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다크,,,

구름뜰 2013. 3. 25. 15:58

 

 

 

동생은 딸이 하나다. 조카 제니가 어렸을때 "언니 하나만 낳아달라"고 할만큼 외로워했지만,  '다크'와 함게 살고부터는 그런 말이 쑥 들어갔다. 다크와 함께 산지 칠 팔년, 오래전 제니가 다크에게 스트레스인지 제 나름의 속내를 호소! 하는 걸 본 적 있는데,  그건 저도 야단칠 곳이 한 곳 있다는 느낌처럼 우리앞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는데. 마치 서열우위자가 아랫사람 야단치듯 단호하고 자신감에 넘치는 행동이었다. 그것이 제니의 정서랄까 정신 건강에는 좋은 영향을 미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다크는 명절쇠러 시골갔을때 고향(시댁이 고향이다 ) 아저씨께서 젖도 안 뗀 새끼중에 아무놈이나 잡히는 놈을 돌아오는 차에 실어준 것이 인연이 되었다. '다크'가 구미로 오던 날, 동생네는 우리집엘 먼저 들렀고 내 눈에 띈  녀석은 '다크서클'이 심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일년 인가 지나고 시골에 데려다 줄 결심을 한 듯 했다. 하지만 막상 시골에 있는 다크 형제들 발육상태와 주변환경을 보고는 도저히 두고 올 수 없었노라며 다시 데리고 왔다, 이후 다크는 제대로 제니네 식구가 되었다. 

 

제 식구 외에 제일크게 반기는 건 아마도 내가 아닐까. 확실하지 않을 수도 있다. ㅋㅋ 내가  초인종을 누르면 동생이나 조카가 "이모 왔다" 하면, 오매불망 죽었던 님이 살아 돌아와도 쉽지 않을 액션을 보인다. 팔작팔짝 뛰다가 흥분도 지나쳐서 제풀에 뒤로 벌렁 나자빠지기도 한다. 무릎이고 얼굴이고 가리지 않고 햝고 부빈다. 아, 누가 내게 온몸으로 이토록 뜨겁게 반겨주던이가 있었던가.

 

안기거나 치대고 싶을 때는 가까이 와서 무릎을 앞발로 긁는다. 그건 무릎좀 벌려 달라는 신호인데 사진처럼 이렇게 터억하니 들어와 앉는걸 좋아한다. 아무한데나 하는 짓은 아니다, 앞발 신호를 받을 려면 적어도 가족 반열에 들 정도로 저와 친해져야 한다. 그것도 다크가 결정해주어야 가능한 것이다.  ㅋㅋ

 

 

 

 

어제는 동생네서 놀다가 함께 외출하게 되었고,  혼자두고 나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가자"는 말을 알아들어서  우리는 ㄱ자 들어가는 말도  않고 신발을 신었다. 저는 제외된 줄 알고,  옷입는 동생 꽁무니 몇번 따라다녀보더니 현관 앞에서 저러고 서 있다. 미동도 없이......

 

아픔을 느끼는지 느낀다면 속으로 삭히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기쁘지 않을 뿐인지.  좋아하는 감정만 있고 슬픔이나 외로움, 고독 같은 세분화된  감정은 없는지.  만날 때마다 이별을 경험하는 기분이라면 어떨지. 사람이라면 "가려거든 차라리 오지 마소서" 하겠지만 아무런 대응도 없이 저만치 우두커니라서 더 짠하다.  사진에 담아온 다크의 눈빛이 밟혔다. 어제 오후 계속 ...

 

많이 좋아한다는 건 많이 아프게 하는 건 아닌지, 어느 부모가 애완견 사달라는 자식에게 아침마다 이별하는 아픔을 느끼게 해주고 싶냐고 말렸다더만 그것도 사랑법이고 함께 살면서 아픔을 느끼는 것도 사랑법일 것이다. 두 아들 다 커서 둘이만 살고 있으니 반려동물이 필요할 만도 하지만 소심한 나는 아직 사랑을 감당할 용기가 없다.  제니가 없는 딸 대신 대리만족을 해 주듯이 다크도 대리만족으로도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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