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달콤한 휴가처럼 고향을 다녀올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간 김에 친구집이 있는 동호 마을(솔향기 돌담 마을)을 둘러볼 시간을 가졌다.
고향인 거창군 웅양면의 웅양초등학교 맞은편 쪽에 위치한 마을로
오며 가며 눈길은 가지만 마음내서 가 보게 된것은 한 30년 만의 일이다.
국도변에 있는 이 표지판을 보기 전에는 '친구네 집이 남아 있을까'그런 생각을 했었지만,
'동호리 이씨 고가' 라는 문구를 보면서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ㅎㅎ
친구 집을 아직도 기억하는 건
한옥의 위용이 너무도 아름답고 멋진 구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집에도 격이 있고, 어떤 집에 사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보일 수도 있구나
그런 분별심을 가진 계기가 된 것도 그 집에 가 보면서 였다.
견문이 넓지도 못했고 분지형인 우리 마을 집들만 보다가
지형을 따라 돌담도 많고 높았던 마을 모습과, 또 친구집 마당에 올라섰을 때
한눈에 들어오며 클로즈업되던 그 풍경까지 처음보는 집 구조였다.
동호마을은 초입부터 소나무 숲이 울창해서 저 숲속에
마을이 있나 싶게 밖에선 집들이 보이지 않는다.
초행길인 사람은 이정표가 없다면 찾기 쉽지 않으리라.^^
이 숲은 웅양초등학교 시절이던 70년대 소풍장소로 많이 애용된 곳이기도 하다.
'동호 숲'하면 인근면에서는 다 아는 장소로 저수지인지 연못인지를 끼고 있어서
풍광도 좋은 곳이다. 지금은 웅양포도 축제 장소이기도 하다.
마을은 솔 숲을 지나 한 참 올라야 한다.
중학교 1학년 때 였거나 초등학교 6학년 정도 였던 것 같은데
1박을 하기로 하고 이 길을 친구들과 올랐었다.
갈 때는 몰랐지만, 돌아서 나올때 이 길이 낯설고
숲이 웅숭 깊어서 길을 잃었던 곳이기도 하다.
마을 입구에는 여기저기서 오래된 고목들이
옛자취를 더해 주고 있었다.
쉼터 옆에도 역시나 아름드리 나무들!
세월의 풍상을 그대로 이고 있는듯 잘 어우러지고 있었다.
숲을 지나 마을 입구다.
여기 까지 왔을 때 친구 집을 찾을 수 있을까,,
가물 가물,,, 긴가 민가.. ^^
우측으로 올랐던 기억만 났다.
고맙게도 경노당인지 마을 회관 같은 기와 지붕을 인 현대식 건물앞에
이런 그림지도가 있엇고 그 속에서 친구 집을 단박에 찾을 수 있었다.
친구가 둘 있었고, 두 집이 이웃하고 있어서 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곳은 놀러간 집 옆집인데 역시 친구 집이다.
그때도 이 곳은 가보진 않았고 친구 집에서 이렇게 넘겨다 본 집이었다.
이번에도 그때처럼 그렇데 념겨다 보며 찍은 사진이다. ㅎㅎ
마을의 특색인 '소나무와 돌담' <솔향기 돌담 마을> 이란 명칭이 딱 걸맞는 동네다.
풍파세월 고스란히 담은 듯,, 돌담들이 이씨 고가의 정취를 더해 주고 있었다.
친구집 돌담은 그대로 그 자리여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
그렇게 높았던 돌담이었는데 ..
친구들도 다 李씨 였던 걸 보면 동호마을도 이씨 집성촌 이었던 것같다.
돌담을 지나 대문을 들어설려면
돌계단을 몇 개나 밟고 올랐던 기억이 있는 곳이다..
30년 전 쯤 친구가 대문을 열었을 때 첫눈에 들어온 풍경이다.
우리가 들어서자 저 쪽 조카가 선 곳의 여닫이 방문이 열리며 남자 어른이 우리를 맞아 주었다.
친구에게 부모님이냐고 물었더니 우리집 농사일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했던 기억과
저 곳은 그들 가족이 사는 행랑채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행랑채 앞으로 보이는 이곳이 다 잔디였던 것 같은데 정확한 기억은 없고,
그때 내눈에 이 마당은 거의 광장같았다.
좌측 밭이랑을 만들어서 농사 지은 흔적이 있는 이곳이 그렇게 인상적이었다...
친구네 가족이 머무는 안채는
행랑채를 돌아 들어가야 했었다..
행랑채와 한옥이 디귿자로 연결되어 있었고
행랑채 뒷 편이 안채 마당이 되는 셈이었다.
우리집 두세배나 될 듯 넓은 집이어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정원에는 우물이 있었고 그야말로 '마당 깊은 집' 이었다.
사진 안쪽에 디귿자로 연결된 한 옥 정면에 대청마루가 있었고 오른쪽으로 친구 방이 있었다.
안채의 안온한 느낌이 좋았고, 친구아버지는 서울인가 타지에 계신것 같았고,
어머니가 살립을 혼자서 하고 계신것 같았다.
'마당깊은 집'이라는 단어를 대할 때면,
가끔 '토지' 같은 드라마에서 나오는 한옥 풍경을 볼 때면,
내 기억속 이 집이 늘 연상되었었다.
한 번 가본 곳이고, 꿈속 같지만 실재하는 집이이어서
기억속에 남아있는 유일한 한옥이었다.
누군가 살고 있는 흔적이 보여서 더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친구가 있었다면 얼마나 반갑게 맞아 주었을까 마는
세월이 너무 흘러 버렸다.
발길이 닿아 옛 흔적을 찾고 보니 그저 정겨웠다.
그 시절 친구들은 어디메서 어떻게 들 사는지....
처마끝에 달린 풍경에서 부터,
그때처럼 여전히 정갈하고 잘 정돈 된 한옥의 풍광과
세월은 흘렀지만 잊지 못했던 곳이었는데
다시 찾앗으니 그것으로 족하고, 여전히 잘 간직되고 있어서 더욱 좋았다.
어디로 갔을까..
담벼락 아래서 놀다보면 친구들이 몰려 올려나.. ㅎㅎ
동호에서 본 고향마을의 노을진 풍경이다.
세월이 좋아져서
옛것의 소중함을 아는 세월이라 친구 집은 잘 보존되어 있었다.관광객들이 오면 민박까지 가능한 곳으로 꾸며져 있는 마을로 변해 있고,
내겐 이런 추억까지 있으니..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30년 전 그날, 자고 갈 것을 계획 하고 왔으나
무슨 일인지 잘 놀다가 캄캄한 밤에 집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혼자서 친구집을 나섰다가 이 숲길에서 길을 잃었었다.
빨리 이 숲을 빠져나가겠다는 생각으로 달렸는데
늑대나 여우가 나를 잡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그 때 이 숲길은 길을 잃을 만큼 좁고 어두웠으며 무서운 곳이었다. 그 밤에는 특히..
방향감각으로 이내 우리 마을쪽을 찾아오긴 했지만
시내를 건너 헤맸던 기억이 있다.
돌담너머로 목을 쭈욱 빼지 않아도 훤히 보이는 집들!
다시 찾은 그곳의 옛자취는 그대로이고, 나는 이만큼 커 버렸다.
아니 나이들어 버렸다.
추억속으로 들어간 느낌,
가끔 추억속의 장소를 찾으면 그 시절 그 시간인가 싶은 착각에 들만큼
정서가 좋아지는 걸 경험하게 된다.
이런 공간 이동을 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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