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시사 제1회 공원 백일장>
* 일정
- 9시 정각, 모든 회원이 모입니다.
- 모두 모인 자리에서 이규리 시인에게 전화를 겁니다.
- 선생님이 시제를 제시합니다.
- 오후 1시 30분, 최종숙선생님 가실 때까지 각자 시를 씁니다.
- 중간 중간 맛있는 거 먹고
- 이야기 할 사람 이야기도 합니다.
- 잘 사람은 자도 됩니다.
- 정각 1시 30분, 모두 시를 제출
- 수합한 시를 일호 봉투에 담아 우체국으로 갑니다.
- 시간이 되는 회원들 함께 가시면 더욱 좋습니다.
- 우체국에서 등기로 시인에게 보냅니다.
- 다음 주 시인이 오시는 날, 두 명을 뽑아 시상합니다.
- 자, 여기까지가 공식 일정입니다.
- 이후는, 시간되시고 아쉽고 뒷꼭지 당겨 갈 수 없는 사람들이 모여 늦도록 함께 보내는 겁니다.
- 상품은 함께 의논합니다.
- 이건 어디까지나 제1회 일정입니다. 2회, 77회, 이어지면 더욱 좋겠습니다.
- 놀아도 다르게 놀고 싶습니다.
- 왜, 우리는 시를 하는 사람들이니까.
- 시를 쓰기만 하는사람 아니라, 시 하는 사람들이므로.
- 사랑합니다.
함시사(함께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를 만들어 놀아온 지 1년!
자축의 의미도 있고, 색다르게 놀아보자고 의기투합한 것이 '함시사 백일장'이었다.
아홉시를 조금 넘긴 시간, 도시락까지 준비해서 부지런히들 지산샛강으로 모였고,
시인에게 전화로 시제를 받았다.
구체적으로 써 보라는 제안과 함께..
첫번째 시제는 '그 골목을 오른쪽으로 돌면'
두번째 시제는 '약국 앞에서' 였다.
시제!! 를 받아적으면 처음엔 '이것이다'가 아니라 암담하다.
연결고리, 동기화 모티브 이것저것 뭐가 있을까 생각을 할수록
더 까매지는 시간, 이럴때 원고지는 꼭 깔아논 멍석 같다!
적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더 경직되게 만드는 이런 아이러니 상황,
영감이나, 착상은 글쓰기 전에 이미 와 있어야 하는데.
강제적인 글쓰기 시간앞에서는 언제나 이런 뒤바뀐 상황에 난처해진다.
하지만 제한된 시간을 두고 쓰는 글은 나름의 깊이는 덜할지라도 순발력에서
예기치 못했던 내안의 것들을 뽑아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드물지만,, .
이런 설렘이나 긴장감 머리를 적당히 써야하고 고민해야 하는 이 일이,
싫지도 않은 아니 저으기 즐기는 이들인지라 시제가 떨어지고
"뭘 적지?" 라고 한마디씩 하다가도
다들 노트를 펴 들면 몰입해서 쓰는 편이다.
노트를 펴자 배추흰나비가 날아갔다. 같은..
정말 내가 노트를 폈을 때 배추 흰나비는 배추 밭도 아닌 내 곁에 있다가 저리로 날아갔다.
일순 조용해진다..
신기하게도..
매주 '10분 글쓰기'를 해온 내공 때문인지...
생각 진도 없을 때는 혼자 조용히 놀아야 한다.
말을 하면 안된다..
머릿속은 비어있고,,
자리는 비워둔채 카메라 들고 한바퀴 돌았다.
나는 카메라가 더 재밌고,
그치만 써야 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시간인거다.
끄응,,,
뭐 마려운 강아지 마냥..
어,, 어,, 중저음으로 황소개구리도 자기도 쉬운 건 아니라고 연못에서 후렴구를 넣는다.
이름 모를 새들까지..
풀잎을 스치는 바람만이 상쾌한 시상이라도 만난양 싱그럽다.
제출할 시간이 다가오자, 따박 따박 원고지에 옮기고..
시간때문에 깊이 있는 글을 쓰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다들 완성을 해 갔다.
놀라워라..
이것을 봉투에 넣어서 우체국으로 갔다.
다음주 수요일, 으뜸상이든 격려상이든 합평을 받기로 했다.
좋은 곳에서
코드 맞는 사람들끼리 어울려 노는 재미를 무엇에 비할까.
지산샛강엔 백련이 유독 많다.
구미시내와 오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절대농지다.
구미가 아무리 발전해도 이 노른자위! 땅은 변함없이 농지다.
덕분에 샛강도 잘 보존되고 있다.
지산들의 절대농지처럼
함시사 식구들도 매년 변함없이 이런 시간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늘 깊은 나무가 적어선지
한 낮 더위때문인지 사람들도 없고,
이곳은 비오는 날이나 해거름에 찾기 좋은 곳이다.
밖에서 보면 논만 있는 들판같아서 구미 사람들도 토박이 아니면 잘 모르는 곳이다.
그만큼 잘 보존되어 있다.
좋아하는 것이 같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노는 것이 코드를 확인하는 시간이 된다.
전류가 흐른다. 잘 흐른다.
놀다와서 생각해보면 함시사 모임은 언제나 뿌듯한 시간으로 남는다
시 한 편이 쉬울까마는
이러고 놀줄 아는 것이 시보다 더 의미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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