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가 놀러왔다.
5학년이 되고는 함께 놀려면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해야 모셔 올수 있는! 귀하신 몸인데
남편의 출장으로 이모 혼자 있게 되었다고 하니 어제 저녁 기특하게도 냉큼 달려왔다.
제 어미에겐 11시에 잠자리에 들었노라고
둘 만의 비밀약속을 하고 밤 늦은 시간까지 놀았다.
혼자 일 때는 먹고 싶지도 않던 것이 제니와 함께면 생각나는 음식..
야식을 함께 즐기는 것도 입맛이 통해야 더 맛나다.
남편이나 우리집 사내 녀석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은 이 치킨을
유독 제니와 나만 좋아하는 편이다. 식성이 죽이 맞는 셈이다. ㅎㅎ
제니랑 재미있게 놀려면 언제나 들고 오는(머릿속에) 수수께끼나
퀴즈문제 같은 것을 진지하게 고민해서 답을 찾을 줄 알아야 한다. ㅎㅎ
무서운 이야기! (주로 귀신이야기)도 두 어개 쯤 들어 주면 오케이다.
.
신나면 나 혼자로는 해결 안되는 뒤꼭지에 난 새치를 뽑아주기도 한다.
엄마 새치를 뽑아주며 저도 모르게 내지르던 탄성을 이제는 지르지도 않는다.
엄마가 듣기 싫다고 해서 지금은 흰머리가 많아도 저만 아는 것으로 하고
뽑아줄 정도로 숙달된 조교다.
뒤꼭지 내어주고 그 소리 듣는 심정을 너무 잘 알아서
나도 이 순진한 녀석에게 그것이 뒤통수 내준 사람을 위한 가장 큰 배려하고 일러 주었다. ㅎㅎ
저만 보고 저가 알아서 이젠 내색도 않고 처리해주는 쎈스까지..
그 귀한 손놀림이 그저 그저 고마울 뿐이다.
남편에게는 절대로 보여주기 싫은 새치를 이 녀석에게만은 기꺼니 내 맡긴다.
오늘 낮에는 점심을 뭘 먹을꼬 했더니 아무거나 먹자는 녀석,,
역시 혼자일 때보다 함께여야 맛나는 이런 비빕밥!
아침밥이 식어서 가스불을 켜고 둥근팬에 밥을 먼저 깔고, 예열을 살짝 했다. 밥이 눌을 정도로..
참기름 깨소금 고추장 넣고 약간 데워진 밥에다 갖은 나물을 얹어 비볐다.
녀석 얼마나 맛나게 먹는지 ..
먹는 모습이 탐스러워서 한 숟가락 먹다 말고 한 컷 찍었다.
딸이 없어서 그런지 이쁘다.
한 동네에 살고 있어서 언제든 볼 수 있어 좋고,
딸 대신해서 맘껏 누리는 이런 사랑도 좋다.
녀석은 가벼렸는데 사진을 보니 그새 또 오라고
'한 밤만 더 자고 가면 안되겠니' 라고 전화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