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or 여행 에세이

팔공산 갓바위 나들이

구름뜰 2011. 1. 9. 22:41

 

 

정초라 좋은 기운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

한가지 소원은 들어 준다는 갓바위 부처님을 찾았다.

 

 

잔설덕분인지 겨울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능선을 따라 암자에서 암자로 이어지는 산길의 수려한 곡선이

걸림없는 강물의 흐름처럼 자연스럽다.

 

갓바위부처님 참배하는 곳이 벼랑 끝 같은 곳이어서

경산에서 대구쪽까지 확트인 경치가 좋았다.

완전무장을 했지만 머리가 띠~잉할 정도로 바람은 찼다.

그래도 재밌는 지인들과의 동행이라 흥겨운 산행이었다.

 

 

 

 

 

 

 많은 불자들이 벼랑끝 같은 약사여래불 앞에서 

절을하기도 기도를 드리기도 했다..

 

간절하게 염원하면 이루어 질까.

이루어 진다는 소망이 믿음을 굳히는 행위인지도 모른다.

하지 않음보다 하고나면 마음은 편안해지니까..

 

 우리가 바라는 소망의 대부분은

욕심에서 비롯되는 것들이 많지 않을까.

욕심을 버린 바램은 의외로 마음자리로 이룰수 있는 것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 힘으로 안되는 것들 또한

삶에서 얼마나 많은가.

인간은 나약하고, 의지처가 필요하고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

그래서 이런 곳을 찾을 수밖에 없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이런 자리에 서면 평소에는 잘 지내다가도

저 심연아래까지의 자신을 들여다 보게 된다.

 

내 소원이 무엇인가.?

소원이라는 것을 빈다는 것이 속보이는 짓이라는 생각이 왜 먼저드는 지는 모르지만, 

그래서 그런지 나는 이제껏 한번도 소원을 빌어 본적이 없다..

무엇 때문인지..이런 성스런 장소에 서면 말이 되지도 못한 생각이 있고

그 생각에서 더 이상의 진전이 없다. 생각덩어리는

 양심이 먼저 마중가고 그 무게에 짓눌리고 마는 것 같다!

 

나만 그런건지 다른 이들도 그런건지

생각이 많은 건지 일념이 안되는 건지. 

이정표 없는 길에 선 기분같기도 하다.....

 

  작은아이 수능을 앞두고 무어라도 해 봐야 할 것 같아서

108배를 해 본 적이 있는데,

108배가 끝나고 나서 눈물만 흠씬 뽑은 적이 있다.

그때도 말한마디 염원한마디 못하고 돌아왔다.

 어제도 그때 그런 기분이 되살아났다.

 

 

동전을 붙이며 소원을 빌 수 있는 벽이 

약사여래불(갓바위 부처님)하단 기석쯤 되어 보이는 곳에 있었다.

 남편은 백원짜리도 아닌 500원짜리를 붙이려 애썼는데  실패했다.

다시 내가 받아서 붙였다.

 

 

내가 붙인 곳은 앞서간 이들이 수도 없이 붙였을 

홈이 조금 파여 있어 동전을 받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신비한 영험보다. 누울자리 보고 다리 뻗듯이

붙을 만한 곳에 그냥 살짝 얹은셈이다.

 

복도 소원도 이런건지 모른다. 실현가능한,

분명  무언가 가능한 바탕이있어야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때로는 나와 상관없는 것일 수도 있고, 내가 만들 것일 수도 있으리라..

 

 

갓바위에서 받은 점심 공양이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욕심을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이 공양을 받습니다.

 

이런 계송을 외며 젊은 시절 이곳에서 공양을 한 적이 딱 한번있다.

20년도 넘은지라 다시 한 번 먹어 보고 싶어 차례를 기다려 받았다.

갓바위까지 오르면 누구든 먹을 수 있기도 하다.

 

 

시장이 반찬이었는지 일행들이 게눈 감추듯

아무 말없이!!! 후루룩 뚝딱했다.

 

 

하산길에 들른 상가식당에서 만난 귀한 음식들이다..

 

치즈같은 하얀 두부와 파전을 받아놓은 상앞에서 

절밥에서 느껴졌던 일식삼찬은 커녕  일찬에서

느껴졌던 그 짜고 맛없는 맛을 체험한 뒤라 얼마나 귀하게 느껴지던지. 

 

 

 

 

 

애초에 이런 별식 먹을거리를 생각하고 왔던지라.

'이제사 말이지만' 이라는 .

절밥에 대한 평가가 쏟아졌다.

 

대충 그 평을 모아보면,

무짠지는 그야말로 소금에 절여 씻지 않은 상태,

씹어 먹으면 안되고 빨아 먹어야 할 정도라는 평,

 

그렇다면 왜 그렇게 만들까?

일부러 맛없게 해서 음식의 귀함을 알리고자 하는 의도와, 

또  맛 없으니 먹고 가지 말라고 그렇게 만들지 않을까. 

시래기 국은 시래기 행궈낸 국물맛 같은 그런 음식같았다는 평까지ㅋㅋ.

 

공짜밥은 아니었고, 밥값을  보시함에다 내고 왔고,

 공손한 태도로 잘 먹고 나온 것 같이 했지만

모두들 두번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이었던 것 같다.ㅎㅎ

 

나도 추억때문에 먹긴 했지만

이십년 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밥상을 확인하는 자리였고,ㅎㅎ

내게도 흡족할 수는 없는 밥상이었다.ㅎㅎ

 

 

 

 

가까이에 있어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었는데

정말 오랫만에 갓바위를 찾았다.

그동안  빌어야할 소원이 별로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애타게 찾고 싶을 만큼 우환없이 지낸것도

복이라면 복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

음식의 귀함을 체험해 보는 시간이었고,

무엇보다 잔설덕분에 겨울 나목들의 발가벗은 모습이

선연하고 처연한 아름다움으로 와 닿았다.

 

새해 좋은 기운도 좋지만

절제미와 의연함이 느껴지는 겨울나목의 아름다움을

꼭 닮고 싶은 그런 산행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