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or 여행 에세이

유학산을 다녀와서..

구름뜰 2011. 2. 21. 10:26



 

'고지'라고 적힌 팻말이 주는 반가움..

높은산이든 낮은 산이든 내게 고지 점령은 생애 몇번 없었던 일이다.ㅎㅎ

그래서 의미있고 반가운 표지판이다.

 

어제는 칠곡 다부동 전적비 반대편 능선으로 유학산을 올랐다.

애연가들의 년초 금연 작심보다는 조금 가볍게 한 결심일 수도 있지만, 

운동부족도 해결할 겸 가까운 산부터 

주말이면 산행을 해 보겟다는 마음을 먹은지 두번째 주다. ㅎㅎ

 

어제 산에 가기위해 집을 나설때였다.

한참 윗층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보면서 걸어 내려갈까 하다  버튼을 눌렀다.

신발끈을 야무지게 한번더 묶을만큼의 시간이 지나고

딩동 내가 부른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10년도 넘게 알고 지낸 고층에 사시는 아저씨가 타고 있었다.   

"안녕하세요."가벼운 목례를하고 문이 닫히는 순간,

숨이 탁 멎는 기분이랄까. 

표현하기는 그렇지만....'걸어서 내려갈걸'싶은...

 

그분이 풍기는 포스라면 순전히 나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오랫동안 지켜온 금녀(禁女) 공간을 내가 불쑥 칩범한  불청객이 된 것 같이 느껴지는 .  

낯선 공간  낯선 사람도 아닌데 

그분은 그냥 가만 타고 있기만 했을 뿐인데..

왜 그런 기분이 드는지..

4층에서 1층까지의 거리가 몇 분은 걸린것 같은 어색함이라니..

 

 

 

산을 오르면서도 왜 그런 느낌이  들었을까?

그분도 내게서 그런 느낌을 들었을까! 라는 생각이 떨쳐지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공간이 혼자가 아니면 편안한 공간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더러는 반가운 공간도 되고, 무심한 공간도 된다 사람에 따라서..

둔해서 못 느낄 수도 있고, 예민해서 민감한 사람도 있겠지만

공기마저 쏴~하게 만드는 그런 독특한 분위기가 

사람에 따라서 더러 있는것 같기도 하다.  

 

보이진 않지만 직감으로는 느낄수 있는 그 사람 특유의 것,

처음봐도 친근한 사람이 있고, 

오랫동안 알고 지내도 둘이면 어색하거나 불편한 사람이 있고 참 다양하구나.. 싶은

그러니 서로 친근감을 가지는 일을

우리는 인연이라는 단어를 붙이는지도 모른다.

숱한 사람들 속에서 그사람만의 향기와 나만의 향기를 서로 아는,

쉽지도 않고 흔하지도 않지만

살다보면 그런 사람들도 더러 만나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싶다.

 

 

 

산을 오르며 온전히 트인 공간이고, 방향이 같고 목적이 같아서 그런지.

처음보는 사람들이고 스쳐 지나는 사람들인데도 낯설거나 어색함은 덜했다.

조카같은 열살짜리 여자 아이가

눈길인데다 신발이 운동화라 미끄러워 했던 탓에

남편이 오르막에서 손을 잡고 한참을 끌어 주었다.

아이 아버지가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그 팀과 우리 팀이

쉬는 자리도 다르고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지도 않았지만,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동행하는 기분으로 올랐고 내려왔다.

 

도심공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사람에 대한 편안함,

개방적인 느낌이랄까

숨가쁜 호흡에 섞인 즐거운 담소와 왁자한 웃음소리...

두루두루 어울리는 소리들까지 정겹고 가깝게 느껴졌다.

 

하늘과 땅이 모두 놓인 자연속이어서 그럴까. 

사람도 그만큼 편해지는 공간이었다. .

사람에 대한 느낌이 이리 다를수도 있구나.. 공간에 따라서..

친해질려면 확 트인 공간에서

한가지 목적으로 한 방향을 향한 동행도 정말 좋은 시간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그렇게 숱한 사람들이 주말이면 산을 찾는지도 모르겠다.. ..

산의 매력을 잘 모르지만, 이리 좋은 것들을

많이 놓치고 산건 아닌지 이제사 그런 느낌이 든다.

작심 삼주나 한달 정도가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마음 먹은것으로도 내게는 장족의 발전이다.

앞으로의 산행이 기대가 되고,

지긋지긋한 관절염은 없지만,

그래도 건강한 편은 아닌 내 다리에도 힘이 오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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