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여자들은 상상도 못해본!!

구름뜰 2012. 3. 13. 12:52

 

일병 되고 첫 정기 휴가를 나온 막내가

이병 때 썼던 모자를 기념으로 집에 두라며 가지고 왔다

 

9박 10일, 문제는 돈이라며 넉살도 별로 없는 녀석이 휴가 첫날 동대구역으로 먼저 갔다.

외갓집, 큰외삼촌, 작은외삼촌 집 한 바퀴 돌기 위해서 꼼수를 쓴 것이다.

구미로 돌아오는 차안 다시 '서른 즈음에'를 틀더니  "아, 벌써 하루가 가는 구나." 장탄식을 했다.

 

두둑한 용돈에 이 참에 용돈 덜 줄 생각하는 내 속내를 어찌알고 너스레를 떤다 

엄마가 후방에서 편히 지내는 것이 누구 덕인지와,

저한데 돈이 안들어 가니 엄마가 그 동안 얼마나 좋았겠느냐

이제 들어가면 상병 되어야 나오고 빨라야 5개월 뒤라는 것,  

열흘 뒤면 들어가는 아들이 불쌍하지도 않느냐, 저에게 팍팍 쏘세요. 등등 

 

그러거나 말거나 하는 요량이 재밌어서 시큰둥 듣는척 마는척 하다가

폭소작렬 할 수 밖에 없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여자들로선 한 번도 경험 해 볼 수도 생각도 못했던 일,

하지만 남자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얘기.

 

 

 

궁여지책으로 자신이 가장 서글펐거나 처량했던 시간중 동정표 얻을려고

늘어논 리얼한 얘기, 

스물 한살이 무색해지는 이 얘기를 어쩔까..

 

 "엄마, 혹한기 훈련 때 엉덩이 까고 똥 눌려면 얼마나 추운줄 아세요?

삽들고 똥누러 가는 아들이 불쌍하지도 않으세요? 나 무릎 꾸부리는 것 잘 못하는거 알잖아요."

 

ㅋㅋ 상상도 못했던 얘기라서 웃음이 팍 터지고 말았다. 

응가하는 시간이 좀 걸리는 건 알지만, 상상해보니.. 

또 누고 덮는 줄 알았더니...일단 삽들고 물색하고 구덩이 판 뒤에 덮는 다는 얘기까지

무릎이 유연한 편이 못돼서 무릎 꿇어도 엉성한 자세가 되는데

그러고 쪼그리고 앉았을 걸 상상해보니..

응가하는 일이 녀석에겐 제법 곤욕이었겠다 싶다.

 

 

 

 

햄은 PX에서 파는것인데 휴가나오면서 사온 햄이다.

무슨 전리품이라도 되는 양 형아도 몇 개 사다 주고 집에 가져온 것이다.

집에 와서 제일 먼저 라면에 햄 1개를 통째로 넣고 식은 밥 말아서 제가 조리해 먹었다.

내 보기엔 영 마뜩찮아 보이는데 저는 맛나게 먹는 모습이라니..

 

남자들만 아는 얘기들이 군에서 얼마나 많을까

지나고 나면 잊기도 하고, 두고 두고 남는 아름다운 군대 추억도 있으리라.

제대로 경험을 해 본다면 글감을 얻기에는 그만한 곳이 없을 것 같은데

기록이라도 해 보라고 하고 싶은데.. 어떤 반응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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