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발톱 깍는 사람의 자세

구름뜰 2012. 8. 9. 07:47

 

 

 

                   

 

발톱 깎는 사람의 자세는

둥글다네

 

나는 그 발톱 깎는 사람의 자세를 좋아한다네

 

사람이 사람을 앉히고 발톱을 깎아준다면

정이 안 들 수가 없지

옳지 옳아 어느 나라에선

발톱을 내밀면 결혼을 허락하는 거라더군

그 사람이 죽으면 주머니 속에 발톱을 넣어 간직한다더군

 

평생 누구에게 발톱을

내밀어 보지 못한 사람은 불행한 사람

 

단 한 번도 발톱을 깎아주지 못한 사람은 불행한 사람

 

발톱을 예쁘게 깎아주는 사람은

목덜미가 가늘고

이마가 예쁘고 속눈썹이 길다더군 비가 오는 날이면

팔베개도 해주고 지짐도 부쳐주고 칼국수도 밀어준다더군

그러니 결혼을 안 할 수가 있겠어

그러니 싸움을 할 수가 있겠어

 

발톱을 깎는 사람의 자세는

고양이에 가깝고

공에 가깝고

뭉쳐놓은 것에 가깝다네 그는 가장 작고 온순하다네

 

는 그 발톱 깎는 사람의 자세를 좋아한다네

- 유홍준

 

 

'시와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동 숙맥 박종규  (0) 2012.08.17
시끄럽게 신나게  (0) 2012.08.13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0) 2012.08.03
달밤  (0) 2012.07.26
포도나무 아버지  (0) 2012.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