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행복

영농일지- 감자수확,,

구름뜰 2011. 7. 14. 09:05

어제 해거름 무렵에 감자를 캤다.

감자 수확 적기는 꽃이 피기 시작한 날로부터

며칠 후라는 공식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완전 무대뽀! 로 지내다가 캤다.ㅋㅋ

 

 

땅속 보물찾기 하는 것처럼 재밌는 작업이었다..

줄기 하나에 열개 가 넘게 나오는 곳도 있고,

또 어떤 곳은 한 두개까지

밭감자라 논감자보다 조금 늦은건 맞는데

우리는 늦어도 너무 늦은 탓에 감자가 너무 커 버렸다.

 

게으른 주인 덕분에 감자는 땅속에서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를

 다시 싹튀우고 열매 맺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 것 같다.

한마디로 대략 난감이었다.

 

지인이 "이 감자 먹어도 될까요?"

마트에 파는 것이랑 좀 다른것 같은데.. 

감자 눈에 있는 독소 (솔라닌)만 제거하면 

괜찮을 거라고 내가 호언장담했다. .

감자는 감자일 뿐이라고. ,, ㅋㅋ

 

 

"이것좀 보세요. 사람얼굴 닮았어요."

 

 

눈, 코, 입, 요 재밌는 얼굴같은 감자는

머리엔 뿔까지 나서 기이한 생명체같은 ..

땅속사정인지라 캐봐야 아는 보물이고 보니.

캘때마다 여기 저기서 탄성이 났다. 

 

 

처음 한개 캐고, 두번째 올라온것도 같은 모양이었다..

둘일때는 풀잎으로  키스직전의  '애정표시' 좀 하려 했는데

금새 또 하나 더 나왔다.

할수 없이 삼각관계로 전환,,, ㅋㅋ

잠시후 또 하나더,  한 구덩이에서 이런 괴상한 닮은 꼴이 4개나 나왔다..

 

어디 갇다놔도 한 뿌리에서 난 형제인 줄 알아보겠다. .

 

 

 

줄줄이 사탕으로

올라온 요것은 감자가 12개가 달렸다던가.

밭농사 함께 짓는 제일 큰 형님,

농사 지어 본 경험이 그래도 우리중 제일 많은,,

풍년을 맞은 농부의 얼굴이다.

 

 

한박스 심었는데 싹은 삼분의 일 정도만 올라왔었다..

한데   소출이 이렇게 많다..

농사 잘 되었다간 감당 못할 뻔 했다고,, ㅋㅋ

주시는 만큼 거두어 들이는 마음이 된다..

불평 불만 없이 기꺼이 감사하는 마음이 된다.

 

 

견우 직녀도 이날 만은 만나게 하는 칠석날
나는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 오네
안개꽃 몇송이 함께 묻고 돌아오네

 

살아 평생 당신께 옷 한벌 못해주고
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벌 해 입혔네
당신 손수 베틀로 짠 옷가지 몇벌 이웃께 나눠주고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돌아오네

 

 

은하 건너 구름 건너 한해 한번 만나게 하는 이밤
은핫물 동쪽 서쪽 그 멀고 먼 거리가
하늘과 땅의 거리인 걸 알게 하네

당신 나중 흙이 되고 내가 훗날 바람이 되어
다시 만나지는 길임을 알게 하네
내 남아 밭갈고 씨뿌리고 땀흘리며 살아야
한 해 한번 당신 만난다는 길임을 알게 하네.

-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

 

옥수수만 보면 생각나는 도종환님의 시다.

아내를 먼저 보내고 돌아오는 남편의 심정이 자상하게 드러난 시다.

나중에 흙이되고 바람되어 다시 만나자는,

한해 한번만이라도 만나자는

견우 직녀처럼이라도..

 

 

 

옥수수가 드디어 수염을 드러냈다.

저 수염결 하나마다

옥수수 알맹이 하나씩 달린다는 얘기를 들었다.

잘 영글일만 남지 않았나 싶다.

 

 

야콘이다.

가장 늦게 심은 것인데 잡초와 함게 잘 자라고 있다.

 

 

고추는 원없이 따 먹는다.

밭에 갈때마다 옆집 친구에게도 공수해주니,

옆집 친구도 신났다.  

 

 

 

오이, 토마토, 가지, 호박, 고추, 고구마 순등,

밭에만 가면 원없이 채소를 거두어 들인다.

어느새 우리집 밥상은 직접 농사지은 채소들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가장 달라진 것이

채소의 모양새에 얼마나 관대해 지는지

상품으로 대하던 채소에서, 어느새 기특한 농산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감자 농사를 잘 지은건지 못 지은건지.. 모르겠다. .

저녁에 몇개 삶았는데..

썩 맛있는지 모르겠다.ㅎㅎ

수확후 며칠 지나야 고구마든 감자든  

당도도 더해지고 타박해진다고 한다.

 

감자는 미백용 팩재료로 딱이다.

물기가 많은 감자가 맛사지용으로 딱인데.

강판에 갈아서 밀가루와 1:'1로 섞어서 10분정도 팩하면 된다.

장마철에 수확해서 그런지 물감자 같은 이것으로

맛사지라도 열심히 해야 겠다. ㅎㅎ

거울을 보면,  미백이 필요한 때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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