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꽃이 졌다.
지난 해 어느 여름밤, 꽃씨가 처음 내게로 올 때와 같은 모습으로.
보자마자 기다린 듯이 손이 간 꽃씨 몇 개가
올 봄부터 싹을 틔우더니 여름에서 가을까지 꽃으로 왔었다.
내 것이 아니었지만 내가 거두었으므로 내 것이었던
그것이 어떻게 내게로 왔는지는 까맣게 잊고 나는 좋아라만 했었다.
밤에 피는 장미처럼, 해가 지면 시계처럼 피고 아침이면 꽃잎을 샐쭉 다물던
나는 그를 원 없이 좋아했었다.
회자정리 거자필반 (만나는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고 헤어진 사람은 반드시 만난다)
이라고 했던가.
생성과 소멸은 자연의 방식이라 자연스럽다.
순명적이다.
인간적이라는 말은 자연스럽지 않다는 말 아닐까.
빨래를 널러 가거나 화분에 물 주다 스치면
타일 바닥으로 콩 하고 토라지기도 하던,
예뻐서 떨어지기 전에 손으로 받아내기도 하던
창틀로 떨어져 서운한 것들 있을까 마음쓰며 염려하던,
꽃이 내게로 온 건지.
내 욕심이 꽃을 품은 건지
함께한 지난날은 내 기억속에 남아 내 일부가 되었지만,
보내야 하리라,
자연스럽게.
하나의 꽃에는 한 개의 씨앗이 있지만
한 개의 씨앗에는 수 많은 꽃이 있으니
내가 탐낸 씨앗이 수백송이 꽃이였음을
이제 이 꽃들을 누구에게 보내야 할까.
내 욕심을 어떻게 갈무리 해야 할까
이 사랑을 어쩔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