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고려 말 사대부의 시조 - 이규목 화백

구름뜰 2011. 11. 29. 09:03

 

언젠가 대구방송 '문화요'라는 프로그램 이었던가.

고령의 어느 화가의 정원에서 시인들과 화가들이 화폭을  펼쳐 놓고

맘껏 놀던(화첩놀이 같던) 것을 인상적으로 본적이 있었는데.

인연이 될려고 그랬던지 어제는 함시사 회원들에게

 그 화실(이규목 화백)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어제도 오늘처럼 안개가 많은 날이었다.

초행길이고 당연 초면인데도 반갑게 맞아주셨다.

그리고 그림이야기 우리가 편안하셨던지..

열아홉살적 이야기부터 당신스토리 많이 풀어주셨다. 

 

보고 느껴지는 대로 내 안에 와 닿는 대로 화폭에다 담을 뿐이라는

붓가는 대로, 노자의 무위자연까지 느껴지는 소탈할 듯 유약한 유연함까지.

자기가 난 곳을 못 떠나서 그곳에다 결국 터전을 마련하신 것까지..

 

고려말 사대부 시조와 잘 어울리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몇 편 올려봅니다. 즐감하시길..

 

 

 

 

한손에 가시를 들고 또 한손에 막대 들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랴타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즈럼길(지름길)로 오더라

-우탁 -탄로가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

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냐마는

다정도 병인양 하여 잠 못이뤄 하노라

-이조년- 다정가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도라드니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 업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길재

 

 

 

 

백설이 자자진 골에 구름이 머물러라

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는고

석양에 호올로 서서 갈 곳 몰라 하노라

-이색 

 

 

 

방안에 켰는 촛불 누와 이별하였기에

겉으로 눈물지고 속타는 줄 모르는다

저 촛불 날과 같아서 속타는 줄 모르더라

-이개

 

뜻풀이(방안에 켜져 있는 촛불은 누구와 이별하였기에 겉으로 눈물을 흘리면서 속이 타들어가는 줄을 모르고 있는 것일까. 촛불도 나와 같아서 슬피 눈물을 흘릴 뿐 속이 타서 없어지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구나)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져 백년까지 누리고저

-이방원 - 이런들 어떠라히



 

이몸이 죽고 죽어 일백번 고쳐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줄이 있으랴

-정몽주 - 단심가

 

** 고려말 충신 정몽주는 이방원의 '이런들 어떠하리'라는 시조에

단심가로 화답하자 방원이 선죽교에서 제거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고려말의 시조는 조선조에 지어진 시조보다 소재나 표현이 자유분방하다고 한다.

 

 

 

 

비가와서 저 잔디밭에서는 놀지는 못했고, 

그리다만 그림 펼쳐진 이젤앞에 두고

옹기종기 모여앉아서 질펀한 담소를 나누고 왔다.

 

 

캄캄한 밤 산에 올랐다가 바짓가랑이 묻어온

별들을 저 풀밭에다 털어놓았다던

 

저 풀밭에는 낮에는 별이 내려와 있고,,

밤이되면 하늘로 올라간다던,

 

 

 

그리고

별과 물고기 연꽃이야기 팔자(8자)이야기까지

화폭에다 털어 놓았다고.

 

 

'구애'는 대상이 없어도 아름다울 수 있단걸

그림에서 보게 된다.

 

꽃을 물고 구애하는 물고기라니.

우리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상상력때문이다..

상상력이 결여되면

아름다운 것도 아름다운 줄 모르고 사는셈이다.

 

 

 

우리를 보내며 아쉬워하시는 모습이

고향찾아온 객지친구  보내는 것처럼 애틋해 하셔서

다음에 한번 더 놀러오기로 하고 물러나왔다.

어울림은 정이고, 정은 삶의 신진대사다.

한 사람은 다른 한 사람에게  달도 되어줄 수 있고 별도 되어 주고 그 무엇이든 되어줄 수 있다.

서로가 원한다면, 존재자체로 가능한 일들 우리 각자는  무한한 가능성이다.

 

한시도 쉬지 않는 심박동 때문에 달이 되고 별이 되는 것이다.

 

 

 

** 귀한시간 내주신 이규목 화백님 감사드립니다..

다음엔 좀 더 느긋이 놀도록 시간보따리 넉넉히 들고 가겠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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