이 실패로 끝난다 해도
더 좋은 어떤 것이 기디리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아, 나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리라.
더 많은 용기를 가졌으리라.
모든 사람에게서 좋은 면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그들과 함께 나눴으리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분명코 춤추는 법을 배웠으리라.
내 육체를 있는 그대로 좋아했으리라.
내가 만나는 사람을 신뢰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었으리라.
입맞춤을 즐겼으리라.
정말로 자주 입을 맞췄으리라.
분명코 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해 했으리라.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킴벌리 커버거
바람이 없는줄 알았는데 눈발이 날립니다.
오라는 곳도 없는데 어디든 가고 싶어 집을 나섰습니다.
잃어버린 것도 없는데 허전합니다.
채워야할 그 무엇도 없는데 부족한 마음이 듭니다.
바람결에 눈발이 갈피를 잡지 못합니다.
내리는 것인지 오르는 것인지 창밖풍경으로는 분간을 할 수가 없습니다.
심산한 눈발을 보다가 모자쓰고 목도리하고 마스크하고
아이의 두꺼운 다섯손가락 장갑까지껴고 현관을 나섰습니다.
마음보다 몸이 먼저 나선길이었습니다, 목적도 없이 말입니다.
휘이익~~휘몰아치는 바람이 살을 에입니다.
완전무장 했건만.....덜컥 겁이나서 진로를 수정했습니다.
다시 돌아와 키를 들고 나섰습니다. 목적있는 길입니다
성난바람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든 게지요.
가면 언제나 내 공간이 되는 곳, 이런 황량한 날에도
언제나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고 나를 유혹하는 이들이 있는곳..
ㅎㅎ 이렇게 추운 12월 30일 주막에 다다른 나그네 마냥 도서관에 들렀습니다.
열람실에 여고생 서너명이 모여서 책을 보고 있고
나이 지긋한 아저씨한분이 안경너머로 독서 삼매에 빠진듯 해 보였고
혼자온 젊은 여자가 창가 편안한 소파에서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날씨탓인지 열람실이 더 넓어 보였습니다.
연로하신 박완서 선생님이 나를 유혹하고
'해인으로 가는길' 시집을 보고 싶다고 언제부터 벼르던 더욱 맑아진 도종환 시인도 만났습니다.
'해인....'은 아직 도서관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대타로 다른 시집을 뽑아들었습니다.
또 언제부터 벼르던 은희경작가의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가 마침 한 권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름만 들어도 편안한 이사람 류시화 잠언집을 뽑았습니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요.
자신이 쓰는 글보다 다른이 글 모음집을 더 잘내는
이 사람은 어쩌면 다른이들의 이야기꾼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가 쓴 글이 아니어도 그가 낸 책들을 읽다보면 그가 읽혀지기도 합니다.
도서관에 가면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 같은 기분이 됩니다.
나를 유혹하는 작가들의 정숙한 구애가 느껴지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런 공간에서 오늘같은날 따뜻한 커피 한잔 할 친구를 만난다면 금상첨화겠지요..ㅎㅎ
생각만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ㅎㅎ
커피를 마시는 일처럼 시를 읽는 일이 언제부터인지 내 일상이 되었습니다.
시인의 마음을 더듬다 보면 나도 닮고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시인의 모든것이 녹아있는 한편의 시를 읽는 일은 반가움이고 행복이고 기쁨입니다.
나도 내 삶을 녹여낸 한편 아니 한줄이라도 좋을 시를 쓰고 쓸수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 시인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시인이 알려주는 이런 삶, 그 때는 몰랐더라도 지금 알고 있는 것.
알고 있어도 알고있는 줄 몰랐던 이시를 젊은이가 읽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떤이에겐 회한이 되는 시가 어떤이에겐 지혜로운 이정표가 되기도 하네요.
알고 있지만 알고있는 것이라고 알려주는 것, 감사할 일 입니다.
시를 읽는 일은 진솔한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고
그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보는 일인것 같습니다. 참 고맙고 행복한 일입니다.
오늘 지나면 하루 밖에 안 남은 올해. 그래선지 돌아보게 됩니다.
여러 갈피 갈피들이 보입니다.
눈발때문에 갈피잡지 못한 하루 였지만 좋은곳 좋은님들이 있어 위로가 된 하루였습니다.
돌아보니 올 한해는 정말 뜻깊고 행복한 해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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