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꿈깨고서 - 한용운

구름뜰 2010. 1. 13. 09:22

 

 

 

님이면은 나를 사랑하련마는 밤마다 문 밖에 와서

발자취 소리만 내고 한 번도 들어오지 아니하고 도로가니

그것이 사랑인가요.

그러나 나는 발자취나마 님의 문 밖에 가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 사랑은 님에게만 있나 봐요.

 

아아 발자취 소리나 아니더면 꿈이나 아니 깨었으련마는

꿈은 님을 찾아가려고 구름을 탔었어요.

 

 

 

 

* 임이 사는 문 바로 앞까지 갔다가 방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다시 돌아오는 것이 진짜 사랑일 때가 있다.

아니 진짜 사랑은 문앞에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것이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사랑하지 않아서 들어가지 않은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들어가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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