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꽃씨를 보며

구름뜰 2012. 11. 5. 16:35

 

 

 

 

 

분꽃이 졌다.

지난 해 어느 여름밤,  꽃씨가 처음 내게로 올 때와 같은 모습으로.

보자마자 기다린 듯이 손이 간 꽃씨 몇 개가

올 봄부터 싹을 틔우더니 여름에서 가을까지 꽃으로 왔었다.

 

내 것이 아니었지만 내가 거두었으므로 내 것이었던

그것이 어떻게 내게로 왔는지는 까맣게 잊고 나는 좋아라만 했었다.

밤에 피는 장미처럼, 해가 지면 시계처럼 피고 아침이면 꽃잎을 샐쭉 다물던

나는 그를 원 없이 좋아했었다. 

 

 

 

 

 

회자정리 거자필반 (만나는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고 헤어진 사람은 반드시 만난다)

이라고 했던가.

 

생성과 소멸은 자연의 방식이라 자연스럽다.

순명적이다.

인간적이라는 말은 자연스럽지 않다는 말 아닐까.  

 

 

 

 

빨래를 널러 가거나 화분에 물 주다 스치면 

타일 바닥으로 콩 하고 토라지기도 하던,

예뻐서 떨어지기 전에 손으로 받아내기도 하던

창틀로 떨어져 서운한 것들 있을까 마음쓰며 염려하던,

꽃이 내게로 온 건지.

 욕심이 꽃을 품은 건지

함께한 지난날은 내 기억속에 남아 내 일부가 되었지만,

보내야 하리라,

자연스럽게. 

 

하나의 꽃에는 한 개의 씨앗이 있지만

한 개의 씨앗에는 수 많은 꽃이 있으니

내가 탐낸 씨앗이 수백송이 꽃이였음을 

이제 이 꽃들을 누구에게 보내야 할까. 

 

내 욕심을 어떻게 갈무리 해야 할까

이 사랑을 어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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