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겨울 바람이 태조산 자락을 쓸어릴듯한 날씨였던 어제는
신라불교의 발상지인 구미시 해평면 도리사엘 다녀왔다.
조용하기가 절간 같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풍경속에서
잠시 속세를 벗어난 것 같은 시간을 보냈다.
도리사는 신라 눌지왕 때 고구려 승려 아도화상이 불교가 없던 신라에
포교를 하기 위하여 태조산 자락에 처음 세운 신라불교 초전지다.
도리사에는 대웅전이 없고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진 적멸보궁만 있다.
1977년 극락전 뒤편 석옹탑에서 발견된 금동사리함에서 부처님 진신사리 1과가 발견되었고,
그것을 사리탑에다 안치(진짜사리는 김천 직지사에 있다는 얘기도 있다)한 것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적멸보궁에 들어서면
뒷면 벽이 유리로 되어 있어 사리탑을 친견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1988년에 세워진 이 사리탑이 불상을 대신하는 셈이다.
여려번 갔어도 적멸보궁 안에 들어가 본 것은 처음이었다.
어제 이곳에서 108배를 했다.
들어갈 때는 삼배나 할까 하다가 갑자기 마음이 動했다..
108염주가 어디 있을까 찾다보니 3천 배용 염주가 먼저 눈에 띄었다.
3000배하는 신도들이 더러 있기는 한가보다..
염원할 무엇이 딱히 있어서도 아니고,
잠시 생각을 접어두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던 것 같다.
친구도 108배를 끝내고 내려오면서 그랬다.
딱히 기복할 무엇이 있다기 보담은
무엇하나 하고 가고 싶었다고..
하고나면 마음이 좀 씻어진 것 같고 편안해지는
이런 맛을 느끼고 싶어서 였다고,
마음 다스리기는 때로는 몸의 기운이 필요할때도 있다..
일심동체!는 이런 행위로도 맛볼 수 있다.. .
적멸보궁에서 내려다 본 태조산 도리사앞의 전경이다.
동해가 내려다 보이는 토함산 석굴암 전경못지 않은 풍경이다.
섬뜰에 신발이 한켤레도 없어서
태조선원 툇마루에 앉아서 따뜻한 겨울 햇살을 한동안 즐겼다.
디오게네스 처럼...... ㅎㅎ
태조선원 좌측 극락전 풍경이다.
뜰앞 목련은 한창 봄마중을 준비하고 있다.
요녀석들은 백목련인데 만개할 쯤이면
태조선원 뜰 앞이 환해진다.
극락전(우측) 앞에서 본 태조선원(좌측) 풍경이다.
인적이 없어서 그런지 까악까악 극락전 뒷쪽 나무에
까마귀 무리들 울음소리만 유독 선연했던 겨울 한나절이었다.
낡은 단청빛이 지나온 세월의 나이테 같다.
반야쉼터 입구 기둥에는 올때마다 볼때마다 정겨운 숫기와가
남녀처럼 이렇게 정겹게 놓여있다.
쓸모없는 깨진 기와 두장이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것은
글귀 때문이리라.
들꽃 처럼 소담스러운
친구가 있다면
늦은 밤이라도 반가이 맞는 사람 있다면
언제나 다담(茶談)나눌 사람이라면
내 그런 친구 한사람 만나고 싶다..
쉼터에는 차를 마실수 있도록 차도구도 갖춰져 있고,
서재에 책이 넉넉히 꽂혀 있다.
여름에는 쉼터에서 차한잔 하기 좋았는데 오는 이들이 없어 그런지 방이 냉골이었다.
천년도 넘은 고찰의 인적드문 고요!
툇마루가 윤기나도록 잘 길들여진 흔적
겨울 한나절 찬기운 탓이었을까.
햇살한줌의 고마움을 느껴보는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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