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담쟁이 -도종환

구름뜰 2010. 1. 16. 10:52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시와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 - 이은상  (0) 2010.01.20
눈보라-사이토 마리코  (0) 2010.01.18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프로스트  (0) 2010.01.14
꿈깨고서 - 한용운  (0) 2010.01.13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0) 2010.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