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감 수확,,

구름뜰 2012. 10. 14. 11:48

 

 

 

 

 

 퇴직하고 시골에서 살고 싶어하던 지인이 올초 800평의 대지를 마련했다. 저수지가 마당처런 내려다 보이는 곳인데. 시간 날때마다 가서 여러 작물을 키우는 듯 하더니,  감따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감을 한 번도 따본 적이 없어 그냥 장갑만 챙겨들고 갔는데, 손닿는 곳은 몇개 없고, 높은 곳에 남은 것들 뿐이니, 나무에 오르기도 쉽잖고 그림에 떡이랄까. 도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이리 저리 장대 될만한 것 없을까 둘러보니 마침 밭가에 대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언제 베어진건지 모르지만 빛바래서 버려져 있던 것이 요긴하게 쓰일줄이야. 

 

 사군자의 상징인 푸른 빛이야 잃었지만, 그 꼿꼿한 특질은 가벼움 까지 더해 장대 만들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원래 장대는 대나무로 만드는 게 맞지 싶기도 하다) 

 

 

 

 

  대나무 끝을 벌리고 그 안에 나뭇가지 하나를 공구니 가지 끝이 V자로 벌어졌고, 그것을 감 달린 주변가지에 쭉 밀어넣고 비트니 잔가지들이 뚝 뚝 끊어졌다. 응겹결에 만든 것이고 먹힐까 했는데 먹혔다. 도구의 실용성이랄까. 유용성에 따면서도 감탄 연발이었다. 

 

 

 

 

 

 

'될까' 했는데 됐다. 감나무 밭이 풀이 많아서 푹신하게 큐션역활을 해 주어서 나무에서 나동그라져도 깨지는 것 별로 없이 손으로 딴 것럼 깨끗하다. 곶감 빼먹듯 홍시가 되는 것들을 골라먹는 재미를 늦가을 겨울까지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밭가에 푸성귀도 솎아 주는 바람에 먹을거리가 풍성해졌다.

 

 

 

 

 

 

 

 

 밭 한쪽에 올해 농사지은 작물들이 열지어 있었다. 돈 안되는 농사지만 그 중 가장 효자 종목이 '와송'이라고 한다. 농사도 '특작'이 중요한 것 같다고. 시간 날때마다 밭으로 간다는 지인, 감나무 아래 테이블도 마련해 두어서  집이야 아직 짓지 않았지만 맘껏 놀다 오기에도 좋은 공간이었다.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반기는 모습, 시내서의 모습과는 달랐다. 코스코스 민들레 국화가 다 아름다운 것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지인들을 통해 각기다른 삶의 단면을 보게 된다. 땅을 사면서 공짜로 얻은 감나무, 누가 언제 심었는지는 모르지만, 지인에게 왔고 또 결따라 우리에게 감수확의 체험과 고마운 맛까지 이 또한 중소 도시에 사는 특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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