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or 여행 에세이

대구 방짜유기 박물관을 다녀와서

구름뜰 2012. 12. 19. 13:53

방짜유기를 전송, 보존하며 그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2007년에 세워졌다는 대구(팔공산 파군재에서 갓바위가는길) 방짜유기 박물관을 다녀왔다.

전국에서 방짜유기로는 유일한 박물관이라고 한다.

 

유기란 놋쇠로 만든 그릇을 말하며 그 중 구리와 주석을 78:22 비율로 녹여서

만든 놋쇠 덩어리를 불에 달구어가며 망치질로 두드려 만든 유기를 지칭한다.

식기와 재기 등 각종 생활용품들이 유기로 제작되었는데

특히 징과 꽹과리 같은 악기류는 오직 방짜기법만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우리의 전통문화, 다녀온 흔적 남겨 봅니다.

 

박물관은 유기문화실과 기증실 재현실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유기문화실 내부를 돌다가 눈에 띈 작품이다.

그릇보다 '놋양푼'이라는 단어다.

 

 

 

 

이것을 보는 순간,

놋양푼! 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노천명의 시가 떠올랐다.

 

놋양푼에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 내 좋은 사람과 밤늦도록 

여우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소..

 

에서 익숙했던 놋양푼이 이런 실체로 내 앞에 온 것 같은.. ㅎㅎ

 

 

 

요강이라고 지금의 아이들, 그러니까 초등학생들은 교과서에서나 봄직하지 않을까

우리 초등학교 시절엔 방 윗목에 떠억하니 한 자리 차지한 용구였는데.. ㅎㅎ

 

 

 

고려시대 수저다.

신경쓰지 않으면 밥이 옆으로 다 흐를 것 같다.

 

 

 

 

삭도다

승려의 머리카락을 깍는 칼로 방짜쇠로 열처리를 하면

실수로 베일 경우에 독이 오르지 않은다고 한다.

 

문화실을 지나서 중요 무형문화제 제 77호인 방짜 유기장 이봉주님의 수집품을

대구시에서 기증받아 전시해 놓은 '기증실'로 이동했다.

아래사진들은 기증 받은 작품들이다.

 

 

 

 

 

촛대다. 주로 제려의식에 쓰이는 용구들이다.

향로와 제기 등 다양한데

대종교제기 중 원형 제기는 하늘을

사각형 제기는 땅을

삼각형 제기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한다.

 

오른쪽 뚜껑 달린 도자기 모형은 '용준'이라고 종묘제사에 쓰이는 술단지라고 한다.

 

 

 

불교식 제례의식 상이 차려져 있었다.

 

 

사대부집 주안상으로 4인용이다.

 

함게한 동생이

"여봐라, 주안상을 들이렸다" 하는

그 주안상에 대한 상상과는 너무도 달라서 뜨악했다. 

 

이외에도 삼첩, 오첩, 칠첩 구첩, 반상까지 다양했다. 

 

 

임금님 봉황 수라상이다.

 

 

 

 

놋점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재현실이다.

 

'유기전'이라고도 하며 유기를 판매하는 곳이다.

'놋점'은 그릇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까지 이뤄지는 곳이었으나

후에 분업화가 되면서 판매만 담당하게 되었다고 한다

 

 

 

받닫이, 화로, 호롱등 

의외로 생활용품에 다양하게 쓰이고 있었음을 볼 수 있었다.

 

 

 

 

 

 

처마 밑에 풍경과 안쪽 벽에 악기류도 보인다. 

짚으로 유기를 닦는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양지바른 곳에 자리잡은 박물관은 인적이 드물었다. 

돌아나오면서도 계속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라는 시의 이미지가 맴돌았다.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 노천명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에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오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애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오

-노천명,

 

상상력은 현실을 훨씬 더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든다. 현실에서 이름없는 여인이 되고 싶은 이 얼마나 있을까만 시에선 꿈꾼다. 화자가 꾸는 꿈은 이름없는 여인이 아니라, '내 좋은 사람과 여우나는 산골얘기를 하고 살수만 있다면,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해질 것이니 이름없는 여인이 되고 싶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므로 여인은 이름없는 여인이 아니라 내 좋은 사람을 꿈꾸는 것 아닐까... ..

 

얘기가 딴곳으로 흘렀지만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팔공산 나들이 가실일 있으시면 한 번 들러보셔도 좋을듯 합니다. 

월요일 휴관이고 입장료 무료입니다

 

'포토 or 여행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직지사의 겨울 풍경!   (0) 2013.01.08
구미에 눈오던 날 2  (0) 2012.12.30
눈 오던 날  (0) 2012.12.10
박정희 생가를 다녀와서  (0) 2012.11.14
금오산 단풍  (0) 2012.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