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여
쓸데없이 돌아다니다가
피곤하니까 돌아온 저를 데리고
나는 자전거처럼 가을에 기대섰다
구름을 보면 둥둥 떠다니기도 하고
강가에 가면 흘러가고 싶은 마음이여
때로 세상으로부터 모욕을 당하고
내가 어떡하면 좋겟느냐고 하면
늘 알아서 하라던 마음이여
저는 늘 내가 아니고 싶어 했으나
내가 아닌 적도 없었던 마음이여
그래도 아직 사용하지 않은 슬픔이 잇고
저 산천에는 기다리는 눈 비가 있는데
이까짓 지나가는 가을 하나에
저나 나나 속을 다 내보이지는 못하고
오늘 하루쯤 같이 지내면 아떠냐니까
그렇게 하자고 하며
내 어깨에 제 몸을 기대는 마음이여
-이상국
월간 <현대시학 > 2012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