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아침.
구미에는 벚꽃 명소가 두 곳이다.
금오산 오르는 길과 낙동강변 도로다.
이맘때는 며칠만 무심하면 꽃구경도 못하고 넘길 수 있다.
그 만큼 꽃은 짧고, 짧아서 더 아름답다!
주말에 비 소식이 있어서 어젯밤 열 한시가 넘은 시간에 금오산쪽으로 향했다.
꽃 밤을 즐기는 인파가 많아 오도가도 못하고 차안에서만 즐기고 왔다.
어른 아이 없이 꽃나무 아래선 벌들처럼 사람들도 왕왕 술렁인다.
왜 사람들은 꽃을 좋아할까?
멀쩡한 나무들이 약속한 듯 일제히 일어나는 저 엄청난 잔치,
가장 아름다운 날, 꽃은 짧고 강열해서 사랑하는 순간을 닮았다.
지난주 팀버커피에서 열리는 박성녀 화가 개인전 취재를 갔다가
하병용 대표에게서 블루 마운틴 커피를 대접받았다.
하대표가 커피집 공간을 내어 주어서 가능한 전시였는데.
방명록 첫장에서 박작가를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으로 표현했다.
잡미 없이 발란스가 좋다는 소회까지 얹은 방명록을 먼저 본 터였다.
취재가 끝나갈 무렵 블루마운틴을 대접하고 싶다고 했지만,
나는 정작, 삼대 커피에 속하는 귀한 커피 라는데
맛에 풍미를 느끼지 못할까 내 미각을 저어하면서 시음했다.
함께 동행한 지인이 커피맛이 감동이었던지 호평을 내 놓아서
나는 굳이 평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ㅎㅎㅎ
주문한 손님이 없어서 팔아 본 기억은 없고 대접만 해온 커피라고 했다.
마음이 고마웠다.
이 커피 마니아들의 커피에 대한 반응은 마시고 난 다음 물을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
그 맛을 집에까지 가지고 가고자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 향기를 기억한다는 등, 커피이야기도 여럿 곁들여줬다.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이 귀해서 자메이카 산지에서 생각한 것은 블루마운틴 대중화를 위해서
블루마운틴 타입과 블루마운틴 스타일을 개발해서 내놓았다고 한다.
조금 맛이 떨어지기야 하지만, 대부분의 커피문문점에서 즐기는 커피류라고 한다.
하대표는 좋은 커피와 일반 커피의 맛의 차이는 10프로 정도이고 가격은 열배정도라고 했다
초면인데도 커피향 덕분인지 두런두런 사람들도 모여들었다.
향보다 마시면서 어울리는 사람들이 더 좋다고 했다.
나도 커피향은 기억하지 못해도 함께 나눈 시간은 추억이 될 것 같다.
특별한 것은 특별한 맛이나 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것을 대하는 특별한 마음때문에 가능한 것 아닐까.
사람에게도 향기가 있다.
인향만리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것을 어느 작가는 '영혼의 향기'라고 했다.
거역 할 수 없는.
꽃처럼 피지 않아도 향기 때문에 외관은 되려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걍력한,
우리가 맡을 줄 알아야 하는 향기는 그런 건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게 저절로 끌리는 것들은
대체로 그런 향기를 지니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