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철들다

구름뜰 2013. 4. 19. 08:43

 

 

 안다는 것은 아픈 일이다 오며 가며 낯이 익은 노점상 부부가 있다. 연 3일 내리는 봄비에  괜한 걱정이 앞선다. 개업 몇 달 만에 문을 닫고 만 단골 싸릿골 영양탕은 또 어디에다 자리를 펼쳤는지 , 철든다는 것은 쓸쓸한 일이다. 무서운 일이다. 꺽일대로 꺽였을 때 비로소 철이 든다고 한다. 세상 물정에 눈뜨면 이미 재갈 물린 망아지가 된다 몸 속에서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는 망아지가 큰 일을 낸다 수천년을 해골로 부둥켜 안고 있는 발다로의 여인처럼 사랑을 해도 목숨을 걸고 할 수 있다. 철든다는 것은 꼬리를 내린다는 것이다. 알아서 긴다는 것이다 입안에서 이말을 가만히 굴려보면 닳아 빠진 구두 밑창으로 구정물이 스며드는 애늙은이가 떠오른다. -최서림 (1956~) 

 

 

 막 시를 쓰기 시작할 무렵 술자리에서 들은 "시인은 철들면 끝이야"라는 말이 잊히지 않는다. 아마도 초심을 잃지 말라는 당부였으리라. 사람과 사물과 풍경을 여리고 세심한 마음으로 살피고 헤아리는 것이 시인의 몫인데 그것을 잃지 말라는, 철든다는 것은 아는 것이다 세상 물정을 안다는 것은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과 같아서 스스로 꺽이고 꼬리를 내리고 알아서 가게된다. 그래서 철든다는 것은 아프고 쓸쓸하고 무서운 일이다.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는 순수함이 5000년을 끌어안고 포옹하는 발다로의 연인처럼 목숨을 건 사랑을 이룬다. 그러면서 시는 묵은지같이 웅숭깊고도 넓게 푹 익어 간다. 철들면 끝이야, 라고 말했던 이가 혹 최서림 시인이 아니었을까. -곽효한

 

 

이시를 읽다가 발견한 '발다로의 연인'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6000여년 전 신석기 연인 유골 ‘로미오와 줄리엣’ 고장에 안식>이라는 헤드라인으로 기사가 검색되어서 올려 봅니다. 2011년 9월에 작성된 기사네요..

 

 

 

伊 만투아 박물관에 옮겨져

 

얼굴을 마주하고 포옹한 자세로 발견돼 전 세계를 감동시켰던 6000여 년 전 연인의 유골이 새로운 안식처를 찾았다. 미국 주간지 ‘타임’은 4년 전 이탈리아 북부 만투아 인근 발다로 마을에서 발견된 신석기 시대의 청춘남녀의 유골이 지난 주말 만투아 고고학박물관에 옮겨져 일반에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발굴팀은 두 연인의 포옹 모습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 유골이 발견된 주변 흙을 통째로 떠서 박물관에 옮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발견된 장소의 이름을 따 ‘발다로의 연인’(사진)으로 명명된 이 유골은 조사결과 18∼20세 사이의 남녀로 밝혀졌다. 유골이 발견된 만투아는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 도시이다. 로미오가 결투 도중 줄리엣의 사촌을 죽이고 피신한 곳으로 이곳에서 줄리엣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사랑과 죽음을 주제로 한 19세기 이탈리아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의 명작 ‘리골레토’의 배경도 만투아다. 이 때문에 발다로의 연인은 발굴되자마자 비극적 사랑의 색채가 강하게 부각되면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들이 왜 껴안고 죽음을 맞았는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발굴팀은 유골에 외상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타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둘이 부둥켜안고 얼어 죽었다는 설, 남자가 죽자 여성이 순장됐다는 설, 죽은 다음에 둘을 껴안은 자세로 매장시켰다는 설 등이 제기되지만 정확한 사인은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을 수 있다고 타임은 전했다.

 현재 이탈리아에는 ‘발다로의 연인 연대’라는 단체가 결성돼 유골이 둘만의 공간에서 영면할 수 있게해주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박물관 입구가 아닌 독방 형태의 특별전시실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여기 '발다로의 연인'은 주변흙을 통째로 떠서, 독방형태 특별 전시실로 안치! 되었다고 합니다.

정확한 사인은 모르고, 미스터리로 남을지, 아니면 추후에 더 밝혀질지 모르지만, 유골을 통해서 이 시대 사람들이 읽고 싶은 마음은 무엇일까요.  마지막을 함께 한 그 죽음에 주목하는 것 같습니다. 해골의 모습, 그 형상의 아름다움은 영원한 사랑의 상징성 같은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이겠지요. 실상은 어땠을지 중요하지도 궁금하지도 알 필요도 없는지 모르지요. 이시대 사람들이  바라는 사랑의 상징! 만으로도 의미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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