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10월 풍경 2

구름뜰 2012. 11. 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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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에게 이런 풍경일 수 있을까!

 

바다가 한 눈에 드는 집에 살면 매일의 바다는 어떤 모습일까.  

어쩌다 여행지에서 바다를 곁에두고 잠드는 호사에서 느끼는 바다와는 다를까. . 

 

아파트 앞 들이 논이라서 사계절 뚜렷한 색의 변화를 본다. 

이 그림이 산을 볼 때와 다른건 충일감이다. 저 알곡 때문일까 주인이 아니어도 여일한 충일. 

농부에게 이것들은 안먹어도 배 부른 풍경아닐까.

이 맘때 햇살 찬란한 오후의 들넠은 먼데서 마을 어귀까지 놀자고 달려온 동무같다. 

같이 놀 수 밖에 없다.

 

자연은  그 빛이 아무리 화려해도 야하지 않다.

 

 

 

 

집에서  도보로 10분  남짓한 거리에 저수지가 있다.

그곳으로 가는 길은 차도 옆 인도를 이용하면 100미터 달리기 처럼 직선 코스고

논길로 접어들면 운동장 한 바퀴 도는 것처럼 우아한 곡선 길이다. 

논길옆엔  실개천 보다는 넓은 하천에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낮에는 인적하나 없다가 해가 지고 나면 수 백명이 운동을 나오는데.

그야말로 피난 행렬처럼 어둑신한 논 길이 분주해지는 시간이다. 

 

가끔 동무 없이 혼자서 걸을 때 나는 사람들이 가지 않는 논과 논 사잇길을 애용한다.

혼자나서는 산책이 좋은 건 눈에 보이는 대로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십분이고 이십분 내가 저 보고 싶을 만큼 보고 있어도 성가실 이 없으니 자유롭다.

 

 

 

 

고마리! 다

크기가 1센티 남짓이라 걸어서 지나가면 절대로 눈에 들지 않는다.

고개를 숙이고 바짝 다가가야 보이는 꽃이다.

 

 

 

 

누구와 함께라는 것이 '누구'로 인해 그 만큼 제한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혼자 떠나는 여행을 해 보진 않았지만 이와 같지 않을까. 

혼자일 때 모든 대상은 내게로 열려 있다.

둘이라서 그러지 말란 법은 없지만 잘 안된다.

 

왜일까. ..

 

 

 

 

오종종하니 씀바귀 꽃이다.

 

떠나고 싶거든 떠나고

피고 싶거든 피고

제 모습 그대로가 자연인

자연은 언제나

자연스럽다.

 

 

 

 

 

 

고구마 순을 리어카에 싣고 가는 할아버지, 소 먹일 거라고 하셨다..

 

어릴적, '호랑이 할아버지'로 불리던 내 할아버지도 늘 이런 모습이셨다. 

바지게에 소 먹일 풀을 가득 싣고 집으로 돌아오던 풍경. 

어쩌다 허리 펴고 밭두렁에 지게를 맨채 앉아 게신 것을 본 기억도 있지만 

등딱지 같은 등짐을 온전히 떼어 놓진 못하셨다.

 

등짐 때문에 당신 발등만 보고 걷던 할아버지, 

골목에서 놀다가 할아버지가 오실때 빨리 비켜주지 않으면 고함을 치셔서 그랬던지

아이들이 "호랑이 할아버지다" 하면 얼른 하던 짓 멈추고 물러나 길 열어주던 생각이 난다. 

 

죽어라고 일만 하시던 모습,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는 것 말고는 잘 사는 방법이 없었던 그 시절, 

지금이라고 다를까 마는 그 덕분으로 우리는 손에 흙 한줌 묻히지 않고도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벌써 11월이고 둘쨋날 이다.

이 풍경은 며칠 전  10월 풍경이니 또 다른 풍경으로 변했을 것이다.

논 바닥은 추수가 더 많이 이뤄졌고, 꽃들도 꽃잎들도 훨씬 더 꼬시라졌을 것이다. 

어제의 내 모습이 오늘도 같은 모습일까.

우리도 매 순간 달라져 가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어느 순간은 시가되고, 노래가 되고, 그리고 멈춰버린 풍경이 되기도 한다. 사진처럼,  

 

추억이 아름다운 건 그것이 변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변한 내가 변하지 않는 자신을 그리워 하는 것, 그것이 추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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