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늘과 땅 사이에 산다
불멸의 신적인 것을 가슴에 품고 있지만
방 안에 혼자 있으면 코를 후빈다
내 영혼 안에는 인도의 온갖 지혜가 자리하고 있지만,
한번은 카페에서 술 취한 돈 많은 가업가와 주먹질하며 싸웠다.
나는 몇 시간씩 물을 응시하고 하늘을 나는 새들을 뒤쫒을 수 있지만,
어느 주간 신문에 내 책에 대한 파렴치한 논평이 실렸을 때는 자살을 생각했다.
세상만사를 이해하고 슬기롭게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때는 공자의 형제지만,
신문에 오른 참석 인사의 명단에 내 이름이 빠져 있으면 분을 참지 못한다.
나는 숲 가에 서서 가을 단풍에 감탄하면서도
자연에 의혹의 눈으로 꼭 조건을 붙인다
이성의 보다 고귀한 힘을 믿으면서도
공허한 잡담을 늘어놓는 아둔한 모임에 휩쓸려 내 인생의 저녁 시간의 대부분을 보냈다.
그리고 사랑을 믿지만 돈으로 살 수 있는 여인들과 함께 지낸다
나는 하늘과 땅 사이의 인간인 탓에 하늘을 믿고 땅을 믿는다 아멘
-산도르 마라이
산도르 마라이
헝가리 캇사에서 태어나 부다페스트와 독일, 파리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
1930년대 헝가리에서 소설가로 명성을 얻었는데. 공산주의 체제가 자리를 잡자 해외로 망명했다.
부르주아 작가라는 오명에 시달린 그는 1990년까지 헝가리 입국이 급지되어,
40여 년간 해외를 전전하다 미국에서 자살했다.
작품으로는 '열정' '유언' '반항아' '사랑' '이혼전야' '성깔있는 개' '결혼의 변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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