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잠시 비 그친 틈에 밭엘 갔었다.
장맛비로 밭가 개울에 물이 제법 흐르고,
강아지풀을 비롯한 잡초들도 쑥숙 잘 자라고 있었다.
도라지 꽃봉오리에 살짝 내려앉은 잠자리는
아직 꽃향기도 없을 꽃에 취했는지 가까이 가도 꼼짝 않고 있었다. ㅎㅎ
잠시 한가로운 전원 풍경에 취했다..
옥수수는 어느새 어른 키만큼 자랐다.
밭가로 심지 않고 한 가운데 심어서 그런지 장승처럼 우뚝 서 있는 모습이라니.. 듬직하다..
토마토는 이 열매가 처음 열릴때는 당연 미니 토마토 인줄 알았는데
자꾸 크는걸 보면서 재래종 토마토 인줄을 그제서야 알았다. ㅋㅋ
가지도 잘 자라고 있다.
오이는 수확적기를 놓친것은 어른 팔뚝 만해지는것도 있는데
호박도 마찬가지다.
아마도 두면 계속 자랄것 같다.
풋고추는 갈때마다 한바구니씩 따와 이웃과 나눠먹는다.
요 고구마 순은 호박고구마인데 순이 무성하게 잘 자라고 있다.
상추는 빗줄기에 젖어서 쑥대밭처럼 되어 버렸다.
그동안 잘 따 먹었는데...
고구마는 호박고구마 외에도 타박고구마도 밭 뒤쪽으로 심었는데.
밭에갈 때마다 고구마 순 지켜보는 것이 낙이었는데.
어제 밭에가보니 이런 사단이났다.
짐승이 내려온 건지 고구마 순들을 다 걷어내 버렸다.
그냥 다 뽑아버렸다고 해야 옳겠다.
이제 겨우 어른 새끼 손가락 만한데,
뭐 먹을 것이 있을까 싶어 줄기를 잡아당겨버린 것 같은데
요것이 누구 짓인지..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잔뜩 기대했고, 추석 때 수확할 요량이었는데.. .
이렇게 초토화시켜 버리면 어쩌라고,,
이것을 다시 심어야 하는건지. ..
그래도 다 당한건 아니고,
한쪽만 당한것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심은 고구마의 한 이삼십 프로 정도 훼손되었다.
다음에 가면 이쪽 호박고구마에도 이런 일이 생길지 모르지만 속수무책이다.
보초를 설수도 없고, 원 이런 고약한 일이 벌어지다니..
허수아비를 세워야 하는지.
고추따다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는 바람에 차로 피했지만 젖었다.
친구는 남편이 좋아한다며 우산을 들고도 고구마 순을 한참 땄다.
이런 재미 저런 재미 밭에 갈 때마다 수확물도 그득하고,
커가는 모습들이 반갑기만 했는데..
이렇게 농작물을 망쳐 놓는 손길을 보고나니 편찮다.
녀석 어떤 짐승인지 모르지만 발병이라도 나서 다시는 오지 말았으면 ..
천재지변 외에도 이런 변수가 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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