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화기로 토종 달걀 20개를 부화시키고 있는
지인집에 병아리 구경을 다녀왔다.
그저께부터 알까기를 시작했다는데. 내가 갔을때
세갠가 남고 거의 다 부화해 있었다.
'탁란'인 셈이다.
탁란이란, 뻐꾸기처럼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맡겨 잉태시키는 것을 이른다.
어미 닭도 없고, 닭장도 아니고, 아파트에서,
생명의 신비도 사람의 영역으로 넘어온 것들이 알게 모르게 많지 않을까.
태어난지 몇 시간 안 된 것을 부화기에서 꺼내 세워보니
위태위태하여 얼른 손이 갔는데,
어민 줄 아는지
내 손이 담벼락쯤으로 여겨질지..
'이것은 무엇'하며 들여다 보고 있는 것 같다.
깃털도 채 마르지 않은 요 녀석이다.
꺼내는데 손바닥에 와 닿는 감쪽이 송글송글
쥐긴 쥐었는데 더럭 겁날 정도.
작고 여린 것들은 아름다움을 넘어 귀하게 느껴진다.
살펴주어야 할 대상이 약할 수록 더 그런 걸까.
옆의 것은 알이 살짝 깨져 있는데 안에서 보다 밖에서 살짝 쪼아 준것 같은 자국이다.
물어볼 걸,,
이미 부화한 것들은 신났다!!
스티로펌박스로 옭겨져 온도를 맞춰놓고 있었는데,
말하자면 신생아실이다.
마침 식사시간 이었다.
봄은 새싹같고, 개나리를 연상케 한다.
병아리는 봄을 닮았다..
알속에서도 노른자를 먹고 자라는데
삼일 정도는 노른자를 주고
차츰 사료를 먹일 계획인 것 같았다.
토종란이 원래 작은지, 초란처럼 작았다.
껍질은 굳어서 화석 같다는 느낌,
온전히 소진된 꺼질의 모습이다.
먹이를 주었더니.
이러고 통째로 온몸을 내던지는 녀석까지
몸에도 칠해가면서 먹느라 정신 없는 것을 보고,
지인과 커피 한 잔하고 궁금해 들여다 보니,
와아 !!
그새 한 놈도 빠짐없이
다들 널부러져서 자고 있다.
그야말로 적막소리.. ㅋㅋ
셔터 소리에 한 두 녀석 깨기도
한 잠든 녀석도 있다.
오른쪽 이놈은 비몽사몽이다.
찍...서자 마자 할 건 다 한다.
조금씩 관절에 힘이 생기는 것 같은 느낌 ㅋㅋ
스무마리가 다 태어나면
열세워서 훈련 좀 시켜볼 요량같기도 하고,
아무래도 요것들의 대장 노릇을 해 볼 것 같은
지인의 다음 행보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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