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데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천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데 침도 피도 튀기지 발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김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 강 / 황인숙
황인숙 시인의 '자명한 산책'을 읽습니다.
언젠가부터 이 시인의 시가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강'은 시집 첫머리에 나오는 시입니다.
첫 장부터 결국 붙잡혔다는 얘긴데요.
어쩌겠어요. 발복이 잡힐 땐 주저앉아야겠지요.
그렇지만 이런 게 '발목 잡히는 거라면' 자주 발목 좀 잡히고 싶데요.
'발목잡힘'을 당신도 아시겠지요?
당신은 김경주에게 잡히고, 당신은 나탈리에게 잡히고, 또 당신은 이규리에게 잡히고,
또 또 당신은 내게 잡히고......, 당신과 내가 서로 발목을 잡으며 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시인은 왜 하필 강에 가서 일러바치라고 하는 걸까요?
아무리 고래고래 소리 질러도, 제 살을 파헤치고 물길을 돌려놓아도
아무 말이 없는 저 바보엄마,
그렇군요, 시인은 강을 엄마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어떤 일이 있어도 어떤 치욕이 있어도 인생이란 강물처럼 흘러가는 거라고,
그러니 엄살떨지 말라고, 어떻게든 견디라고,
당신들처럼 나도 아프다고 그러니 부디 제 삶의 강을 흘러가라고!
오지랖 넓은 강,
가끔 나도 그런 강물 흉내를 낼 때 있습니다.
그러다 힘이 들면 나도 그런 강가에 쪼그려 앉아 본 적 있습니다.
강이 되기도 하고 강가에 나 앉은 아이가 되기도 하는 것이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일까요.
그런데도 강물은 늘 새 물인 건 어떻게 설명할까요?
그러니 강에 가라고 하는 것이겠지요?
김형경의 <사람풍경> '의존' 편을 보면
의존이란 인간이 가장 먼저 배운 생존법이라는군요.
심리적 안정을 얻기 위해 사용하는 대상,
명료한가요?
의존하는 이도 의존을 허용하는 이도 다 의존의 한 모서리라고 합니다.
사람의 심리를 요리조리 샅샅이 훑어 매리는 이런 책,
가끔 악이 됩니다.
상처에 소금 뿌립니다.
그래서 읽습니다.
소금 뿌려지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엄살 부리고 싶을 때, 그럴 때 직시하고 싶어서,
이런 시니컬한 책을 읽습니다.
자명한 일을 자명하게 보려고 노력합니다.
사는 일이 자명한 일이란 걸 새삼스레 확인하고 싶어질 때가 종종있으니까요.
미치고 싶은데 미쳐지지 않아 미칠 것 같은 날,
칼날처럼 날카로워져야 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보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치우치지 앟고 잘 흔들리기 위해 감성과 이성 사이를 오가는 독서법을 사용하는 지도 모릅니다.
여전히 미지의 것들 투성이라 살만 합니다.
라온제나
함시사 수업에
추천시 들고오면서 곁다리로 온것 같은 시평이 좋아서 여기다 올립니다..
이 사람 산문이 좋아서
어느 출판사에서
러브콜이라도 보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 굴뚝입니다.
마음이 턱하니 얹히는 사람,
말보다 글이 더 잘 보이는 사람,
이런 사람 있어서 좋습니다.
산책갔다가 꽃길로 변한 논길에서 '발목잡혀' 한참을 서성였습니다.^^
고향의 논길도 생각나고,
유년기 초등학교 화단에서 친구랑 행운을 찾던일.
내게서 수시로 꽃으로 피는 이도 생각납니다...
요즘 논에는 못자리 준비가 한창입니다.
더러 이른 모내기를 한 곳도 있구요.
시골 풍경속에 서면 시골에 온것 같고.
좋은 사람 만나면 좋은 기운이 번지고,
말도 글도 생각도 금세 주변으로 번집니다.
좋은생각,
좋은 말,
좋은 글
떼어놓을 수 없는 이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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