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누워 피는 꽃!

구름뜰 2013. 4. 22. 11:38

 

봄 동산엘 갔다가 산등성이 부근에 벌초하듯 잔나무들이 베어진 곳을 지나게 되었다. 

공사가 예정되어 있는지, 그 삭막한 현장속에 꽃이 피어 있었다.

나무의 밑둥치는 저쪽인데 이쪽으로 누워 있었다.

 

누워서 피운 것인지. 꽃을 피우고 베어진 건지.

 

 

 

나무 톱이 지나간 밑둥은 까맣게 탄 속!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마도 지난 겨울쯤 베어진 것 같은데,

 

봄이라고 꽃을 피운 거였다.

 

 

 

 

손을 대어 보니 톱이 완전히 지나가진 않았다.

나무의  수피만 살짝 붙어 있었다.

그 지경에서  피운 꽃이었다.

 

사람으로 치면 사지는 다 잘려나가고 심장만 뛰고 있는 모습같달까. 

 

 

 

 

도종환 시인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라고 했는데.

이쯤이면, 할말도 잃겠다.

 

 

살아온 날들이 순탄해서  행복한 줄도 모르고 살았던 지인이

어느날 자신도 아닌, 스물 한 살 꽃같은 딸이 암에 걸린 사실을 알고는 

지나온 시간이 행복이었다는걸 그제서야 알았다고 했다.

 

지금 딸이 건강을  회복하고 있어서

자신에게는 '건강'만이 행복의 척도같다고 했다.

 

 

 

 

열악한 환경이란 열악한 마음과 동의어가 될지는 몰라도 반드시는 아니다.

 

어떤 대상! 그 대상이 그대로 존재할 때는 의미가 없다.

그 대상에 내가 몰입하는 순간, 그 대상과 내겐 새로운 관계가 형성된다.

그 대상과 내가 만나는 접점에서부터  그 대상은 새롭게 재해석 되는 것이다.

 

이미 있었던 것도 아니고,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새로운 세계는 또 만들어지는 것이다.

 

 

 

 

 

내가 본 나무는

제 의지로  누운것은 아니지만

제 의지로 꽃을 피웠다.

 

"나는 자주 꺾입니다" 와

"나는 자주 꺾이지만 꺾일 때마다 꽃을 피울 겁니다."는 이렇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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