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어떤 독자가 내게 물었다. 글이 안 될 때는 어떻게 하나요.
내가 대답했다. 될 때까지 물고 늘어집니다.
독자가 다시 물었다. 지겹지 않으세요.
내가 다시 대답했다. 글이 저를 지겨워하겠지요.
며느리 배꼽
8. 행복해지고 싶으신가요.
계절이 변하면 입을 옷이 있고 허기가 지면 먹을 음식이 있고 잠자기 위해 돌아갈 집이 있다면,
마음 하나 잘 다스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19. 예술적인 것과 실용적인 것이 서로 충돌하게 되면 예술에도 실용에도 실패할 것이다.
예술의 궁극은 아름다움에 있으며 조화는 반드시 아름다움을 간직한다.
그런데 이 따위 말을 할 줄 안다고 예술까지 할 줄 아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칡
21. 자신의 작품을 통해 단 한 명의 허기진 영혼이라도 달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하나로
이 세상 예술가들은 오늘도 기꺼이 밤을 지샌다.
50. 돈이 그대에게 오도록 만들고 싶은가.
그러면 사람이 먼저 그대에게 오도록 만들어라.
사람을 곁에 머무르게 만들 수 없다면 어찌 돈을 곁에 머무르게 만들 수 있겠는가.
자주 달개비
60. 시를 알려고 애쓰지 말라.
시는 알게 만들기 위해서 존재하는 예술이 아니라
느끼게 만들기 위해서 존재하는 예술이다.
62. 울지 마라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 말라버리는 접시물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고여서 넘치는 옹달샘이다. 울지 마라.
헌 사랑이 떠나면 새 사랑이 오나니. 울지 마라.
산 비장이
74. 바로 앞에서 마주 보고 있어도
천 리나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천 리나 멀리 떨어져 있어도
바로 앞에서 마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대가 생각하는 사람과 그대 사이의 간격은 어느 정도인가요.
85. 당신의 사랑이 자주 흔들리는 이유는 그것이 진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91. 문학은 단순한 소통이나 전달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단순한 소통이나 전달은 모스 부호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모스 부호로는 수백만의 인명을 구제할 수는 있어도
수백만의 영혼을 구제할 수는 없다.
오미자 나무
97. 왜 모든 현자들이 그토록 사랑을 중시하는 것일까요.
지상에서 그대를 가장 가치 있게 만드는 것도 사랑뿐이요.
천국에서 그대를 가장 가치 있게 만드는 것도 사랑뿐이기 때문입니다.
101. 잠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휴식으로서의 잠이고 하나는 나태로서의 잠이다.
휴식으로서의 잠은 조금만 자도 심신을 가볍게 만들지만
나태로서의 잠은 아무리 자도 심신을 무겁게 만든다.
강아지 풀
126. 하나님, 왜 꿈이 소박한 사람들일수록 인생을
가혹하게 살도록 만드시나요.
140. 그리움이 얼나나 건절하면 저토록 아름다운 빛깔로 불타겠느냐.
가을 단풍.
149. 마누라가 가끔 용돈을 주기는 하는데 너무 산골이라 쓸 일이 없다.
돈 달라고 손 내미는 나무도 없고 돈 달라고 손 내미는 짐승도 없다.
한 달이 지났건만 받을 때 액수 그대로 고스란히 지갑 속에 남아 있다.
살다 보니 돈이 불쌍해 보일 때도 있구나.
능소화
165. 수만 페이지의 책을 쓰더라도
꽃 한 송이가 주는 감동을 능가할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전신의 세포가 오그라들어버린다. 자각하자. 인간은 미물이다.
골백번 죽었다 깨어나더라도 자연의 완전무결함을 능가하지 못한다.
176. 남들이 다 하는 것을 자기가 못하면 바보가 되는 줄 알지만
남들이 다 하는 것을 자기가 따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바보가 되는 것이다.
남들이 다 하는 것을 자기도 따라 한다는 것은 보편화된다는 뜻이며
뒷북을 친다는 뜻이니 절대로 폼나 보일 까닭이 없다.
178. 가을빛 짙어지니 불현듯 생각나는 이름들.
엽서라도 한 장 보내고 싶은데 모두들 주소를 모르겠네.
부디 잘들 사시게.
우리는 오래도록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핑계로 서로를 유기한 공범.
187. 예술이 밥 먹여주느냐는 헛소리로
예술을 지망하는 청소년들을 겁주지 마라.
전 세계를 통틀어 밥을 먹기 위해
예술을 선택하는 멍청이는 아무도 없을 터이니.
포도
191. 낱말도 씨앗이다.
하지만 씨앗을 심는다고 다 싹이 트는 것은 아니다.
싹이 튼다고 하더라도 다 꽃이 피는 것은 아니다.
꽃이 핀다고 하더라도 다 열매를 맺는 것도 아니다.
심었는가. 이제 살과 뼈로 거름을 삼고 피와 눈물로 뿌리를 적실 각오를 하라.
202. 대부분의 인간들이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맹점들을 가지고 있다.
가령 내가 아는 조폭 오야붕 하나는 회칼이나 쇠파이프 앞에서는 눈썹도 까닥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기가 맞아야 할 주사기나 침 앞에서는 어김없이 얼굴이 핼쑥해진다.
236. 때로는 밥 한끼가 죽어가는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도 하고,
때로는 글 한 줄이 죽어가는 사람의 영혼을 구하기도 한다.
용담
242. 가을 찻잔에 달빛 한 조각을 녹여서 마셨습니다.
당신이 곁에 있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249. 아프지 않아도 사랑이 아니며 슬퍼지 않아도 사랑이 아니다.
사랑이 황홀하다거나 달콤하다고는 생각지 말라.
그것은 사랑이 시작될 무렵 아주 잠깐 동안 콩깍지와 함게 머무르는 환상에 불과하다.
252. 없으면 창조하라.
운명도 자신이 만들고 인연도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칡
256. 예술가들의 기본덕목 - 자기도취 또는 자뻑.
257. 현재 추진하고 있는 일이 잘 안 풀리시나요.
비법 하나 가르쳐드릴까요.
그럴 때는 무조건 자선을 베푸십시오.
그러면 안 풀리던 일이 저절로 잘 풀리게 되어 있습니다.
의도적이라 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이 비법으로 어려움에서 풀려난 사람 많습니다.
오미자 나무
268. 이런 날, 눈 많이 내렸다.
못 견디게 네가 보고 싶었다. 라고 엽서를 보내고 싶은 사람이 있으신가요.
당신을 버리고 떠난 사람이라면 굳이 엽서를 보낼 필요는 없겠지요.
그럴 때 , 사랑은 주는 것도 아니고 받은 것도 아닙니다. 다만 간직하는 것이지요.
여뀌
272. 하찮은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지 못하면
작은 일에도 행복을 느끼는 성품을 가질 수가 없다.
작은 일에도 행복을 느끼는 성품을 가질 수 없다면
그는 한낱 걸어 다니는 욕망 덩어리에 불과하다.
자주 달개비
273. 보기만 해도 온 세상이 환해지는,
꽃이라는 이름의 목숨 한 송이.
마타리
284. 남을 위해 살아가는 일이 곧 당신을 위해 살아가는 일이다.
숙고해 보면 당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겨우 자신의 밥그릇 하나를 부지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면서 한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인생이란 얼마나 불쌍하고 무가치한 것인가.
두메 양귀비
290. 길 가다 옷자락만 스쳐도 인연이라지요.
밤 새우며 글자락을 스치면 얼마나 큰 인연일까요.
미꾸리 낚시
302. 사랑은 너를 위해 내가 기꺼이 십자가에 못 박히는 것이다.
함박꽃 나무
314. 진실로 사랑했으나 미처 고백하지 못한 낱말들은 모두 하늘로 가서 별빛으로 돋아나고.
역시 진실로 사랑했으나 이별 끝에 흘린 눈물들은 모두 들판으로 가서 풀꽃으로 피어난다.
우리 사는 세상,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피맺힌 슬픔 한 모금씩을 간직하고 있다.
323. 자유로운 영혼 만세, 자유로운 예술 만세, 자유로운 그대 만세,
아불류 시불류 (我不流 時不流)는 '내가 흐르지 않으면 시간도 흐르지 않은다'는 뜻이다.
정태련작가의 그림과 이외수 작가의 글로 여백미와 함께 <하악 하악>처럼 담담한 단상들이 펼쳐져 있다.
어떤 것은 싯구같고, 경구같은 쉽게 길어올렸을 리 없는 작가의 향기가 느껴지는 글이다.
'향기' 하니까 오늘 아침에 혼자서 겪은 해프닝이 생각난다.
주말엔 노느라고 시간 다 보내고 오늘은 아침부터 미뤄둔 일들을 하리라 작정했었다.
작정하면 뭐할거나 우리 삶은 언제나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긴다.ㅎㅎ
열시도 안 된 이른 시간에 책 배달을 해준 택배아저씨..,
덕분에 지금 거실에는 이 책의 향기!가 가득하다.
처음엔 조금만 읽고 덮어두자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읽을 수록 선생의 성향이 반가워서 한 장 두장,, 어디선가 꽃향기가 났다.
'이게 무슨 향인가! 쟈스민 향인가! 아카시꽃이 진지도 며칠이나 지났는데.. 창은 열려 있지도 않은데...'
향이 제법 강해서 고개들어 두리번 두리번 거실을 살 펴 보기도 했다.
작은 분이야 있지만 꽂아놓은 꽃도 없는데..
방향제도 섬유린스도쓰지 않았는데.. 분명 아침부터 나 혼자인데 이 향기는 대체 무엇일까!
요상하기도 하여라.. 주변을 의심하면서 다시 책속으로,....
향기는 계속 내 주변을 맴돌고. '무슨 향이지.. 알수 없어라. 이런 묘한 일이 있나'
그러기를 한시간 남짓, 어느 순간 나는 책에다 코를 박고 킁킁대고 나서야 이 본향이 책임을 알았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하면서도 '책일리야'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순간적으로 생각이전에 코를 갖다 댄것 같다. 맡고 나서야 아하,, 하는 이 기분이라니..
둔감한 내가 우습기도 하지만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는 또 얼마나 신선한 발상인가. 책향기라니.. ㅎㅎ
이후론 페이지를 넘길수록 다른 향기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분별심도 생기면서,,
그렇게 책향기를 듬뿍 맡았다. 얼나나 좋은 세월을 살고 있는지..
맙소사! 그러고 노느라고, 할 일은 하나도 못하고선, 좋은 글이 많아 블로그에다 올리는 이짓!을 또 하고 있다.
좋은 것 나누고 싶은 마음이 약간 오지랖! 아닌가 싶다.. ㅎㅎ 예정도 없었던 이런 . ... ㅎㅎ
이외수 선생님이 보시면 이 책 어떻게 팔아먹으라고 .. 설마 그러실리야 없겠기에.. ㅎㅎ
책향기 좋아하는 님들 위한 일이니 기꺼이 맡으라 하실 듯 하여,
내친김에 323가지 책속 글 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글들만을 올렸다.
웹서핑 좋아하시니 행여 보신다면 너그러운 이해를 바라면서..
영혼이 맑아지는 작품 선 보이고 싶은 이마음 충분히 이해하지 않으실까..
각설하고... 한번 읽고 덮어 두기에는 아까운 책이다.
손 뻗으면 닿을 거리 베란다나 화장실 침대곁이나 화장대 주방 식탁위 등,,
가까이 두고 곱씹어 읽을 수록 선생님의 정신까지 느껴질 것 같다.
꽃 향기 책향기를 제대로 맡은 날이다!
당신의 과거가 당신의 현재를 만들고 당신의 현재가 당신의 미래를 만든다면 물처럼 살아갈 일이다.
낮은 곳으로만 낮은 곳으로만 흘러서 어제는 옹달샘이었다가 오늘은 실개천이 되고
오늘은 실개천이었다가 내일은 큰 바다가 되는, 물처럼 인생을 살아갈 일이다.
아불류 시불류 책 뒷표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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