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 이렇게 잘 자랐다.
이것을 보는 기분이 어떤지 경험해 보지 않은 분들은 잘 모를것이다.
다른이들에겐 밭에 있는 무와 마트에 가면 있는 무가 무에그리 다를까 만은
이건 내가 만든 작품 보는 기분이다.
혼자 한게 아니고 여럿이 함께 짓는 농사지만 기쁨은 내가 가장 호들갑스럽게 누리니
이것도 내 복이 아닐까..ㅋㅋ
3주 만에 밭을 찾았는데 지난번엔 엄지 손가락 만하던 무가
이제는 제법 가을 무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다.
두둑 비닐까지 찢어가며! 오르는 것이 땅의 정기를 한 몸에 받은듯 힘차 보인다.
옛날 옛적은 아니지만 유년기 시절 나무 하러 갈때 뽑아 먹던 그 무 생각도 났다..
배추도 한아름이다.
어제 오후 짚으로 허리띠를 가볍게 둘러 매력 포인트를 살렸는데
무릎 꿇고 공손히 마주 앉아 늘어진 배춧잎을 한 잎도 포기하지 않고
쓸어올려서 가볍게 한 번 안아줌과 동시에 ㅎㅎ 짚으로 둘러 묶어주는 작업을 했다.
잎이 처지는 것도 막고 막바지 속을 채우는 일이 요 묶어 주는 일로 시작되는 셈이다.
처음 해 본 일이지만 잘 자라온 것이 기특해서 힘들다기 보다는 보람이 먼저였다.
무릎이 흙범벅이 되었지만 워낙 생산적인 일이라 기분도 좋고,
밭가에서 간식을 먹거나 쉬는 동안에도 님 보듯이 밭이랑 쪽에만 눈이 갔다..
두 어 시간 작업 했는데 이렇게 이쁜배추를 나는 이적지 본 적이 없다. ㅎㅎ
밭일 다 끝내고 나면 또 기분 좋은 일은
마트에 장보러 나온것 처럼 필요한 식재료들을 거두는 일이다.
상추가 한창이다. 밖에서 자란 것이라 하우스 것과는 다르고
감촉이 아기 피부결처럼 부드러웠다. 뽀송하다는 느낌..
봄, 여름, 가을 먹는 것이지만 이 상추는 초가을에 파종한 것이라 지금이 애기 시절이다.
쌈싸 먹어도 꿀 맛 일 것 같고,
겉절이 해서 된장찌게에 밥을 비벼먹어도 좋을것 같다.
밭에서 나온 소출들이다.
내 해산물 같은 이런 소출을 보는 기분이란..
사실 혼자 힘으로 한것은 별로 없다. 함께 농사짓게 된 이웃들 덕분이다. ㅎㅎ
어제 오후 다녀왔는데 집에와 풀어보니 야채 가짓수가 장난아니다.
무청은 데쳐서 시래기 국 끓이고,
무는 깍두기 담고, 쪽파는 다듬어 파김치를 담궜다.
시금치도 냉상으로 자란 것이라 먹어 보진 않았지만 하우스에서 자란것과는
게임이 안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늦게 자라서 뽑아온 배추는 저녁에 생으로 쌈싸먹었는데 아우! 이맛까지. 어쩌면 좋을까나..
아무래도 내년부터 채소 농사 계속 짓게 되는거 아닌가 모르겠다.ㅋㅋ
무는 아직 커가는 과정이라 껍질이 두껍게 형성되지 않아서 그대로 먹기 좋았다.
밭에서 맛 볼려다 다 자란것이 아니라 맛이 들었들까 반신반의하며 왔는데
이것 저것 소출들 다듬고 씻고 정리하다가 무를 한입 먹어보고 깜짝 놀랐다.
사과보다 더 맛있는 무라면 공감갈까..
무에 수분이 많아서 사과즙처럼 씹을때 우러나는 무의 단맛이라니!
금방 뽑아 낸 무 맛이 어떤 맛인지 먹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짐작하기도 쉽지 않을 둣ㅎㅎ
이런 맛은 농사짓는 사람만 아는 맛 아닐까..
(농사짓는 다고 너무 잘난척!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ㅎㅎ 처음이라 그러려니 이해하시고 봐 주세용.)
나무 하러 갈때 뽑아 먹었던 무가 왜 그렇게 맛있나 했더니
밭에서 바로 따먹는 과일맛이 가장 신선한 맛인 것처럼,
무도 신선도에 따라서 수분량이 달라진 때문이었던 것 같다.
맛보기 전에는 국이나 찌게에 넣어 먹을 생각이었는데 아까워서
생으로 즐겨야 겠다는 생각에 깍두기를 담았다.
깍두기도 무맛이 좋으니 내가 담궜지만 정말 예술이다.
깍두기 레시피는 시간 날때 <맛있는 행복>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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