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or 여행 에세이

굼뜰에 다녀오다 3

구름뜰 2010. 12. 9. 17:23

 

굼뜰(구름뜰)엘 다녀왔다. 

집성촌인 고향에는 친척들이 많다. 반갑게도 지난 주말 사촌 여동생이 시집가는 날이었다.

멀지도 않고 한 번씩 가보고 싶지만 마음뿐이고,  

이렇게  대소사라도 있으면 기꺼이 달려가는 곳이 고향이다. 

 

동생네와 동행, 운전중이라  조카 제니에게 카메라를 맡겼다. 

 

위 사진은 모교인 웅양면 웅양초등학교다.

모교인 이곳까지만 오면  나는 벌써 다 온 듯 언제나 설렌다. 

나만 알고 나만 유독 좋아하는 고향!

5학년 조카가 제법 골고루 풍경을 담아 두었다. 아휴! 기특한 것.. ㅎㅎ

 

정겨운 풍경이라 블로그에 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ㅎㅎ

 

 

 

저 아래 마을이 굼뜰이고 학교는 이길로 다녔다.

70년대  비포장 길에 아스팔트가 막 깔렸을 때 어린 마음에 이 길이 우리집 안방보다

더 깨긋해 보였던 기억이 있다. 교 갈때만 이용한 길이 아니라,

교회 갈때도 이길이었고, 등하교 길에 친구들의  객기!를 구경하던 곳도 이 길 위에서 였다. 

 

차량통행이 뜸해서 지금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놀이들을 신작로에서 버젖이 했다.ㅎㅎ

도로가 경사가 있어서 요 우측 노면에서 오줌을 누면 물줄기가 아스팔트 건너쪽으로 쭈욱 내려갔는데

누가 더 길게  그리나 등등.ㅎㅎ. 이 길에 친구들과 드러누워 본적도 있다. 

따뜻한 온기가 오래도록 느껴졌던 기억이 있는걸 보면, 여름밤 인가 싶기도하다 

길에도 추억이 있고, 그리움이 있다.

터프한 사내아이들 같은 친구들이 많아서 재밌는 유년기를 보냈다.

 

가을이면 코스모스 하늘하늘 정겨운 곳이었고,

겨울이면 오르막이라 유독 바람이 세찼던 곳 이었다.

그 겨울 등교길에 추위에 떤 기억때문인지 지금도 추위를 많이 탄다..

어른이 되고도 겨울은 정말 싫다.

어릴적 환경이 역시 중요하다. ㅎㅎ

 

 

 

 

아마도 마을 죽림리(竹林里)는 병풍처럼 둘러쳐진

저 대나무 숲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아니었을까 싶다.

竹林에서 구름을 뜨락 삼아 노닐고 싶었을 선대 조상님들이

이곳을 이상향으로 삼고자 굼뜰(구름뜰)이라는 멋진 지명을 붙이지 않았을까 ㅎㅎ

 

상상력이란 얼마나 황홀한 아름다움인지.

허상일수도 있지만 허상이야 말로 진상의 표상일수도 있다.. ^^

 

 

 

 

 

 

 

 

구석 구석 말이 필요없는 풍경들이다.

보기만 해도 찡~ 해지는 이런 곳이 고향 말고 또 있을까.

무어라 말해도 무어라 표현해도 마음만 가득할 뿐, 

견주어 표현해 낼 말이 없다. 느낄 뿐이다.. ..  ㅎㅎ

 

그냥 좋은 곳,

그냥 좋아서 이곳에서 여장을 풀고 며칠 묵어도 보고 싶고

언제라도 이곳에서 살았으면 싶은 마음의 고향 몸의 고향 그냥 고향인 것이다..

돌아가고 싶은 내 유년이 있고, 풋풋한 풋내기적 가슴앓이까지.. .

모든 것이 이곳에서 생겨나고 자라난 그 근원지 같은곳..

어찌 이곳을 잊을 수 있을까!

 

차마 꿈엔들 잊을 수 없는 곳이다.

차마......................

 

 

 

 

 

 

 

굼뜰을 한바퀴 돌아 거창으로 향했다.

마을 어른들은 모두 예식장으로 가셨는지 조용했다.. ㅎㅎ

 

 

요 기특한 녀석과의 동행은 언제나 즐겁다.

 

예식이 끝나고 혼주인 막내삼촌 집으로 들렀다.

님도 보고 뽕도 따고,

고향마을 둘러 볼 생각에 더 신났던 나들이였다.

 

 

 

삼촌집  장독대다

숙모님이 얼마나 정갈하게 살림을 하는지

이 장독대 윤기만 봐도 짐작 할 수 있다!

 

딸만 둘인 삼촌 내외는 형제중에 제일로 알콩달콩 재밌게 사시는 것 같다.

아들이 없어서 어쩌냐고들 했지만 지금 보면 노년이 제일 행복해 보인다.

둘째 딸도 애인이라며 인사를 왔으니 머지 않아

고향 갈 일이 한 번 더 생길 것 같다.ㅎㅎ

 

 

 

유년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곳,............

예전 마을회관 안쪽에 있었다는  느티나무다. 

담장이 허물어지고 곁에 정자가 들어서고, 이제는 마을 어르신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역시 굼뜰이 고향인 제부 얘기에 의하면 삼십 여년 전 이 나무 굵기가 손가락 만할 때

마을회관을 오가며 많이 괴롭힌 나무라고 했다. 

 

세월이 흘러 한아름 넘는 이 나무를 보면  그 무엇! 인지 모를 무언가가 느껴진다고 했다.

볼 때마다 뭉클해진다는..

이제는 마을을 지켜주기도 하고 지키는 것 같기도 한 

우람한 위용이 상징적인 느낌을 줄만큼  아름다워서 

당산나무 역할을 하고 있는 나무 같았다.

 

내 유년의 기억속에 이  나무는 없지만

그래도 듬직하고 기특하고 반갑다. 

숱한 시련을 견뎌 냈을 터이므로 오늘이 가능했을 것이다.

제부가 나무에게서 큰 바위 얼굴 같은 느낌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볕이 좋았던 이 양지쪽 담벼락에서 지낸 유년기가 그립다.

감나무 아래서 공기놀이하고, 땅따먹기 하던 곳

겨울이면 대문 앞 요 양지쪽에서  자치기하고, 숨바꼭질 하던 곳,

 

 

대문은 없어지고 지붕이나 담벼락은 30년도 넘은 그 시절 그대로다..

 

누추한듯 초라하지만 아직도 고향집이 그대로 있어서 좋고,

그 곳에 친척들이 있어서  좋다.

 

 

 

 

 

 

뻔질나게 드나들던 도랑가. 소나기가 오고 나면

도랑물 얼마나 불었나 달려가던 곳이다

지금은 사람들의 흔적도 별로 없었다.

물은 제법 깨끗하고 수량도 넉넉히 흐르고 있었다.

도랑길을 따라서 뒷 마을로 가는 길도 올라가 보았다.

추억속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지는 곳이기도 하다. .

 

  

조카가  이웃집 아저씨까지 담아두는 센스를 발휘했다.ㅎㅎ

언제 찍었는지 제 엄마랑 어릴적 고향 얘기 하느라 몰랐는데

녀석 저는 혼자서 이렇게 다양한 풍경들을  담아 두었다.

 

사진찍는 것 가르쳤더니 실력발휘 제대로 한것 같다.

풍경 사진을 자주 봐 온터라 막 눌러댄 것만 봐도 기특하다. 

 

 

 

 

'이런 사진을 언제 또 찍을수 있을지...'

단체 가족 사진 찍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열이 흩어지기 전에 외쳤다.

 

"잠깐, 봉산 李가만 여기 보세요.. "

 한 까칠한  현업오빠 올케. 한마디..

"아가씨, 봉산 李가 아닌 우리는 빠질까요?"

"아, 죄송!."

"시집 장가 온 사람도 다 보세요..."ㅎㅎ

 

혈육으로 맺어진 사람들, 언제봐도 정겹고 반갑다..

나도 요 앞줄 조카녀석들 처럼 쪼그리고 앉았던 시절이 있었다...

할아버지 환갑 잔칫 날 큰 집 마당에서 이런 대가족 사진을 찍었었다. 

40년도 넘은 얘긴데 사촌언니가 그 시절 얘길 했다.

누구는 훌쩍대며 울었고 누구는 의젓했노라고... .  ㅎㅎㅎ

 

가물가물 생각이 날듯 말듯 하지만, 흑백사진은  친정집에 가면 볼 수 있다. .

이 모습도 다시 돌아갈수 없지만 남겨둘 수 있어 좋고,

볼 수 있어 좋은 추억의 장면이 될 것이다. . 

세월은 흘러가고..

지나간 것은 아름다운 것이 되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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