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생각이 제 몸 다녀가십니다.
제 몸 고마웠다 하시며 가십니다
그리고 이 생각이 오셨습니다
가시는 생각과 오시는 생각이
제 몸 안에서 고요히 마주치셨습니다.
제 몸은
여름 과실인 것 같았습니다.
오시는 생각이 가시는 생각 떠밀지 않고
햝으며 수박 냄새, 참외 냄새 맡을 때
제 몸 다녀가신 모든 생각의 머리채
올올이 살아오릅니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생각이 많습니다.
찐득하게 영겨붙지 않도록
몸 빗기는 마음 하나만 믿고 있지요.
또하나의 생각을 받는 새로운 봄날,
울타리 아래 파란 냉이싹 그냥 못 두고
주섬주섬 또 보자기 펴고 맙니다.
-한영옥
오늘 당신에게는 어떤 생각이 다녀가셨는지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명제를 겸허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뒤집고 있는 이 시는 우리 몸이 생각의 '주체'가 아니라 장소임을 일깨워줍니다. 그러니 원래부터 좋은 생각과 나쁜 생각이 있다기 보다는 생각을 어떻게 맞아들이고 보내드리느냐가 더 중요하겠니요. 생각을 부리는 사람과 생각을 모시는 삶의 하루는 많이 다르지 않을까요? 생각의 머리채 어지러운 날이라도 그걸 정성껏 빗기는 마음의 빗 하나 있다면 걱정 없어요. 이 생각과 저 생각이, 가시는 생각과 오시는 생각이 서로 다투지 않고 한 몸에서 여름 과실처럼 무르익는군요.
-나희덕
'찐득하게 엉겨 붙지 않도록 몸 빗기는 마음하나만 믿고 살지요.'
마음 하나, 이보다 더 큰 신뢰는 없지요.
마음 하나면 무얼 더 바라리오.. 충분합니다. . ㅎㅎ
본질은 마음이고, 그 마음 알면 내 마음도 닿게 되지요.
교감하지 못해서 받는 상처도 있습니다.
나보다 영향력 있는 이가 나와 관련한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다른이를 대할 때와 다르면 상처가 되지요.
저이는 나에게만 유독 그런 것 같고, 나만 싫어하는 것 같은,
실제로 그런 마음이 그의 마음속에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
내 쪽에서 그렇게 느끼는 경우가 있다면 안타까운 일입니다.
친구사이라면 풀기도 쉬운데, 한쪽이 영향력있는 자리면 상처는 더욱 크고 도드라집니다..
날고 싶은 마음을 다친 작은 새처럼,
상처 받은 가슴을 내 보인 친구를 만났습니다.
어떻게 위로해 주어야 할지 몰라 '그럴수도 있을 거야'라는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세상 참 맘대로 안됩니다. 사람은 또 얼마나 상대적인지요. 그런 생각에 미치고 보면,
한 번 더 나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도 될 것 같지만 역시나 말처럼 쉬운일 아니지요.
무엇이 정답인지, 시간이 흐르고 나면
이 또한 아름다운 가슴앓이 과정으로만 남는다면 좋으련만,
작은새를 보면서 든 생각은, 나와 관련한 이들 특히 나보다 어리거나,
아랫사람인 경우엔 윗사람에게 보다
더 섬세하고 꼼꼼하게 배려 함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이 또한쉽지 않지요. 쉽지 않지만 아름다운 모습이지요.
나를 향한 상대의 기대치를 외면하고 싶지 않다면
더 아름다워지려면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