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성모당 나들이

구름뜰 2013. 10. 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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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남산동에는 옛 집이 있고 그 집 가까이에는 성모당이 있다. 

 70년 대 말,  부모님이 고향을 떠나 대구에 이사 나오면서 장만한 첫 집이 그곳이다. 중학교 2학년 전학 온 지 얼마 안된 어느날,  친구가 가볼만한 곳이 있다며 잡아 끈 곳이 성모당이었다. 카톨릭이라는 종교에 경외감이 생길 정도로 독특한 곳으로 느껴졌던 곳, 이후 남산동을 떠날때까지 무시로 찾았던 곳이 성모당이었다. 

 

 

 

 

옛 집에서 성모당까지는 5분 남짓의 거리에 있다. 수녀원과 성모당 입구가 나란히 마주보고 있는데 저 아래쪽이 입구지만 워낙 넓은 자리를 차지하는 만큼 담장 부터 이국적이다. 

 

 

 

성모당 입구, 저 좌측 길은 예전엔 출입급지 였는데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우측에 경비실이 있고  가파르다 싶은 이길을 수도 없이 올랐었다. 누구랑 보다 혼자서 오른 기억뿐이다. 내 종교는 아니었지만 내게도 성소같았던 곳,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면 찾았던 비밀장소 같은 곳이었다.

 

 이런 기분을 뭐라고 할 수 있을까. 공간은 30년 이고 40년 이고 그대로이니 얼마나 든든한 실감인가!

 

 

 

 

 80년 대엔 인적이 없는 적이 더 많았다. 그래도 누군가의 흔적처럼 성모상 아래 촛불은 언제나 켜져 있었다. 하지만 어제는 기도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야외 기도실 같은 분위기로 바뀌어 있었다. 사람은 말이 없고 새소리만 무성했다. 

 

양쪽으로 나무 그늘에 벤치가 많이 놓여져 있었다. 저 잔디밭에서 미사 드리는 걸 본적이 여러번 있다.

 

 

 

 

 

 

 1911~1917년 이라고 양쪽벽에 새겨진 글씨다. 착수하여 완공되기까지의 기간이 아닌가 싶다. 자리잡은지 백년이 넘은 곳이다.

 

 

 

 

 우두커니로 앉아서 그렇게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엔 교복을 입고 찾았던 곳,  목적도 없이 무작정으로 작정하고 들렀던 곳, 어제도 그랬다. 겨울이면 잔디가 마른 흙빛으로 변하는데 그 또한 괜찮았다. 이른 봄이 가장 싱그러운 곳이다.  

 

 

 

 

 

 성모상 좌측을 개방해 놓았는데 고해실이 있었고, 그 앞으로 차를 마시거나 앉아서 담소를 나눌수 있는 장소가 작게 마련되어 있었다. 예전엔 금지구역이었다.

 

 

 

 

 

 

 

 

성모당 맞은 편 수녀원이다. 성모당 아래쪽엔 그 당시엔 김대건 신부의 이름을 딴 대건고등학교가 있었다. 지금도 건물은 그대로였는데 학교는 어디로 이사를 갔는지 모르겠다.

 

 

 

 

 

 성모당 들르기 전에 찾은 옛집이다. 골목만 그대로이고 옛날 그 방향으로 새 집이 들어서 있었다. 동생이 선 이곳에서 우리 가족이 7~8년 정도 살다가 넓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  골목은 2미터 남짓한 폭이었고 뒷집은 그대로였다. 다른 골목을 기웃거리다 찾을 정도였으니. 

 

 성모당 가는 길이 학교에서 우리집 앞을 지나야 하는 길이었는데. 친구가 우리집 쪽으로 자꾸 가길래 집이 작아서 부끄럽다고 여겼던 기억, 그때 우리집이라고 하고 지나갔는지 제대로 말못했는지는 기억 나지 않지만 이 집은 대구라는 도시에 살면서 빈부격차를 실감나게 해주는 그런 곳이었다. 친구네는 그당시 식모!라고 하는 살림하는 도우미가 있었고, 나는 친구네서 바나나를 처음 보았다. 어떻게 먹을까 싶어 친구가 하는 양을 보고 따라했던 기억이 지금도 그대로다. ㅎㅎ 문화의 충격이 어디 이뿐이었을까.

 

  30년 쯤 되었겠다. 삶의 궤적같은 장소를 다시 보는 일은 왜곡된 기억을 확인하는 것 같은 씁쓰레함과 동시에  아련한 그 무엇이 함께 했다.  세월은 흐를수록 더 누추해보이는 것은 왜일까.  그래서 더 졍겨운 느낌이 드는 것일까.  

 

 성모당은 그 옛날보다 성소로 거듭나 있었다. 생활이 고단하더라도 내 영혼의 성소만은 아름답게 간직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인간의 정신영역이 가진 특권일 것이다. 생활터전과 성소가 상반된 느낌으로 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성모당을 다녀오면서 내 영혼의 성소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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