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촉촉히 내리던 지난 11일 밤, 중국국립교향악단 (China National Symphony Orchestra 이하 CNSO)의 내한 공연이 구미문화 예술회관에서 있었다. 유인촌 문화부장관도 '동방의 중심적 오케스트라'라고 찬탄한 CNSO의 내한공연은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2010, 28회 대한민국 국제음악제>에 한국음악협회의 초청으로 이루어졌고, 구미공연은 예술회관 주최로 가능했다.
대륙적 스케일이 느껴지는 110명의 CNSO 단원이 한사람씩 무대를 채워갈 때부터 관객들의 박수소리로 현장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어 갔다. 모두 입장, 무대가 좁은게 아닌가 싶게 악단과 관객과의 거리는 가깝게 느껴졌다. CNSO는 중국 정부에서 창단한 최초의 서양 관현악단으로 50년이 넘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올해 마흔인 수석지휘자 리 신차오는 1999년부터 CNSO지휘를 맡아왔으며 2009년부터는 부산시립교향악단 수석지휘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의 음악에 대한 이해력은 동서양을 두루 아우르는 적응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고 한다.
생상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 3번 나단조 작품 61은 바이올리니스트 한효림의 독주로 바이올린의 현란한 선율과 기교속으로 빠져보는 시간이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 작품 40 은 슈트라우스가 자신의 생애를 작곡한 곡이라고 하는데 익숙한 곡은 아니었지만 플루트와 오보에의 앙칼진 개성!을 들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수석바이올리니스트의 자유자재한 선율과 악단과의 어울림도 압권이었다. '영웅의 생애'라는 교향시에 맞도록 6부까지 웅장함이 잘 전달된 곡이었다. 1부 도입부에서부터 천지창조와도 같은 웅장함에 흠뻑 빠져들 수 있었는데 오케스트라의 연주하는 모습또한 장관이어서 생명력으로 꿈틀대는 출렁이는 바다를 보는 것 같은 보는 즐거움까지 누렸다.
"예술의 전당에 가지 않고도 이런 공연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는 안향순(43세)씨는 서울에서 살았었지만 구미에서 누리는 다양한 문화콘텐츠도 맘에 든다고 했다. 아이들과 함께 한 가족관객도 있었지만 대부분 관록있어 뵈는 나이든 관객들 덕분인지 한결 차분하면서도 열광적인 공연장의 분위기 였다. 개인적으로 감동이 더욱 업 될 수 있엇던 것은 110명의 단원이 나를 위해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과 그 에너지를 내가 두어 시간 남짓 만끽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다시 없을 감동의 시간이었다.
더러 중소도시에 사는 아쉬움을 문화 행사의 부족으로 꼽는 경우를 보게 된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구미에서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많다. 구미에 문화 행사만도 벅차다고 할만큼 급변해 온 것이 구미문화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수도권에 살더라도 담 쌓고 산다면 그 생활권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디에 살던지 내가 찾고 즐기는 만큼 누리는 것이 문화가 아닐까.
KTX 김천 구미 역사가 11월 초부터 이용가능하게 되었고 이제는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이다. 어디에 사느냐가 아니라 중요한게 아니라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냐가 더 중요한 때이며 향유하는 자만이 질적인 삶을 누린다는 생각을 해도 되지 않을까. 대도시 중소도시는 이미 의미가 없어진 세상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글 사진 이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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