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구미에는 눈이 내리고 있다...
겨울이 오기 전부터 눈내린 금오산을 꼭 한번 올라야지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기온이 너무 내려간 탓에 지난 두어달간은 엄두를 못냈었다.
그러다 그저께 토요일날, 눈은 없더라고 가고 싶은 마음이 동했고
친구 둘과 셋이서 금오산 산행을 했다.
겨울동안의 운동부족이 은근 걱정되었지만
몸이 신호를 보내거나, 바람이 많아서 추우면 곧장 내려오면 된다는 생각으로 올랐다.
하지만 생각보담 가볍게 대혜폭포까지 올랐고 내친김에 할딱고개까지 다녀왔다.
토요일 산행이 가뿐해서 그랬던지 자신감도 생기고
내친김에 일요일인 어제도 금오산엘 한번 더 올랐다.
이렇게 의욕적으로 이틀간 내리 산행을 해본적은 없는데..ㅎㅎ
토요일 산행에서 신기했던 것은 밖은 추운데
산의 품속인 산속은 얼마나 훈훈한지..나는 당연히 산속이 더 추울거라 생각했다.
우리가 오른 반대편 능선에서 바람을 다 막아주고 있는 상황인지
맑고 찡한 공기와 훈훈한 봄기운까지 겨울산을 제대로 호흡한 기분이랄까..
상쾌한, 명징한 느낌이랄까.. 기분이 좋았다. 이맛일까 싶은..
겁만먹고 겨울산행을 한번도 해 본적이 없는 내 무지의 소산을
그나마 뒤늦게라도 맛본터랄까.. .
그런 매력을 맛보았으니 당연 일요일 또 용기를 낼수 있었다...
첫날 대혜폭포까지는 단숨에 올랐다.
대혜폭포는 낙숫물이 그리 많은 곳은 아닌데
얼어 붙은 낙숫물 덩어리가 엄청난 위용을 뽑내고 있었다..
해빙기 사고를 생각해서 인지
가까이 갈 수 없도록 띠가 둘러져 있었다..
머지 않아 해빙될것이고 저것이 서서히 녹다가 어느 순간
덩어리로 떨어질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도 들었다.
대혜폭포에서 할딱고개를 오르는 길은 경사가 얼마나 가파른지
멀리 해운사가 보인다.
대혜폭포에서 잠깐쉬고 단숨에 할딱고개까지 올랐은데.
이곳에 서고서야 바람이 얼마나 센지
산마루턱에서 제대로 겨울바람 맛을 보았다..
이쯤되면 칼바람이란 말도 나오겠다 싶은 그런 바람이었다. ㅎㅎ
구미에 눈 온지가 오래되어서 구석진 응달이나 지대가
낮은 곳에도 잔설은 별로 남아 있지 않았다.
겨울나목의 단아한 꾸밈없는 모습이야 말로 겨울산의 백미가 아닐까 싶다.
잔가지에 겨울눈을 덮고 봄을 준비하는 새싹들이더러 보였지만 아직은 이른듯 했다.
금오산 주차장 아래쪽에는 지인의 꽃집이 있다.
일요일 산행시작하기 전에 커피가 생각나서 들렀는데
반색하며 기다렸다는 듯 건넨 인사가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이었다.. .
.
매화소식을 메스컴으로 접하긴 했지만 실제로
이렇게 빨리 볼 줄은 몰랐는데 얼마나 반갑던지
이럴때가 카메라 가지고 다니는 보람이 있을때다.. ㅎㅎ
홍매화다.
애개사과!다
어느가지에선 새순이 돋아나고 있는데 무슨 미련인지
이런 처연한 모습이라니..
눈에 띄어서 고개를 숙이고 찍고 있었더니.
꽃집 지인왈...
"내가 아는 곳에 호랑이가 있는데 호랑이 사진 찍고 싶냐"고 물었다.
다들 잘 모르지만 구미에도 호랑이가 있고 내가 알고 있으니
찍고 싶으면 알려주겠다는 투였다.
마음이야 고맙지만 호랑이에겐 관심 없다고 하는 나를 보며,.. 동행한 아우가 한마디 거들었다..
"그런 크고 거창한것 말고, 작고 보잘것 없는 것을 더 좋아해요. 이언니는."
그렇다, 나는 호랑이보다 이런 것들이 더 좋다.
작고 보잘것 없는 듯하지만, 그 너머에서 보이지 않은 것
이상을 볼수 있게 해주는 이런 것들이 좋다.
금오지 아래쪽 1주차장에다 차를 세워두고
꽃집에서 커피 한잔하고 금오지 둑으로 올랐다.
이 둑에 서면 앞으로는 금오산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뒤돌아보면
지대가 많이 높지 않지만 그래도 주차장과 시내 전경이 제법 들어온다.
금오지 주변 산책로에 붙여진 이 올레길은 수변위로
조성되어 있어서 더욱 산책로로 사랑받는 곳이다
둑에서 본 주차장과 구미시가지 풍경
금오지 표면이 반 넘게 얼어 있었지만 조금씩 해빙되고 있는 것 같았다.
다시 전날처럼 할딱고개를 오를 생각이었는데
꽃집 지인이 칼다봉쪽을 권하는 바람에
둘다 초행길인 칼다봉쪽으로 올랐다.
다녀오고 나서 신기하고 섬뜩할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우리 둘이서 오르는 동안 만난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인적이 뜸한 길을 룰루랄라하며 올랐던 것이다.
칼다봉쪽에서 본 금오산 아래쪽 풍경이다..
우측으로 금오랜드 눈썰매장이 선명하다..
아침 일찍부터 시작된 눈이 지금까지 내리고 있다..
눈내린 금오산 풍경은 어제그제와는 완전 다른 풍경일 것 같다..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한번 오르자고 하면 뭐라고 할지,,ㅎㅎ
카메라 밧데리 충전부터 해두어야 겠다.
이 눈 그치고 나면 금오산엘 다시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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