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마찬가지야,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를 뿐이지" 오랫만에 만난 지인 스님의 말씀이다. 승가(僧家)나 속가나 사람사는 곳은 다르지 않다는 말씀이다. '문지방이 삼천리'라는 말이 있다. 내 집 문지방을 넘지 않고도 그 속만 잘 들여다보면 삼천리 밖을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나 보다 저편이를 먼저 챙기는 마음은 예쁘다. 그런 마음과 마주하면 순명해진다. 사랑한다는 건 저편이의 나를 향한 마음, 그것이 설령 지나친 욕망일지라도 그 욕망을 사랑하는 것 아닐까. 그러니 내게 마음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나누는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보이는 것에 덜 연연할 수 있는 힘도 여기서 나오는 것 아닐까. 그러니 상대를 잘 보는 방법은 내 마음 속 그를 직시하는 일이다.
"복 짓는 일도 쉽지 않아!" 스님이 주신 두 번째 화두다. 복짓는 일은 쉽다고 마음만 내면 언제든 가능하다고 생각해왔다. 대체로 내가 마음 내야 하는 일이니. 기분 내켜서 하는 일이고 하다가 내 기대치와 다르면 여기까지 하고 관두기도 했다. 말하자면 제풀에 신나서 한 일들이었으니. 어찌보면 매우 이기적이었다. 내 선의로 하는 일이라고 벽이다 싶으면 돌아섰던 적 없잖았으니 쉽지 않은 일에는 인색했던 내가 보인다.
복 받고 싶다는 생각도 별로 안하고 살아온 것 같다. 나와 관계된 사람들, 울타리라고 생각되는 사람들과 나눈 친밀감이야 원없었지만, 그 외에는 그닥 너그럽지도 유연하지도 못했다. 한 번 아닌것은 쭈욱 아니어서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자른 무와 같았다. 눈길 주지 않은 것이 경멸과는 다르다고 합리화 해 왔지만 실상 그 마음 자체가 이미 경멸이었음을 부정할 순 없다. 그러니 스님 말씀이 콕 박힐 수 밖에..'쉽지 않은 일' 에 관심좀 가지라는 직언이시다.
주변에 다양한 인연들이 많지만 울림을 주는 만남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어제와 오늘의 인연들이 만들어 내는 나날의 변주곡 속에서, 사람도 노을에 물들고 바람에 흔들린다. 멀쩡한 날은 멀쩡해야 하는데 멀쩡하지 않은 마음때문에 흔들리기도 한다. 꽃이 아름다운 건 피었기 때문만은 아닌 것처럼, 사람이 아름다운 것도 견뎠기 때문만은 아닌것이다.
잘 되고 못 된 일, 잘 살고 못 산일이라고 이분화 할 수는 없으리라. 지금 저토록 아름다운 낙엽은 신록일때도 여전히 아름다웠다. 우리 삶의 나날이 소중한 것처럼, 다만 돌아보고 앞을 보건데 바람이 있다면 내 인연들이 나로 인해 조금 더 의미있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내 인연들로 인해 의미있는 삶을 살고 있는 것 처럼....
2012. 11, 11
'사람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오산의 겨울 풍경 (0) | 2013.01.14 |
---|---|
눈 내리는 마을 (0) | 2012.12.21 |
[스크랩] 김지하의 `오적(五賊)` (0) | 2012.11.08 |
수능 아침 (0) | 2012.11.08 |
꽃씨를 보며 (0) | 2012.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