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아버지 아름다워지셨다

구름뜰 2012. 5. 12. 17:04

 

 

 

허방다리도 아닌 곳에서 한 걸음 잘 못 내디딘 아버지

슬개골 골절로 수술실 들게 되었다.

 

세살박이 조카도 유모차에 실려서 달려오고,

놀란 나도, 가까이서 멀리서 동생들도 달려왔다.

투명한 일상에선 보이지 않던 알맹이들 

우무질속 까맣게 뭉쳐진 개구리 알같은 순간이다.

 

뭐하러 왔느냐는 엄마와, 

빨리도 왔다는 아버지. 

예정에 없던 점심 자리가 뜨겁다.

 

아버지 수술실 나오실 때 고개 돌려 훌쩍이시고,

처음보는 눈물이라 어찌할바를 모르겠는데.

참말인지 변명인지 아파서 울었다고, 수술실에선 참아졌는데

"아버지" 소리에 터졌노라고 금새 무용담으로 추스리셨다.

 

아버지라고 아픈 것이 덜 아플리도, 수술이 무섭지 않을 리도 없는데

아버지도 울 수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적이 없었다.

 "아버지" 소리에 심금 울린 일흔 셋

아버지 아름다워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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