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위로해주지 않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혀를 깨무는 아픔 없이
무서운 폭풍을 잠재우려
봄꽃의 향기를 가을에 음미하려
잿더미에서 불씨를 찾으려
저녁놀을 너와 함께 마시기 위해
싱싱한 고기의 피로 더렵혀진 입술을 닦기 위해
젊은날의 지저분한 낙서들을 치우고
깨끗해질 책상서랍을 위해
안전하게 미치기 위해
내 말을 듣지 않는 컴퓨터에 복수하기 위해
치명적인 시간들을 괄호 안에 숨기는 재미에
뿌끄러움을 감추려, 詩를 저지른다
- 최영미
오늘 함시사(함게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에서 회원이 안내해 준 시다.
'나는 시를 쓴다'는 제목에 기막히게 걸맞는 내용이다.
글을 쓰는 일은 부단히 자기 자신을 들여다 보는 지난한 과정,
골치아프다고, 외면하면 근접할 수 없는 장르가 된다.
하지만 그 속에 한 번 빠져들고 나면 쓰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된다고 하니...ㅎㅎ
위 싯구처럼
-나를 위로하기 위하여
무서운 폭풍을 잠재우려
봄꽃을 가을에 음미하려
불씨를 찾으려. 그것도 잿더미에서
저녁놀을 너와 함께 마시기 위해
안전하게 미치기 위해
치명적인!
치명적인 시간들을 괄호 안에 숨기는 재미때문에
부끄러움을 감추려 詩를 저지른다고 하셨으니.. .
-이런 글쓰기(시쓰기) 맛 보고나면
아니 쓸수가 없는 것인것 같긴 한데
언제쯤 제대로 맛볼려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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