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누워 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 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강은교
** 법, 사랑법이라는 제목다운 시입니다.
사랑, 이렇게 하라고, 이쯤은 되어야 한다는 달관의 경지입니다.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사랑법 답지요.. ^^
할미꽃 정말 아름답지요..
싫어할 줄 알면서도 살며서 고개를 들어 봤는데
속내 들킨 듯, 얼마나 수줍어 하는지요..ㅎㅎ
할미꽃에 얽힌 신라시대 이야기 한편 올립니다.
'삼국사기' '열전'에도 소개되어 있는 '동문선'에
신하가 임금에게 올리는 글인 '주의' 편에 '풍왕서'라는 제목으로 실려있는 글입니다.
설총(660~730년)은 원효의 아들로, 아버지 원효가 불교에서 차지했던 것과 같은 위치를
유학과 문장에서 차지했다고 합니다. 어느날 신문왕이 설총에게 이야기를 들으면서
울적한 마음을 풀고 싶다고 하자. 설총이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 하듯이 말을 꺼냈는데..
온갖 꽃이 피어 있는 동산을 꽃나라라 하고,
그곳을 다스리는 화왕이 처음에는 아름다운 여인인 장미에게 마음이 쏠렸다가
머리센 늙은이인 할미꽃의 말을 듣고서,
요염한 무리를 멀리하고 정직한 도리를 숭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왕이 듣고나서
< '그대의 우언(禹言)은 참으로 깊은 뜻이 있으니 글로 써두어 임금을 경계하는 말로 하라.>
우언이란 빗대어서 하는 말로, 임금의 도리를 화왕에게 빗대어 풍자 했을 따름이고,
유학의 교훈 같은 것을 정면에서 내세우지 않고, 식물을 의인화해서 사람의 처신을 말한
<화왕계>는 문학적 표현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후대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주의(奏議)와 연결되기 보다는 의인문학의 맥락과 닿고,
특히 화사(花史)같은 작품의 선구적 형태 노릇을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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