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행복

고추김치

구름뜰 2010. 11. 7. 09:57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고 버무려 먹는 우리네 식문화는 

고추와 떨어져서는 생각을 할 수가 없다.ㅎㅎ

빨갛게 익기에도 늦었고 서리도 적당히 맞은 이맘때 끝물 고추는

소금과 간장물을 만들어 장아찌 담궈먹기에 좋다. 

또 갖은 김치 양념을하여 고추김치를 담그면 그것 또한 별미다.

 

지난 주 중 시내 갔다가 시골할머니 같은 분이 한바구니 2,000원 이라며 

끝물고추를 한 가득 따와서 팔고 계셨다. 두바구니 산것이 얼마나 푸짐한지

농사를 짓지 않은데도 적기에 좋은 식재료를 살 수 있으니  고마운 일이다.

 

 

이 사진은 사온 날 깨끗이 다듬어 물기를 빼기위해 베란다에 두었다가

물기 빠진것을 찬통에 담아 양을 측정해 볼려다 찍은 것이다.

햇살이 너무 고와서 찍지 않을수가 없었다. ㅎㅎ

실사화를 그리는 분이 이 사진을 본다면,  아마도 당장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햇살도 살아 있고 그 햇살만큼 그늘도 살아 있다.

 

 

고추김치 레시피 올립니다. 한번도 안 만들어 보신분 올해는 한번 시도해 보세요..

 

열흘정도 소금물에 간장 조금첨가하여 삭힌것이다. 

소금물을 약간 싱겁게 했더니 짜지않아 우려낼 필요도 없다.

설탕도 약간 단맛이 느껴질 정도로 하는 것이 좋다.

식초는 새콤이 느껴질 정도 넣어서 끓인 물을 바로 부어서 돌로 눌러두었던 것이다.

간이 잘 맛 베었다.

 

 

오징어 2마리를 물에 불려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랐다.

쪽파가 있으면 좋은데 없어서 대파를 넣었다.

양념은 멸치액젓에 고춧가루, 마늘다진것, 물엿, 꿀, 매실청 대파를 다져 넣었다.

고추장을 아주 조금 넣는것이 키 포인트인데 양념장의 어우러짐이나 매끄러운 고추 표면에 발림성도 좋다.

양념을 삭힌 고추의 간 정도를 생각해서 하면 좋겠다. (짜게하면 안된다는 말씀) 

혹시 삭힌 고추가 짜면 물에서 몇 번 '씻어서 소금기를 빼주면 좋다.

 

 

 

  

밥 한 그릇 뚝딱하기 좋은 것이 요 고추김치다.

한개씩 베어 먹다 보면, 옛맛이 느껴져서 좋다.

세월이 아무리 첨단을 달려도 변하지 않은 혀끝의 배인 식성이 반가울때가 이때다. 

 

여전히 옛맛을 그리워하고 있었고,

그것을 채우는 것 같은 느낌. 

릴적 먹었던 것들이 이상하게 좋다.

그리움을 달래고 채우는 것 같은 일..

입맛에도 고향이 있다면 이런 것이 아닐까..

 

혼자 먹든 둘이 먹든 그리웠던 것을 채우는 것 같은 행복감이란.. 

 

 

내겐 고추김치에 각별한 추억이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우리반에는 울릉도나 경북 지역 시골에서  대구로 유학온 친구들이 있었다.

대부분 학교 주변에서 자취를 했는데 영천이 고향인 친구와 친하게 지냈다. 

어느 토요일 시골집에 친구가 놀러가자고 했다.

수업을 마치고 책가방까지 들고 갔는데 버스를 타고가다 이정표에서 본 것이 <영천시 고경면>

지금까지도 기억나는 건 그게 전부다. 친구네 집은 버스에서 내려서 3-4시간을 걸어서 올라야 하는

오지 마을이었는데 왜 대구로 와서 자취를 해야하는지 저절로 알게되는 산행! 길 이었다. ㅎㅎ

 

마을에 도착했을때는 이맘때였는지 집 앞 전못대 가로등 너머로 

감이 유달리 빨갛게 익어 있었고 사위는 어둠뿐인 밤이었다.  

친구 어머니께서 반갑게 맞아 주시며 늦은 저녁상을 차려 주셨다. 

그 때 밥상에 올라온 것이 고추김치였다. 

엄마가 담근 것을 몇 번 먹어보긴 했지만, 그 밤  고추김치 맛은

고추김치가 이렇게 맛있는 거였나 하는 것을 깨닫는 뭐랄까.

고추맛!의 진실을 찾는 자리라고나 할까.. 

고추향과 고추속에 베어든 양념맛까지 너무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

 

지금도 고추김치를 보면 친구와 맛있다는 나를 위해 장독대에서 한 종지 더 내오시던 그 밤이 생각난다.

이후로 고추김치를 먹을 일이 생기면 행여  그 맛일까 기대하지만, 

아직껏 그 맛에 비길만한 맛은 없었다.

어둡도록 산길을 올라 허기진 상태여서 그랬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 겨울 처음 가본 동네에서 고추김치가 준 맛의 만족감이란, 

추김치에 한해서 만은 평생 잊을수 없는 그리운 맛을 간직하게된 그런 추억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