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마중을 다녀왔습니다. 간밤 비 다녀갔고, 오늘은 하늘도 청명합니다.
아파트 화단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뜨렸고, 백목련은 한껏 꽃봉오리를 부풀리고 있습니다.
들녘으로 마중 나가 보긴 처음인데요. 논두렁 밭두렁 길을 걷다가
간밤 빗물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요 돌멩이가 얼마나 인상적인지,
제 생김새 때문에 간밤 비 다 지나보낸 돌 틈에서
혼자서 지난 비 다 이고 있는 외로운 모습이랄까요.
생긴대로 산다고 하지요..
간밤, 비 같은 시간 그대로 담고 선 나를 위로하는 듯 했습니다.
봄 볕은 언제 그랬나 싶게 따뜻하고, 목덜미를 간질이는 바람속에
지난 계절의 냉기라곤 찾을 래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계절이라는 것, 시간이라는 것, 참 어김없지요.
춥다고 어깃장 놓고 고집 부렸던 나를 언제 그랬나 싶게 훈풍이 위로해줍니다.
대지도 기분 좋게 푹신합니다. 걸을 때마다 발자국에 와닿는 쿠션감은
내가 뾰족해질 때마다 받아주는 사랑하는 이의 마음 같습니다.
불어난 도랑물은 산책나온 이들의 도란도란 속살거림처럼 정겹습니다.
볕좋은 곳엔 쑥이 올랐고, 냉이, 꽃다지 물 올랐습니다.
나물 캐고 싶은 마음이 발동하고, 다음번엔 호미라도 들고 와야 겠습니다.
마을 어귀에서 동태 끌고 나물캐러 가는 할머니 모습 그림속 풍경 같습니다.
나물캐는 일은 대지의 정기를 받는 일이라고 하지요.
이른 봄, 온 들녘을 쏘다니며 나물캐던 어린시절,
그래서 그랬는지 봄 들녘은 아무리 뛰어다녀도 피곤한줄 몰랐지요.
대지도 누군가의 발길덕분에 그렇게 적당히 기분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벼가 주인의 발자국소리를 듣고 자라는 것처럼
봄 나물들도 봄 새순들도 사람들의 소리로 더욱 생기를 얻지 않을까요.
맘같아선 봄처녀 제오셨네라고 노래라도 불러 주고 싶습니다.
밭가에서 노란 꽃다지 꽃이 수줍습니다.
나도 저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데 저라고 왜 모를까요.
봄은, 따뜻한 것이 따뜻한 것들을 키우는 때 같습니다.
봄 들판으로 봄마중을 나가보세요.
봄들녘은 다정하고 따뜻한 님과 함께 온 것처럼 푸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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